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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뤼니 국립중세박물관(Musée de Cluny - Musée national du Moyen Âge)을 나서면 바로 앞에 있는 폴 팽르베(Square Paul-Painlevé) 공원에서 지친 다리를 쉬어 갑니다. 공원을 나오면 클뤼니가(Rue de Cluny) 쪽으로 걸어서 공원을 감싸면서 소르본 대학 쪽으로 걷습니다.



폴 팽르베 공원 건너편으로 보이는 명문 소르본 대학(http://www.english.paris-sorbonne.fr/?lang=en)입니다. 1257년 신학자 소르본이 가난한 신학생들을 위해 신학대학으로 처음 세웠고 파리 4대학이라고도 합니다. 세계 최초의 대학중 하나입니다. 빅토르 위고, 파스퇴르, 퀴리부인 등이 이대학 출신입니다.



폴 팽르베 공원 한쪽 면으로는 16세기 프랑스 철학자이나 수필가인 미셸 드 몽테뉴(Michel de Montaigne)의 동상이 있습니다. 저서로 "수상록, Essais"이 있고 베이컨, 데카르트, 파스칼, 루소, 에머슨등 서양 작가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몽테뉴 동상을 지나 교차로에서 소르본가(Rue de la Sorbonne)로 좌회전해서 걷습니다. 대학가라서 그런지 파리의 무인 자전거 대여 시스템인 벨리브(VELIB)의 자전거 규모가 큰 편입니다.



학교 출입문을 지키고 있는 경비원의 모습은 누구나 자유롭게 출입하는 국내 대학의 캠퍼스 풍경과는 판이하게 다릅니다. 캠퍼스 내부 풍경은 어떨지 모르겠지만......거대한 캠퍼스를 가지고 맹탕 학생을 찍어내는것 보다는 학문 연구에 매진하는 대학의 모습이 보다 바람직 하지 않나 싶습니다. 대학은 건물이 아니니까요. 



소르본가를 걷다보면 만나는 소르본 광장(Place de la Sorbonne) 입니다. 이런 넓은 광장이 대학 캠퍼스와 어울리는 법이죠. 이 광장을 나서서 조금 걸으면 바로 뤽상부르 공원입니다. 학교에 넓은 운동장이 없더라도 넓은 뤽상부르 공원을 학교 공원이나 운동장처럼 사용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니 온갖 구색을 맞춘 대학 캠퍼스보다 연구에 매진하면서 지역 공동체와 함께하는 대학의 모습도 나쁘지 않겠다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소르본 광장을 지나서 교차로를 만나면 쿠자스 거리(Rue Cujas)로 좌회전해서 걷습니다. 위의 사진은 소르본 대학을 지나면 만나는 리세 루이 르 그랑(Lycée Louis-le-Grand, http://louislegrand.org/)이라는 고등학교입니다. 1563년 세워진 유서 깊은 학교로 빅토르 위고와 최근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도 이 학교 출신이라고 합니다. 프랑스의 주요 인재들이 배출되는 그랑제콜(Grandes écoles & classes préparatoires, CPGE)의 합격율이 높기로 유명합니다.



쿠자스 거리(Rue Cujas)를 계속 걸으면 웅장한 모습의 팡테옹(Pantheon, http://www.paris-pantheon.fr/en/)을 만날 수 있습니다. 매일 오전 10시~오후 6:30에 개방하고 입장료는 9유로입니다. 뮤지엄패스를 사용 할 수 있습니다.



루이 15세가 1758년에 처음 건축을 시작할 당시에는 생 즈네비에브(Sainte-Geneviève) 대성당으로 세웠으나 완공 시점인 1790년은 프랑스 대혁명 시기로 정부는 건물을 성당이 아닌 프랑스 위인을 기리는 장소로 바꾸도록 명령했고 팡테옹(Panthéon)의 이름으로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팡테옹 상단에 새겨진 글은 다음과 같은데 

AUX GRANDS HOMMES LA PATRIE RECONNAISSANTE

"위대한 이들에게 조국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바칩니다"라는 뜻입니다.



기둥 머리가 화려하고 독특한 코린트식(Corinthian order)의 기둥이 정문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신고전주의(neo-classicism)의 초기 모델로 전면부는 로마의 판테온을 본 딴것이라 합니다.



전면과 천장의 화려한 장식. 



