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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카도이로 마을에서 커피와 맥주를 마시며 넉넉한 쉼을 가진 저희는 마치 학교 수업처럼 50분을 걷거나 남은 거리가 몇Km로 떨어질 때까지 걷자하는 작은 목표를 가지고 걸었습니다. 아무리 쉬멍 걸으멍 걷더라도 조금 힘든것은 이겨내는 맛도 있어야 걷기가 재미있는 법이죠. 아 파로차(A Parrocha) 마을을 거쳐서 포르토마린 도착전 마지막 마을인 빌라차(VILACHÁ) 마을에 도착하면 오늘 여정도 끝이 보이는 지점에 도달합니다.



파라솔이 펴진 마당의 의자에 앉아서 한참을 쉬었던 메르카도이로 카페(Restaurante Mercadoiro) 뒤로 하고 오후 걷기에 본격적으로 나섭니다.



스페인의 전봇대. 벽돌도 그렇고 전봇대도 그렇고 스페인은 밋밋하게 두질 않네요. 벽돌에는 구멍이 숭숭 뚫려있고 전봇대도 나름 최적의 구조를 가지고 있어 보입니다. 최소의 재료를 사용하면서도 최적의 효율을 올리려는 "생각"이 단순한 기초 물품 조차도 판이한 결과물을 낳습니다. 



소나무 조림 숲을 지나 걷습니다. 이렇게 가지런히 심기워진 조림 숲을 지나다 보면 괜히 생각도 정리되고 마음조차 차분해 지는 느낌입니다.



온순한 동물인 소라고는 하지만 소의 엄청난 덩치와 뿔은 우숩게 볼일은 아닙니다. 제주 올레길에서 산더미 만한 덩치를 가진 방목하는 황소들을 만난적이 있었는데 소와 교감을 가져본 적이 없는 필자는 어찌할 바를 몰라 허둥거렸던 적이 있습니다. 다른 분이 자연스럽게 소들 사이로 지나 가기에 그분을 따라가서 소 무리를 무사히 지나 갈 수 있었지만 소에 대해 모르고 있는 것이 그 허둥거림의 원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위의 사진처럼 길 근처에서 자유롭게 풀을 뜯고 있는 소들을 보면 나를 향해서 뿔을 들고 달려 들지는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염려를 하기도 합니다. 선사시대부터 개와 함께 가축화된 소는 색맹이라고 하죠 스페인의 투우 경기에서 빨간 망토를 흔들기는 하지만 빨간색 때문에 흥분하는 것이 아니라 소 주위에서 돌진하도록 자극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긴 옛날부터 사람이 소에 받히는 일이 있었기 때문에 "사건"이라는 단어의 물건 건 또는 사건 건(件)자가 사람 인변에 소우자로 소가 사람을 들이박는 일을 이야기하고 있기도 합니다. 성경에서도 "소는 본래 받는 버릇이 있고 그 임자는 그로 인하여 경고를 받았으되 단속하지 아니하므로 남녀 간에 받아 죽이면 그 소는 돌로 쳐 죽일 것이고 임자도 죽일 것이며. 출애굽기 21:29"라고 하며 사람이 조심해야 하고 주인이 소를 잘 단속해야 함을 말하고 있습니다. 온순하기는 하지만 힘든 노동에 학대만 받거나 도축장 가는 죽음의 문턱 등에서는 소가 사람을 들이 받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하는 것입니다. 




마르카도이로(Marcadoiro) 마을을 지나며 만난 예쁜 꽃 정원을 가지고 있던 집. 헌 신발에 선인장을 심어 놓은 주인장의 유머에 한 웃음을 선물 받고 지나 갑니다.



모우트라스(Moutras) 마을을 지나면 한동안 포장길을 걷습니다.




지도나 위키나 포털 검색을 해보면 저희가 방금전에 지나온 마을의 이름은 모우트라스(Moutrás)인데 길표지는 몬트라스(Montrás)라고 되어 있네요. 뭐가 맞는지...... 바로 옆에는 누군가가 붙여 놓았을 소박한 십자가가 있습니다.



모우트라스(Moutras) 마을을 지난 시점에서 남은 거리는 96.889Km. 오늘 오전부터 지금까지 총 16Km 넘는 거리를 걸었네요. 제주 올레길이나 지리산 둘레길에서도 이정도 걸으면 조금씩 지쳐가고 발에서 힘들다고 신호가 오기 시작하죠.



갈리시아 지방의 전봇대와 전선줄. 이 또한 우리나라와는 조금은 다른 풍경입니다.





