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부에서 촘롱까지는 9.19Km로 시누아까지는 무난하고 시누아에서 촘롱으로 건너가는 다리를 지난 다음 촘롱을 오르는 오르막이 고비입니다. 몸의 땀을 내고 수분을 공급하며 중간중간 간식으로 에너지를 보충하다 보니 복통과 설사 이후로 최악으로 치닫던 몸 상태는 차츰 좋아지고 있었습니다. 산은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기 마련이죠. 뱀부에서 시누아로 하산하는 길에도 가끔씩 오르막 계단을 만납니다. 올라갈 때만큼 오르막 계단이 지루하게 이어지지 않는다는 차이점이 있지만 긴 내리막 계단을 천천히 걷다 보면 와! 어떻게 우리가 이 계단을 올라갔을까? 하면서 며칠 사이의 일로 감회에 젖습니다. 저희 ABC 트레킹에 있어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고 의심, 아니 확신의 지탄을 받았던 계곡물을 다시 만났습니다. 촘롱에서 ..
데우랄리 샹그릴라 게스트 하우스에서의 이틀째 밤은 식당에 딸린 방에서 나름 깊은 잠을 이루었습니다. 잠에는 피곤이 약이었습니다. 저녁 시간에는 조금 시끄럽고 방문 밖에서 온갖 일이 있었지만 깊은 밤과 새벽 시간에는 조용했습니다. 늦게까지 놀고 싶어도 산장에서는 소등 시간이 있으니까요. 시끄럽다고 불평할 일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덜 추운 방이었으니까요. 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른 새벽 시간 식당에는 어제 방을 잡지 못해서 식당에 잠자리를 마련한 트래커가 홀로 깊은 잠에 빠져 있었습니다.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포터들의 움직임이 분주합니다. 부엌과 데스크는 이제 정신없이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촘롱까지 16Km가 넘는 길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욕심부리지 않고 일단 가보기로 했습니다. 이..
ABC 트레킹을 계획하면서 뱀부에서도 데우랄리에서도 숙소를 잡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염려가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두 군데 모두 하루에 걷는 거리를 길지 않게 조절하고 아침 일찍 출발하는 방법으로 오후 2시 이전에 산장에 도착하다 보니 무리 없이 숙소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저희가 묵은 숙소는 샹그릴라 게스트 하우스(Shangrila Guest House)로 미국의 흑인 배우를 닮은 인상 좋은 아저씨가 주인장이었습니다. 이틀 밤을 묵어도 되냐고 했더니 문제없다고 하셨습니다. 저희는 내일 산장에 배낭을 놓고 빈 몸으로 ABC까지 다녀올 계획이었기 때문입니다. 미리 이틀 밤을 묵겠다고 말씀드려서 다행이었지만 다음날 아침에 아저씨에게 가니 단체 손님 때문에 방을 옮겨야 한다고 하더군요. 부랴 부랴 짐을 싸서..
뱀부(Bamboo, 2,310m)의 트레킹 게스트 하우스 산장을 오전 7시경에 떠나 히말라야(Himalaya, 2,920m)에 도착한 시간이 10시경이니 3시간가량이 소요되었습니다. 저희의 거북이걸음 치고는 잘 걸었던 여정입니다. 오늘의 목적지인 데우랄리까지는 1.95Km 정도 남았고 해발 고도 3천 미터를 넘어서게 됩니다. 등짝으로 진하게 배인 땀 때문에 서늘하기는 하지만 히말라야 산장에서 간식을 먹으며 넉넉하게 쉬어가기로 했습니다. 히말라야는 산맥의 이름이지만 이곳은 두어 개의 산장이 자리하고 있는 히말라야라는 이름의 작은 마을입니다. 히말라야 산장들의 전경입니다. 해를 가린 산 그림자가 이제 산 중턱을 넘어서 산장 근처까지 내려왔습니다. 며칠 걸어보니 오전 9시에서 12시 사이가 해를 받으며 맑은 ..
