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해파랑길 1코스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요트 경기장을 지나고 해운대 해변로를 거쳐서 동백섬에 이르면 마지막으로 해운대 해변을 지나 오늘의 목적지인 미포항에 도착한다. 길은 부산 요트 경기장을 가로질러 간다. 88 서울 올림픽 당시 대부분의 경기가 수도권에서 열렸지만, 부산에서 열린 경기도 있는데 바로 수영만 요트 경기장에서 열린 요트 경기와 축구 일부 경기였다. 요트 경기장을 횡으로 가로질러 가는데, 전면의 마린시티를 보면서 걷는 느낌이 요트와 마천루가 언뜻 어울리는 풍경이 아닌가 싶다. 두바이와 아부다비에서 만났던 마천루와 요트의 조합이었다. "요트"도 "마천루"도 모두 "부"한 느낌, 럭셔리한 느낌이기 때문이 아닐까? 요트 경기장이라 하면 요트 경기를 위한 특별한 시설이 있을 것 같지만 실상은..
삼익 비치 아파트 옆쪽에는 남천동 공영자전거 무료대여소가 있어서 아파트 앞쪽의 널찍한 공간을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내달릴 수 있다. 광안리 해변 쪽으로는 갈 수 없고 빌린 자전거는 2시간 내에 반납해야 한다. 신분증만 있으면 누구나 빌릴 수 있는데, 자전거를 빌려주시는 아저씨께 혹시 광안리 해변 쪽으로 자전거를 타고 가서 반납하는 방법은 없냐고 물으니, 그럴 수 없다고 한다. 천근만근 같은 몸을 조금이나마 쉬게 해 줄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해서 잔머리를 굴려 보았는데, 에휴! 그저 걷는 방법밖에 없다. 삼익비치 수변공원 근처로는 광안리 해양 레포츠 센터가 있어서 웬만한 해양 스포츠는 모두 즐길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패들 보드가 1시간에 1만 원 내외의 가격이었는데 해변에서 이것저것 ..
이기대 출렁다리에 들어섰다. 히말라야 깊은 계곡에 설치되어 당나귀와 사람이 다니는 출렁다리와는 높이도 긴장감도 비교할 바가 아니지만, 보기 드문 지질 지대를 가까이에서 관찰하며 지나갈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소위 "돌"에 대해서 조금의 지식이 있다면 더 흥미롭겠지만 수십 년 전 지구과학 수업 때 들었던 내용은 가물가물하고 화성암, 안산암, 화산쇄설암 등 암석 이름을 들어도 도저히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돌" 문외한이니 출렁다리에서 느끼는 것은 바다 가까이에서 파도가 자갈을 씻고 물러가는 생생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후루룩 몰려왔다가 쏴라락 빠져나가는 자갈밭 파도 소리는 비슷한 듯 다른 나름의 독특한 소리가 있었다. 글을 쓰며 사진을 다시 보니 이기대 출렁다리와 광안대교가 마치 하나로 이어진..
오륙도를 뒤로하고 해안 산책로를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한다. 우측으로는 바다를 좌측으로 산을 함께하며 걷는 길이다. 지도에서 보듯 바다를 따라가는 해안 산책로는 장산봉 줄기가 용호동 시가지를 벽으로 막고 있고 수많은 갈래의 산책길들이 이리저리로 이어져 있다. 때마침 대체휴일이라 산책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대부분 이 근처에 사는 사람들로 보였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높지 않지만 산길을 걷는 사람은 거의 우리가 유일했다. 산책로로 이어지는 수많은 길이 있으니 목적지는 알 수 없지만 같은 방향으로 혹은 반대 방향으로 아침 먹고 운동하러 나온 사람들을 계속 만나야 했다. 지도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용호동은 동쪽으로는 장산봉이, 서쪽으로는 비룡산이, 남쪽으로는 용마산 줄기 감싸고 있는 이른바 분지라 할 수 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