길이 110미터, 폭 84미터, 높이 83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건물의 정교한 조각들이 눈을 사로 잡습니다. 코린트식 기둥 머리와 어우러진 천장의 부조 장식이 에투알 개선문의 천장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지상층을 둘러보고 지하층에 있는 위인들의 묘지를 둘러봅니다.



1 - 본당. 코린트식 기둥들과 돔을 받치고 있는 4개의 기둥이 넓은 공간

2 - 롱들레(Rondelet)의 팡테옹 모형

3 - 씨카르(Sicard)의 국민 공회(The National Convention) 조각상

4 - 세계대전 중에 죽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유명인들의 이름이 새겨짐

5 - 프랑스의 절대 군주 체제인 앙시앵 레짐(Ancien Régime) 기간 동안의 기독교인 영웅들

6 - 생 제네비에브 삶의 주기

7 - 돔 아래의 프레스코화

8 - 레옹 강베타(Léon Gambetta) : 3공화국에 기여한 프랑스 정치인

9 - 현관. 볼테르와 장 자크 루소

10 - 원형홀. 

11 - 제국의 고관들

12 - 주요 작가들. 빅토르 위고, 엠마 졸라, 뒤마등

13 - 평등을 위해 싸운 주요 인물들.

14 - 프랑스 혁명 당시 민주주의와 시민의 가치를 위해 삶을 바친 강력한 목소리들

15 - 용기와 저항. 세계 대전 가운데 큰 용기를 보여준 사람들

16 - 마리 퀴리를 비롯한 과학자들



팡테옹 본당으로 들어 왔습니다. 조각들이 카톨릭 성인들과 관계된 것으로 바뀌고 바닥에 의자가 있다면 영락없는 성당입니다. 아무튼 프랑스의 대표적인 위인 70여명이 안치되어 있는 곳이니 성당과 결은 조금 달라도 엄숙한 분위기는 다를 것이 없습니다. 



프랑스 대혁명 기간중에 프랑스 혁명 정부 군대가 정규군이 아닌 농민 의용군을 기반으로 당시 가장 강력하다는 프로이센 군대를 상대로 거둔 1792년 9월의 발미 전투(Bataille de Valmy)를 기린 조각상. 왕정을 지지하는 오스트리아와 프로이센에게 밀리던 상황에서 만들어진 노래가 바로 프랑스 국가인 "라 마르세예즈, La Marseillaise"라고 합니다. 워낙 강렬한 가사 때문에 현재의 시대 상황에 맞지 않으므로 가사를 바꾸어야 된다는 청원도 있지만 당시 전투 상황에서는 병사들의 사기를 북돋워주는 노래였다고 합니다. 가사의 일부를 조금 인용해 보면 정말 강렬합니다.

프랑스인들이여, 분노해야 한다!

격정으로 들끓어야 한다!

저들이 감히 우리를

예전의 노예로 되돌리려한다!


무장하라, 시민들이여

대오를 정렬하라

전진, 전진!

저 더러운 피

고랑을 적시게



내부에서 바라본 돔의 모습. 천장화는 1811년 앙투안 장 그로(Antoine-Jean Gros)의 프레스코화 "생 즈네비에브의 성화, L'Apothéose de sainte Geneviève".



중앙 돔 아래로 67미터의 길이로 설치된 푸코의 진자(Foucault pendulum). 1851년 프랑스 물리학자 레옹 푸코(Léon Foucault)가 지구의 자전을 증명하기 위해 설치한 것입니다. 사진 처럼 25킬로그램의 추를 매달아서 흔들면 일정한 방향으로 진동해야 하지만 지구가 자전하기 때문에 진자는 지구 자전의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지동설은 푸코의 진자보다 200년 앞서지만 실험적으로 지구의 자전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푸코의 진자 좌측에 있는 로랑 마르케스트(Laurent Marqueste)의 "왕정복고의 연설가들과 언로인들을 위하여, Aux orateurs et publicistes de la Restauration".  나폴레옹과 함께 했던 아만드 카렐(Armand Carrel), 뱅자맹 콩스탕(Benjamin Constant)등의 인물들입니다.



푸코의 진자 우측에 있는 폴 가스끄(Paul Jean-Baptiste Gasq)의 "프랑스 혁명을 이끈 장군들의 영광을 위하여, A la Gloire des Généraux de la Révolution Française". 한쪽은 왕정복고, 다른 한쪽은 혁명의 주체를 기리는 균형감이라할까?