간드룩-촘롱-뱀부에서 이어지는 ABC 트레킹 3일 차는 데우랄리(Deurali, 3,230m)까지 걷는 것으로 6.39Km로 길지 않은 경로이지만 고도가 3천 미터를 넘기는 지점이라서 조금은 긴장이 되기도 합니다. 경사가 급한 부분이 조금 있지만 전체적으로 계곡을 따라서 완만한 오르막이 이어지는 경로입니다. 포리지와 삶은 계란으로 가볍게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나온 저희를 맑은 하늘이 반갑게 맞이해 줍니다. 계곡 속에 자리한 산장이라 산 그림자가 여전히 해를 가리고 있지만 맑게 개인 하늘 아래 최상의 날씨를 마음껏 즐기며 걸을 수 있을 듯합니다. 드디어 3천 미터 고도를 넘기는 날인 만큼 나름 긴장감도 있기는 하지만 길지 않은 거리를 걸을 예정이므로 마음의 부담은 적습니다. 뱀부(Bamboo)의 고도가 2,..
촘롱에서 출발한 지 5시간 20분여의 시간만에 뱀부(Bamboo)에 도착하니 익숙한 풍경을 가진 마당이 저희를 반겨줍니다. 누렇게 익은 들깨를 털기 위해 펴놓고 햇빛에 말리고 있었습니다. 곳곳에 한국과 비슷한 구석이 많은 ABC 트레킹 코스의 농촌 풍경입니다. 오후 1시에 도착한 뱀부에도 산장이 여러 개 있었습니다. 산장에는 저희보다 조금 더 일찍 도착한 트래커도 있었지만 산장에 일찍 도착한 덕택에 숙소는 넉넉했습니다. 한국에서 여행을 계획할 때는 촘롱 이후 산장에서 숙소를 잡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염려가 조금 있었지만 일찍 도착하면 큰 문제가 없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2시 내외로 산장에 도착하면 대부분의 산장에서 숙박은 문제가 없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저희가 뱀부에서 묵었던 숙소는 트레킹 게스트..
아랫마을 시누아(Lower Sinuwa)에서 잠시 목을 축이며 휴식을 취한 저희는 다시 뱀부(Bamboo)를 향해서 여정을 이어갑니다. 어젯밤 숙소에서 정수제로 만들어 놓은 물이 나름 마실만 합니다. 멀리 마차푸차레(6,997m)가 보이지만 ABC까지 가는 길은 마차푸차레 쪽 산들과 모디 계곡(Modi Khola)을 사이에 둔 이쪽 산들의 허리를 타고 올라갑니다. 맑은 11월의 아침, 짐을 옮기는 포터들의 발걸음들이 분주합니다. 당나귀가 사람보다 덩치가 크다고는 하지만 등에 상당한 무게의 짐을 둘러메고 걷는 모습은 실제 무게만큼이나 무거워 보입니다. 산장이 새로 하나 들어 서기라도 한다면 차가 들어올 수 없으니 이런 당나귀들의 무거운 걸음은 상당한 시간 이어져야만 할 것입니다. 아랫마을 시누아(Lower..
본격적인 히말라야 트레킹을 시작하여 2천 미터대의 고도에서 하룻밤을 무사히 보냈다면 조금씩 고도를 올리며 걷습니다. ■ 2일 차(21, 목) : 간드룩에서 촘롱(Chhomrong)까지 ABC 걷기 2일 차는 간드룩에서 촘롱(Chhomrong, 2,170m)까지 9.19Km로 저희 걸음으로는 4~5시간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간드룩 숙소를 떠나면 콤롱(Komrong) 고개까지 200미터 정도 고도를 올리는 평탄한 오르막을 걷습니다. 콤롱(Komrong) 고개를 지나면 킴롱(Kimrong) 계곡까지 400미터가량 급한 내리막을 걷다가 계곡을 지나 고도 2,300미터까지 500미터가량의 급한 오르막을 오릅니다. 일단 2,300미터까지 고도를 올리면 그다음부터 촘롱(Chhomrong)까지는 평탄한 길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