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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공원을 지난 여정은 이제 센트럴, 이름 그대로 홍콩섬의 중심을 걷습니다.



홍콩 공원 쪽에서 길을 건너 내려오는 에스컬레이터. 센트럴 걷기에서는 수많은 에스컬레이터와 건물 내부 통로를 이용해야 하는데 길을 제대로 잡지 않으면 금방 헤맬수 있으므로 주의 해야 합니다. 빌딩숲 속에서는 GPS도 잘 잡히지 않으므로 주요 랜드 마크를 기준점으로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에스컬레이터를 거쳐서 어떤 쇼핑몰안에 들어오기는 했는데 원래 목적지가 아니다 보니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알고보니 특이한 조명을 해놓은 퍼시픽 플레이스(Pacific Place)라는 쇼핑몰이었습니다. 일단 위치가 애매하면 빌딩을 나와서 큰길을 기준으로 길을 바로 잡습니다. 



저희가 길을 바로잡기 위해 나온 길은 퀸즈웨이(Queensway)로 애드미럴티 MTR역 근처였습니다. 센트럴 방향으로 길을 바로 잡아 걷다보면 만나는 중국은행타워(Bank of China Tower, 中銀大廈)입니다. 43층 전망대를 평일에는 08:00~20:00 토요일은 08:00 ~14:00까지 무료로 올라 갈 수 있지만 이미 마감시간이 되어서 올라가지는 못했습니다.



퀸즈 웨이를 가로질러 채터 로드(Chater Road)를 따라서 걷습니다. 위의 사진은 채터 로드 시작 부분에서 만나는 채터 공원(Chater Garden)의 모습으로 채터 로드, 채터 공원 모두 홍콩의 사업가인 폴 채터(Paul Chater)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채터 공원 바로 옆이 우리나라의 대법원에 해당하는 종심 법원(The Court of Final Appeal, 終審法院)이 있다보니 채터 공원은 각종 집회가 잦다고 합니다.



채터 공원에서 바라본 중국은행 타워의 모습과 채터 공원의 쉼터로 이어지는 센트럴 MTR역 입구입니다. 공원에 넓다란 광장도 있고 MTR과 버스등 교통도 좋고 하니 집회가 많고 사람들이 몰리는 것이 당연하겠네요.



종심 법원 앞에서는 영화인지, 드라마인지는 몰라도 촬영이 한창이었습니다. 예전에는 한국 영화 산업보다 홍콩 영화 산업이 컸지만 한국 영화가 홍콩을 앞지른지는 꽤 된다고 합니다. 홍콩의 중국 반환이후 중국 정부의 홍콩 우대 및 자본의 지원아래 홍콩 영화의 중국화가 진행되어 홍콩 국내 영화 시장은 더 쪼그라들고 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종심 법원 앞으로는 황후상 광장(Empress Statue Square, 皇后像廣場)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곳도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황후상 광장에는 원래 빅토리아 여왕의 동상이 있었지만 동상은 빅토리아 공원으로 이전되었고 지금은 HSBC를 세운 토마스 잭슨 경의 동상이 있습니다.



채터 로드를 계속 걸어가면 다시 퀸즈웨이와 만나는데 그 교차점에는 월드와이드 하우스(World-Wide House, 環球大廈)라는 아주 독특한 공간이 하나 있습니다. 3개층에 걸쳐 월드와이드 플라자(World-Wide Plaza)라는 쇼핑몰이 있는데 홍콩의 그 흔한 명품점이나 고급 브랜드가 아니라 메이드나 기타 직업으로 일하는 필리핀 사람들을 위한 공간입니다. 사람많고 시끌벅적하고 홍콩의 다른 곳에서는 볼수 없는 풍경이 벌어집니다.


쇼핑몰 중앙에 있는 델리프랑스라는 카페에서 쉬었다 가기로 했습니다. 이곳에서는 주문을 하면서 계산을 하면 계산서와 함께 번호가 붙은 표식을 주는데 그것을 들고 빈자리에 앉아 표식을 올려 두면 직원들이 주문한 것을 가져다 주는 방식이었습니다.