가지런히 심기워진 조림지가 자꾸 눈길을 부르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나무의 아래 부분에 있는 잔가지들을 깔끔하게 잘라 주었네요. 우리나라에서는 숲가꾸기 또는 육림이라고 하죠. 이런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서 숲의 경제성을 높이고 저와 같은 이방인 순례자의 눈길도 사로 잡을 정도로 깔끔하고 아름다운 경관을 확보하는 효과를 거두는 것이지요.




아스팔트 포장길을 걷기는 하지만 자동차가 거의 없어 풍경을 감상하며 여유있게 걷습니다. 순례자들이 무리지어 많을 때도 있기는 하지만 천천히 걸으며 그들을 앞세우다 보면 조용하고 평화로운 순례길 걷기를 할 수 있습니다. 중간에 아 텔라다(A TELLADA)로 가는 표지판을 잠시 따라가지만 잠시후에 바로 우회전해서 아 파로차(A Parrocha) 마을 쪽으로 가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산티아고 1일차 걷기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진중에 하나로 손 꼽는 사진입니다. 하늘과 맞 닿은 들판을 한컷에 담을 수 있는 행운을 받은 것이죠.




군데 군데 들꽃이 피어 있는 초지에서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는 소과 양들. 당장이라도 엉덩이 깔고 연필과 도화지로 스케치라도 하고 싶은 풍경입니다.



바로 길 근처에서 풀을 뜯고 있는 소 한마리. 지나는 사람은 개의치 않고 풀 뜯는데 여념이 없습니다.





아 파로차(A Parrocha) 마을에 들어 왔습니다. 현대식으로 깔끔하게 지은 집에는 고맙게도 순례길 표식을 달아 놓았습니다. 현대식으로 깔끔하게 지은 현대식 돌집 옆으로는 오래된 돌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이었습니다.




그러다 마주친 황당한 풍경. 방목 했던 소들이 집에 돌아가는 시간이었는지 소들이 축사에 들어가다 말고 집앞에 있는 나뭇잎을 뜯어 먹고 있었습니다. 길에는 소들이 집에 가면서 남겨둔 지뢰(소똥)들이 가끔 있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걷다가는 지뢰를 밟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들판에서 풀을 뜯던 소가 남겨둔 지뢰에서 나는 냄새는 개인적으로 짜증보다는 정감이 갑니다. 돼지 분뇨에 비하면 향수 수준이죠. 말려서 연료로 쓰기도 하고 집 지을때 사용하는 재료이기도 하니까요. 



멀리서 지켜보니 주인장에게 한소리 듣고 얌전히 집으로 들어가더군요. 저 놈들 중에 화가나서 뒤를 획 돌아보기라도 한다면 정말 아찔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무튼 다행스럽게 모두들 얌전하게 집으로 들어가고 저희도 가던 길을 계속 갈 수 있었습니다.




소들이 들어간 집의 뒷마당은 닭들의 세계였습니다. 소도 닭도 이렇게 넓직한 공간에서 크는 것이 동물에게도 궁극적으로는 사람에게도 좋은 것인데 도시화된 현실 그것도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에서는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마을에 있는 옥수수밭과 감자밭. 눈에 들어 오는 것은 땅이 딱 제주도와 닮았다는 것입니다. 감자만한 자갈돌이 굴러다니는 밭, 커다란 돌을 쌓아 울타리인 밭, 제주도 올레길 만난 제주의 밭들과 똑같습니다.




아 파로차(A Parrocha) 마을을 떠난 순례길은 빌라차(VILACHÁ) 마을을 향해 갑니다. 남은 거리가 이제 94Km대로 떨어졌습니다. 거의 20Km에 육박하는 거리를 걸었습니다.




가시 울타리와 초원위의 집 한채.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울타리 기둥에 새 한마리가 앉아 있거나 지나던 개구리 한마리라도 올라가 있었으면 더욱 멋진 그림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빌라차(VILACHÁ) 마을의 진입구 모습입니다. 도로를 가로지르는 순례자들을 위해서 도로를 가로 질러 돌길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빌라차(VILACHÁ) 마을은 산티아고 순례길 1일차 목적지인 포르토마린에 도착 하기전에 들르는 마지막 마을로 이 마을에 있는 채식 전문 식당 로스 안단테스(Los Andantes)도 포르토마린 도착전 마지막 카페입니다. 평점과 리뷰가 좋은 카페인데 저희는 그냥 지나쳤습니다. 옛 건물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리모델링한 점이 눈에 들어와 한컷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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