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우랄리 샹그릴라 게스트 하우스에서의 이틀째 밤은 식당에 딸린 방에서 나름 깊은 잠을 이루었습니다. 잠에는 피곤이 약이었습니다. 저녁 시간에는 조금 시끄럽고 방문 밖에서 온갖 일이 있었지만 깊은 밤과 새벽 시간에는 조용했습니다. 늦게까지 놀고 싶어도 산장에서는 소등 시간이 있으니까요. 시끄럽다고 불평할 일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덜 추운 방이었으니까요. 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른 새벽 시간 식당에는 어제 방을 잡지 못해서 식당에 잠자리를 마련한 트래커가 홀로 깊은 잠에 빠져 있었습니다.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포터들의 움직임이 분주합니다. 부엌과 데스크는 이제 정신없이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촘롱까지 16Km가 넘는 길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욕심부리지 않고 일단 가보기로 했습니다. 이..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 Annapurna Base Camp, 4,130m)에서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MBC, Machhapuchhre Base Camp, 3,700m)를 거쳐 데우랄리(Deurali, 3,230m)까지 다시 돌아가는 길은 6.5Km에 이르는 길로 완만한 오르막이었던 것만큼 걷기에는 정말 좋았습니다. 가파른 계단 걷기였다면 힘들었을 텐데 완만한 내리막이다 보니 지면에서 발만 떼면 중력의 힘으로 저절로 발이 앞으로 가는 경쾌한 길이었습니다. 당연히 속도도 빨랐습니다. 올라가는데 5시간이었지만 내려오는데 3시간이었으니 거북이걸음 치고도 빠른 편이었습니다. 정오를 조금 지난 시간에 하산을 시작한 저희는 어제저녁부터 복통과 설사로 속도 좋지 않았고 하산 길의 걷기 속도가 빠른 상태여서 마차..
어제저녁 복통과 설사로 몸 컨디션이 말이 아니었지만 MBC(Machhapuchhre Base Camp, 3,700m)와 ABC(Annapurna Base Camp, 4,130m)를 앞두고 일정을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다행히 무거운 배낭을 내려두고 물과 초코바만 들고 가볍게 걸을 예정이기 때문에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MBC를 거쳐 ABC까지 갔다가 다시 데우랄리로 돌아오는 13Km에 이르는 여정입니다. 결코 쉽지 않은 여정입니다. 가파르지는 않지만 MBC까지는 3.63Km의 거리로 오르막이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고도를 5백 미터 가량 올리는 코스이므로 천천히 걸어야 합니다. 오전 7시를 바라보는 시각, 산장 주변으로는 여명이 천천히 밝아 오고 있습니다. 저 멀리 산 아래로..
ABC 트레킹을 계획하면서 뱀부에서도 데우랄리에서도 숙소를 잡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염려가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두 군데 모두 하루에 걷는 거리를 길지 않게 조절하고 아침 일찍 출발하는 방법으로 오후 2시 이전에 산장에 도착하다 보니 무리 없이 숙소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저희가 묵은 숙소는 샹그릴라 게스트 하우스(Shangrila Guest House)로 미국의 흑인 배우를 닮은 인상 좋은 아저씨가 주인장이었습니다. 이틀 밤을 묵어도 되냐고 했더니 문제없다고 하셨습니다. 저희는 내일 산장에 배낭을 놓고 빈 몸으로 ABC까지 다녀올 계획이었기 때문입니다. 미리 이틀 밤을 묵겠다고 말씀드려서 다행이었지만 다음날 아침에 아저씨에게 가니 단체 손님 때문에 방을 옮겨야 한다고 하더군요. 부랴 부랴 짐을 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