진한 커피에 보슬비가 내려 조금 쌀쌀해진 몸을 녹이고 걷기에 지친 다리와 발을 쉬어 줍니다. 남은 간식도 먹구요. 바로 옆자리에서는 메이드로 보이는 두 친구가 아무것도 시키지 않고 자신들이 가져온 먹을거리를 먹으면서 수다 삼매경이었습니다. 가끔 직원들이 와서 눈치를 주면 메뉴판 만지는 척 하다가 그만두고....이곳에서는 이런일이 예사인 모양이었습니다.



쇼핑몰을 가득 메운 외국인 근로자들. 이들에게 이곳이 해방구일 것입니다. 날씨가 맑고 화창했으면 근처 공원으로 갔을텐데 날이 흐리다 보니 건물 안으로 몰려 들었습니다. 홍콩의 가사도우미들은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네팔등에서 온 여성들로 법에 의해 급여, 휴식등을 보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최저 임금도 정해져 있지만 4,000 HKD(우리돈으로 60만원이 되지 않음) 이상을 지급하고 주 1회 휴무도 보장한다고 합니다. 그 휴무일에 이렇게 나들이를 나온 것이겠지요. 저출산과 여성 인력 활용이라는 사회적 이슈를 정부 차원에서 대응한 결과로 보입니다.



충분한 휴식을 마치고  미드레벨에스컬레이터(Central–Mid-Levels escalator, 中環至半山自動扶手電梯系統)로 이동합니다.



퀸즈웨이를 따라서 센트럴을 지나 셩완 쪽으로 걷다보면 위의 사진 처럼 도로를 가로지르면서 빌딩과 빌딩 사이를 연결하는 통로를 만나는데 저 길을 따라 올라가면 됩니다.



미드레벨에스컬레이터는 세계에서 가장 긴 에스컬레이터로 곳곳에 입구와 출구가 있기 때문에 여정중에 적당한 곳에서 올라타고 내리고 싶은 곳에서 마음껏 내리면 됩니다.



모든 구간에 에스컬레이터가 있는것은 아니고 내려오는 에스컬레이터는 대부분 없으며 일부 구간에서는 걸어야 합니다.



저희가 방문했을 때는 중앙 시장 근처 통로에서 홍콩의 건축에 대한 전시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그중에 눈에 들어온 문구 하나 "우리는 왜 오래된 건물을 재건축하지 않는가?, Why don't we rebuild old buildings?" 그저 돈 때문에 아직도 성한 건물을 재건축하는 우리네 현실에 비추어서 정부가 건강한 사회를 이끌어 가려면 최소한 이런 철학은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우리나라의 재건축은 자신의 집이 있는 상태에서 큰 평수로 가면서 부담감을 추가 납입하면서도 수익을 얻는다는 구조로 업자들이 몰고가지만 독일, 일본, 홍콩은 우리나라 처럼 재건축하지 않고 건물의 수명이 다할때까지 사용하다가 수명을 다하면 건물을 폭파하면서 대지 지분으로 나누어 갖고 새로운 건물로 새롭게 시작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올해부터 재건축 심사에서 건물 안전성이 우선되다고 하니 지켜볼 일입니다.



드디어 미드레벨에스컬레이터(Central–Mid-Levels escalator, 中環至半山自動扶手電梯系統)에 올랐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긴 에스컬레이터라는 수식어에 관광객이야 신기하고 설레이는 곳이지만 이곳에 사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가파른 언덕에 촘촘하게 세워진 건물들에 있는 사람들의 교통 정체를 해소하고 생활 편의를 돕는 그야말로 착한 사회 간접 자본입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다 보면 헤어숍, 네일숍, 바, 레스토랑등 다양한 업소들을 자연스럽게 구경하게 됩니다. "나도 하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들면 근처 통로에서 바로 내리면 되는 참 괜은 곳입니다.



긴 에스컬레이터를 내리고 타고, 내리고 타고 반복하다보면 어느새 다른 사람들과 동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사를 계속 올라간다 생각하면 정말 아찔하지요.



에스컬레이터를 내려서 바라본 모습입니다. 에스컬레이터에는 출입구 마다 해당 방면으로 어떤 관광명소가 있는지를 표식으로 붙여 놓았으므로 해당 표식을 보면서 출입구를 나오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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