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31코스는 동해 바다를 뒤로 내륙 안쪽으로 들어간다. 마읍천과 함께하는 길이다. 궁촌리는 고려 마지막 왕인 공양왕의 능이 있는 곳이다. 비운의 역사가 스며 있는 곳, 궁촌리 뒤편의 고개 이름이 사래재인데 원래 이름은 살해재였다. 공양왕이 살해된 곳이라고 한다. 새로운 왕조를 위해 왕 씨 일가가 죽임을 당한 상황은 시선에 따라 다양한 시각을 바라볼 수 있지만 명분이 무엇이라도 누군가의 죽음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자유로울 수 없는 것 아닌가 싶다. 삼척로 도로변을 걷지만 바람에 휘날리는 해파랑길 리본처럼 널찍한 자전가 도로를 걷는 여유가 있다. 사래재를 넘으면 궁촌리에서 동막리로 이어지면서 완만한 내리막길이 해안까지 이어진다. 건설 중인 동해선 철교 아래를 지나간다. 이른 봄 벚꽃이 한창인 이 계절에..
남쪽에서는 산수유 꽃도 절정을 지나고 있고 몇일 따스한 날씨에 출장길에서 만났던 창원 시내는 벚꽃이 만개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늘에서는 여전히 서늘하고 중부 이북은 벚꽃이 꽃망울을 떠트릴까 말까 흥정하는 시기입니다. 이 무렵은 텃밭에서는 "이제는 봄이다!"라는 강한 선언을 하듯 봄 풍경을 제대로 보여 줍니다. 텃밭 농사에서 일년중 제일 처음 씨앗을 심는 것은 완두콩입니다. 여전히 새벽에는 서리가 내리지만 낮 온도가 올라가는 이른 봄 묻어 놓은 완두콩이 싹을 냈습니다. 첫 작물인 만큼 모내기 즈음에는 고소한 열매를 선물해 줍니다. 밭 고랑에는 겨울을 날 수 있도록 자신을 태운 연탄재를 뿌려 놓았는데 그 연탄재 사이에서도 완두가 이쁘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저희집 나무들 중에서는 매화가 처음 꽃을 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