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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 일출봉을 지난 올레길 1코스는 카페와 음식점이 즐비한 성산리 골목길을 지나서 광치기 해변으로 나아갑니다.



성산리 골목길에 세워진 올레 표지판 총 15.1Km 중에서 13km나 걸었군요. 올레 1코스도 종착점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골목길을 지나 해변으로 나와서 바라본 성산 일출봉의 또다른 모습. 이곳에는 일제가 남겨놓은 역사의 상흔이 남아 있는 곳입니다.



올레길을 뒤로 잠시 접어두고 둑방길을 따라 수마포 해변으로 가는 길입니다. 아주 넓지는 않지만 검은 모래밭이 펼쳐집니다.



해안에 일제가 남겨 놓은 진지를 가는 길은 고운 검은 모래와 조개 껍데기가 쌓여 있어서 폭신 폭신한 촉감과 함께 독특한 색감을 느낄수 있는 장소입니다. 의외로 숨겨진 명소인지 사람도 많지 않아 좋았습니다.



제주 일출봉 해안 일제 동굴 진지 표지판. 일제 당시 연합군 함대를 향해 자살 폭파 공격을 하기 위한 소형선박을 보관하기 위한 격납고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제주도의 자랑 거리인 성산 일출봉 한쪽을 이렇게 망가뜨려 놓다니 ...... 주먹이 웁니다.



모두 18개를 만들었는데 하나만 왕(王)자형이고 나머지는 위의 그림과 같은 단순한 형태입니다.



지질 공원으로 지정될 만한 다양한 모습의 지질 형태를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는 곳이 이곳입니다.



이곳에서는 고운 모래와 함께 올망 졸망한 검은색 자갈들도 만날 수 있습니다. 수많은 세월과 파도가 만들어낸 몽돌밭입니다.



조금 높은 곳에도 구멍을 뚫어 놓았습니다. 그틈을 비집고 뿌리를 내린 나무들도 대단합니다.



수마포 해변에서 바라본 바다 전경.



수마포 해변을 나서서 올레길을 계속 걷는 순간 만난 해녀 어르신들. 헤엄쳐서 멀리 나갔다가 헤엄 쳐서 돌아오시는 모양입니다. 젊은 사람들도 체력적을 감당하기 어려울텐데 하는 안쓰러움과 함께 존경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뭍으로 올라오는 이분들의 행동에는 거침이 없습니다. 우리네 같은 사람이라면 뭍으로 올라오면 일단 한숨을 쉬고 갈텐데 올라오자 마자 동료의 부표를 받아주고는 바로 걸음을 옮깁니다.



여러 해녀 분들이 잠수복을 갈아 입고 사전, 사후 처리를 하는 베이스 캠프인 모양입니다. 벽에 걸린 빨간 부표와 그물망이 많은 사연을 말해 주는듯 합니다. 



성산 일출봉과 멀리 섭지코지가 만의 형태로 감싸는 모양의 광치기 해변의 모습입니다. 



점점 멀어지는 성산 일출봉의 전경. 



올레길 리본이 걸린 길을 가로막고 서 있는 말 한마리. 1코스 초반에 방목하는 소를 만나더니 이번에는 말입니다. 줄이 길어서 말이 다가온다면 대면할 수 밖에 없는 거리라는 점이 걷기를 멈추게 했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줄이 중간에 있는 빨간 물통에 걸려서 우리에게 까지는 못 온다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총총 걸음으로 지나고 나니 말이 어슬렁 거리며 쫓아오기는 했는데 역시 물통에 걸리더군요.



올레길을 걷다보면 가끔씩 만나게 되는 4.3 유적지 중의 하나인 터진목 양민 집단 학살터 표지석입니다.



4.3 사건을 통해서 무고하게 목숨을 잃은 수많은 사람을 기림으로 다시는 이땅에 그런 슬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젖먹이에서부터 80이 넘는 노인까지 4백여명이나 총, 칼, 죽창에 의해서 학살 당했다니 가슴이 먹먹해 집니다.



터진목 4.3 유적지 표지. 이념의 깃발 아래 무자비하게 자행된 학살이 다시는 자행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이 자리한 이념적 갈등을 바라보면 그저 답답할 뿐입니다.



해변에 있는 강중훈님의 "섬의 우수"라는 시를 읽으면 가슴이 아려옵니다.


여기 가을 햇살이

예순 두해 전 일들을 기억하는 그 햇살이

그때 핏덩이 던 할아비의 주름진 앞이마와

죽은 자의 등에 업혀 목숨 건진

수수깡 같은 노파 잔등 위로 무진장 쏟아지네

거북이 등짝 같은 눈을 가진 무리들이 바라보네

성산포 ‘앞바르 터진목’

바다 물살 파랗게 질려

아직도 파들파들 파들파들 떨고 있는데

숨비기나무 줄기 끝에

철 지난 꽃잎 몇 조각

핏빛 태양 속으로 목숨 걸 듯 숨어드는데

섬의 우수 들불처럼 번지는데

성산포 4·3희생자 위령제단 위로 

뉘집 혼백인양 바다갈매기 하얗게 사라지네


특히 "거북이 등짝 같은 눈을 가진 무리"로 표현한 학살자를 생각하면 공포스럽기 까지 합니다.


강중훈님의 "섬의 우수" 옆에는 2008년 노벨문학수상자인 프랑스 작가 장 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Jean Marie Gustav Le Clezio)가 쓴 프랑스판 "지오(GEO)"라는 잡지의 2009년 3월호에 실은 "제주매력에 빠진 르클레지오"란 제목의 글에서 발췌한 글의 일부가 실려있습니다. 클레지오의 글을 통해서 제주 4.3 사건을 조금 멀리서 바라보면 더 많은 것을 모른체 놓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한국 사람도 모르던 4.3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이념의 맹목 속에서 많은 것이 묻히고 많은 것이 왜곡된 우리 나라의 근대사입니다.


우리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2017년 11월에는 제주 4.3 사건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묻는 서명 운동이 시작되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아픔의 사연이 묻힌 터진목을 뒤로 하고 오늘 올레 1코스의 종착지인 광치기 해변을 걷습니다.



광치기라는 이름의 유래를 알아보니 슬픈 사연이 있군요. 어부들이 죽으면 그 시신이 해류의 영향으로 이 해변으로 밀려오곤 했고 해변에서 시신이 발견되면 이곳에서 바로 관에 넣었다 해서 "관치기"라 했다 합니다. 밀물과 썰물 때의 모습이 달라지는 해변으로 썰물때 독특한 암반 지대가 드러나 보말이나 게 잡이를 하는 사람들, 해초를 채취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올레꾼에게는 해변길을 걷는 호사가 더 좋지요.



광치기 해변에서 바라본 성산 일출봉.



광치기 해변의 들풀 언덕도 끝내주는 그림을 선사합니다.



광치기 해변에서 말타기 체험을 하는 아이들. 말체험을 시작하는 장소가 올레 1코스의 종착점이자 2코스의 시작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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