프랑수아 레옹 시카르(François-Léon Sicard)의 1920년 작품 "국민공회, La Convention nationale". 프랑스 혁명 기간중에 생성된 프랑스 최초의 정부인 국민공회를 기리는 조각. 사람들의 손 모양 때문일까요? 좌측에서 바라본 모습은 우리나라의 독립기념관 입구에 있는 "불굴의 한국인상" 조각이 연상됩니다. 



우측에서 바라본 "국민공회" 조각은 그 섬세함과 역동적인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에르네스트 에베르(Ernest Hébert)의 반원형 모자이크. 모자이크 아래에 라틴어로

ANGELVM GALLIÆ CVSTODEM CHRISTVS PATRIÆ FATA DOCET

라고 적혀 있는데 "그리스도께서 프랑스의 수호 천사에게 조국의 운명을 가르치고 계심"의 의미입니다.



"국민공회" 조각을 뒤에서 바라본 모습.



루이 라자르 오슈(Louis-Lazare Hoche) 장군의 동상.  프랑스 혁명기의 군인으로 나폴레옹은 그를 "전쟁의 달인"으로 평가할 정도로 출중한 인물이었으나 30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가 살았더라면 나폴레옹과의 관계에서 세계사는 다른 방향으로 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팡테옹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모형. 이곳을 나와서 건물끝의 계단을 통해 지하로 내려 갈 수 있습니다.



지하 입구부터 프랑스의 위인들의 묘지입니다. 위의 그림은 프랑스 3공화국에 기여한 정치인인 레옹 강베타(Léon Gambetta). 프로이센과 프랑스간의 보불전쟁에서 항전을 주장했고 제 2 제정의 나폴레옹 3세를 비판하며 제 3 공화국 수립에 기여했습니다.



프랑스계몽주의 철학자 볼테르(Voltaire, François-Marie Arouet)의 무덤.



볼테르에 대해서 씌여진 글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Il combattit les athées et les fanatiques. Il inspira la tolérance, Il réclama les droits de l'homme contre la servitude de la féodalité

"그는 무신론자들과 광신자들과 싸웠다. 관용에 대한 영감을 주었고, 봉건제의 노예에 대항하여 인간의 권리를 주장했다"



지하 묘지의 통로. 키오스크를 통해서 각 위인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었습니다. 



18세기 프랑스의 생리학자이자 철학자인 카바니스(Pierre Jean Georges Cabanis)의 무덤.



다시 지상층으로 올라갑니다.



조셉 블랑(Joseph Blanc)의 1881년작 "톨비악 전투, Battle of Tolbiac". 496년에 있었던 프랑크족과 알라마니족과의 톨비악 전투를 그린 그림. 당시 이교도였던 프랑크족의 클로비스 왕은 전투에서 승리할 경우 카톨릭으로 개종하겠다고 했고 승리후 3천여명의 부하와 함께 세례를 받았다고 합니다.



앙리 부샤르(Henri Bouchard)의  "프랑스를 위해 죽은 이름없는 영웅과 순교자들을 위하여, Aux Heros Inconnus Aux Martyrs Ignores Morts Pour La France"라는 기념물.



지상층의 각 벽에는 생 즈네비에브(Sainte-Geneviève)의 삶과 앙시앵 레짐(Ancien Régime) 당시의 영웅들의 그림을 만날 수 있습니다.



초등학생으로 보인는 아이들이 선생님과 현장 학습을 나온 모양입니다. 아이들은 어딜가나 천방지축입니다. 인류에 위대한 영향을 끼쳤던 자국의 위인들을 만나는 학습 현장일텐데 개구장이들 때문에 선생님이 통제가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ㅎㅎㅎ



입구쪽 상단의 모습. 이 건물이 성당으로 남았다면 이곳에는 파이프 오르간이 있었겠지요!



출구로 나오면 보이는 에펠탑. 조금 멀기는 하지만 직선 거리로 보이는 것이 나름 의미가 있자 않나 싶습니다. 우측으로 앞쪽에 보이는 건물은 소르본 대학에 속하는 파리 1 대학.



팡테옹을 나오면 우측으로 돌아서 생 에티엔-뒤-몽 성당(St Etienne-du-Mont) 성당쪽으로 이동합니다. 팡테옹을 처음부터 성당이 아닌 국립묘지 성격으로 세웠더라면 아마 이렇게 크게 짓지 않았을 것입니다. 격변의 역사 전환기에 완공된 건물의 운명이 참 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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