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날 파종하고 같은 날 밭에 옮겨심은 해바라기인데 어떤 해바라기는 알은 통통하고 잎은 노랗게 변하여 이제 성숙을 넘어 한 생을 정리하고 있다. 그런데, 어떤 해바라기는 이제야 질풍노도의 시기를 앞둔 청소년기처럼 노란 꽃이 움트고 있다.순결한 솜털 같은 연초록빛 꽃이 하나 하나 꽃을 활짝 피우고 벌을 불러모으는 과정은 일개미의 부지런함에 비견할만 하다. 인생이 항상 둥글게 둥글게 살아지지 않는 것처럼 해바라기도 열매 맺는 과정에 큰 진통을 겪고는 한다. 눈물 처럼 흘러내린 노란 꽃가루는 뼈를 에이는 진통의 증거가 아닌가 싶다. 과정없이 결과를 보고자 하는 조급함. 자식이 나의 생각대로 성장했으면 하는 욕심.과정없이 진통없이 맺히는 열매는 없다. 있다면 내용없는 텅빈 열매, 결과를 보지 못하는 포기가 있을..
청명과 한식을 지나 어제가 곡우였다. 곡식에 필요한 비가 내린다는 곡우, 농사를 짓다보니 해가 갈수록 절기가 기묘하고 오묘하다는 생각이 든다.밀과 보리, 마늘과 양파 지금 한창 성장하고 있는 작물들에게는 꿀맛같은 비가 되고한창 못자리를 준비하는 농부에게는 마음을 적시는 샘물이 되니 참으로 탄성이 나오는 봄비다. 서울 여의도에는 윤중로가 벚꽃 축제로 한창이라는데,이 바람과 비에 꽃이 떨어지면 참으로들 아쉽지 않을까 모르겠다. 도회지를 떠나 농촌에 살게 되면서 처음으로 장에서 사다 심은 나무가 사과나무와 포도나무, 그리고 무화과 였다. 사과나무는 이듬해에 작지만 달콤한 사과들을 꽤 수확했고,포도나무는 작년에 첫 열매를 딸것으로 기대했는데, 재작년 강추위에 죽고 말았다. 무화과 이놈이 사연이 있다.심은지 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