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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산티아고 순례길의 본 궤도에 오르는 날입니다. 마드리드 걷기 3일차이고요. 오전에는 마드리드 시내를 하고 오후에는 기차를 타고 산티아고 순례길의 시작점인 사리아로 이동합니다.
오전 8시 20분. 마드리드 시내의 골목은 지난밤의 때를 씻어 내듯 물청소가 한창이었습니다. 드문 드문 여전히 술에 취해 흔들거리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누군가는 많은 이들이 마드리드에 대한 좋은 인상을 남기기를 바라며 자신의 맡은 바 책임을 하다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커다란 물탱크와 고압 물세척 만큼 깔끔하고 효율적으로 골목을 청소하는 방법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소수의 인원만으로 골목을 정말 깔끔하게 청소하면 지나갑니다.
티르소 데 몰리나 광장과 카스코로 광장을 거쳐 톨레도문까지 걸으면서 마드리드 골목 골목을 누비는 여정입니다.
티르소 데 몰리나 광장(Plaza Tirso de Molina) 입니다. 돈 쥬앙을 만들어낸 17세기 스페인을 대표하는 극작가 티르소 데 몰리나의 이름을 딴 광장입니다. 마드리드 걷기 첫날 방문 했던 로페 데 베가 박물관("산티아고 순례길 걷기 여행기 26 - 로페 데 베가 박물관"참조)의 주인인 로페 데 베가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고 그와 함께 스페인의 황금기(Siglo de Oro, 15~17세기에 걸친 스페인의 미술, 음악, 문학 융성의 시기) 연극의 3대 거장이 되었다 합니다. 그는 유명 극작가이지만 고위 성직자이기도 했다고 합니다.
도심속 티르소 데 몰리나 광장에는 메트로역도 있고 아침이라 아직 문을 열지 않았지만 나무로 외관을 치장한 노점들, 적당한 녹지와 벤치들이 있는 지역 주민들에게는 정감있는 광장이겠다 싶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장사를 위해서 문을 열고 있는 꽃집 주인, 출근하느라 메트로 역으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어제밤 흥겨운 놀이판이 벌어졌던 흔적들이 티르소 데 몰리나 광장에서 바라보는 마드리드의 아침 풍경입니다.
티르소 데 몰리나 광장에서 조금 걸어내려가면 만나는 카스코로 광장(Plaza del Cascorro/Rastro) 입니다.
리베라 데 쿠르티도레스 길(Calle de la Ribera de Curtidores) 꼭대기에 있는 작은 광장으로 일요일에는 이곳에서 벼룩시장이 열린다고 합니다. 주말에 마드리드에 있다면 꼭 가볼 장소 입니다.
카스코로 광장(Plaza del Cascorro/Rastro)에는 특별한 기념물이 하나 있는데 바로 1898년 쿠바 독립 전쟁 당시 포위당한 부대원들을 위해 희생한 젊은 군인 엘로이 곤잘로(Eloy Gonzalo)의 기념물입니다. 카스코로는 쿠바의 지명인데 스페인의 힘이 약해져서 미국이 필리핀과 괌등을 스페인에게서 빼앗을 당시 쿠바 내 독립 운동이 일어나면서 2~3천명에 달하는 쿠바인들에 카스코로라는 마을이 완전히 포위당하고 본대와도 연락이 어려웠던 상황에서 엘로리 곤잘로가 봉기대에게 불을 놓아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배경이 있습니다. 6.25때 화염병이나 수류탄을 들고 탱크를 저지했다는 영웅 이야기와 비슷한 스토리이지만 쿠바 입장에 서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요?
그렇지만 젊은 청년이 다른 이들을 위해 자원함으로 희생했다는 마음 자체는 숭고 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광장 주변은 아파트들이 가득합니다.
카스코로 광장(Plaza del Cascorro/Rastro)에서 시작하는 리베라 데 쿠르티도레스 길(Calle de la Ribera de Curtidores)의 가로수들은 여름꽃이 한창입니다. 독특한 장식을 붙인 바 앞에서 한컷을 남깁니다.
벼룩시장이 열리는 산타 안나길(Calle de Santa Ana).
산타 안나길을 통해서 톨레도길로 나가는 골목은 좁지만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는 길이었습니다.
건물 사이에서 햇빛도 땅에 닿지 않는 좁은 뒷골목이지만 깨끗하고 정겨운 골목길이었습니다.
톨레도길(Calle de Toledo)에 들어서서 조금 내려가다보면 삼각형의 작은 공터를 만나는데 그곳에 세워진 페르난도 7세의 기념비입니다. 스페인 국왕들중 그의 아버지 카를로스 4세와 더불어 최악의 인물중 한명이라고 손 꼽히는 인물입니다. 부왕에 대한 반역 모의가 실패로 끝나자 함께 했던 이들을 배반했고 나폴레옹 침공 당시 국민들이야 죽어나가든 상관않고 자신은 나폴레옹이 주는 연금을 받으며 성에 틀어박혀 편히 살았다는 인물입니다. 그렇지만 그의 실상을 모르던 스페인 국민들은 그를 열열하게 지지했었다고 합니다. 기념비 중간에 적힌 "el Deseado"는 그의 별명인데 영어로 "The Desired" 국민이 원하는 자란 의미입니다. 내가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인물이 있다면 그의 실상을 되돌아 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톨레도길(Calle de Toledo)을 따라서 톨레도 문까지 쭉 내려 갑니다. 톨레도길은 마요르 광장에서 시작해서 톨레도문을 거쳐 톨레도 다리까지 이어지는 길이지만 길 이름처럼 예전에는 마드리드와 톨레도를 이어주는 길이었다고 합니다.
마드리드 3일차 걷기 여정에서 반환점 역할을 하는 톨레도문(Puerta de Toledo)에 도착했습니다. 1827년에 세워진 톨레도문은 17~19세기에 걸쳐 마드리드를 둘러쌓고 있었던 펠리페 4세 성벽(Walls of Felipe IV)에 있던 19개의 성문중에 하나였다고 합니다. 성벽 자체가 도시 방어를 위한 성벽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 문의 역할도 재정 및 감시 정도의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어떤 물건이 들고 나는지, 어떤 사람들이 오고 가는지를 확인하고 세금을 징수하는 용도였던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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