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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심 드 카몽도 박물관(Musée Nissim de Camondo)은 이 저택의 주인이었던 사람들 때문일까요? 최상류층의 삶을 돌아보고 있지만 왠지 비판적이고 냉소적인 시각보다는 온화한 눈길과 위로의 마음으로 둘러보게 됩니다. 저택의 주인 이었던 머이즈 드 카몽도(Moïse de Camondo)는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여 전사한 아들 니심 드 카몽도(Nissim de Camondo)를 기리며 저택과 소장품을 기증하여 박물관을 시작할 수 있게 했습니다. 유대인 은행가 집안으로 막대한 부를 가졌으면서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가문이지만 2차 세계 대전 가운데 딸과 그 가족 조차 나치에 희생 당했다고 하니 사연을 들을 때마다 안타까움이 더합니다. 


아무튼 다양한 응접실과 서재가 있는 2층에("파리 걷기 여행기 - 36. 니심 드 카몽도 박물관 1" 참조) 이어서 1층과 지하층을 둘러 봅니다.



1층 욕실의 모습입니다. 수십년전의 시설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현대적입니다.



벽과 바닥은 타일로 깔끔하게 처리되었고 배관 시설과 세면대는 지금도 사용할 수 있을 것처럼 생생해 보입니다.



도기로 만들어진 비데(Bidet) 입니다. 전기를 연결하고 노즐이 나오는 우리나라의 비데를 생각하면 상상하기 어렵지만 아직도 유럽에서는 변기 옆에 위의 사진처럼 전기 장치나 노즐 없이 물로만 씻는 비데를 사용하는 곳이 많다고 하네요. 비데의 역사는 역시 18세기 프랑스 귀족층에서 시작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편하게 앉도록 의자 형태로 물 받이를 만들고 오로지 손에 의지해서 씻었지만 1900년대에 들어서 배관 기술이 좋아지면서 위의 사진과 같은 비데가 등장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보편화되고 있는 현대식 비데는 1980년 일본에서 시작된것이라 합니다.



수건걸이, 비누걸이, 수도꼭지 등은 현대의 제품들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습니다. 그러니 당시로서는 얼마나 럭셔리한 욕실이었을까? 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머이즈 드 카몽도 다양한 도자기를 수집했다고 합니다. 도자기 방이 따로 있는데 그에 앞서 따로 전시된 자기들입니다.



이곳은 펜트리(Pantry)라고 하는데 지하에서 요리사가 만든 음식을 승강기를 통해 받거나 그릇을 보관하는 곳입니다. 동으로 만든 싱크대에서 자기나 유리 그릇을 씻을 수 있는데 싱크대 위에 달린 것은 오존 살균기입니다. 음식을 데우거나 차갑게 보관할 수 있는 장비도 있습니다.



식당 모서리에 자리한 화병. 



채소나 수프를 담아 낼때 사용하는 은으로 만든 그릇(터린, tureen)입니다. 러시아에서 온것이라 합니다.



도자기 방에 전시된 수많은 자기들. 머이즈 드 카몽도는 혼자 식사할 때는 이방에서 식사할 정도로 자기에 애착이 있었다고 합니다.



식당 전면에 있는 흑인 여성의 흉상은 흉상 조각가로 유명한 장앙투안 우동(Jean-Antoine Houdon)의 작품으로 1794년 2월 4일 프랑스 혁명 중에 세계 최초로 노예제 폐지를 선언한 것을 연상시킵니다. 이후에 나폴레옹이 다시 노예제를 부활시키는등 완전한 노예제 폐지까지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의미있는 사건이었습니다. 



장 밥티스트 위에(Jean-Baptiste Huet)의 목가적인 그림들을 위해서 6각형 형태로 특별하게 디자인한 응접실입니다. 



이 응접실에 앉아서 장 밥티스트 위에의 목가적인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그냥 마음의 위로가 될 것 같습니다. 



큰 응접실(THE GREAT DRAWING ROOM). 이곳도 정원이 내려다 보이는 조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면에 걸린 초상화는 18세기에 가장 유명했던 프랑스 여류화가 엘리자베스 루이 비제 르 브룅(Élisabeth Vigée Le Brun)의 작품으로 작가가 말메종 성(Malmaison)에 머물때 그린 그림으로 나폴레옹과 조세핀이 구입했던 것이라 합니다. 브룅은 마리 앙투아네트의 총애를 받아 왕실 작가로 왕비의 초상화를 많이 그린 것으로 유명합니다.



1층 현관의 시계와 대리석 분수. 1750년경에 붉은 대리석으로 만든 분수입니다.



지하에는 부엌, 일꾼들의 식당, 설겆이 하는 곳, 주방장 사무실등이 있는데 부엌에 들어서면 "와!"하는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진열대에 가지런하게 정리된 동으로 만든 갖가지 주방 도구들은 부러움과 처음 보는 세계에 대한 놀라움을 자아 냅니다. 주방에 자주 드나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눈길을 멈추게 하는 장소입니다.



집주인이 음식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주방 도구 또한 예사롭지 않습니다. 사진 앞쪽이 1912년산 "Cubain" 이라는 브랜드의 스토브가 있는 쿠킹 렌지이고 뒷쪽 벽에 있는 것은 로티스리(Rotisserie)라고 불리우는 그릴입니다. 전문 식당에 비할바가 아닙니다.



음식 재료를 가는 민찌기.



빵틀과 다양한 도구들을 보면서 그저 감탄할 뿐입니다.



주방을 위한 배관도 당연하겠지요. 두 배관을 상하로 배치해서 수도 꼭지 4개를 배치한 모습이 재미 있습니다.



부엌 바로 옆에 있는 일꾼들의 식당. 2층에 있는 식당보다 부엌에서 쪽문을 열고 음식을 바로 받을 수 있는 이곳이 더 정겹게 느껴집니다. 요리하는 사람과 먹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으니 가족적인 분위기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것은 무슨 물건인가 했는데, 계란바구니 였습니다.



저택을 관리하는데 보통 12~15명이 항상 일했다고 합니다. 그들을 위한 식당을 뒤로하고 박물관을 나섭니다.



박물관의 입구입니다. 외부에서 작은 대문을 통해 들어 오기 때문에 박물관 표지가 없다면 밖에서는 일반 집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마당을 가로질러 정면의 현관으로 들어갑니다. 박물관 폐장 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 늦게 도착한 탓에 조금 서둘러서 관람했지만 만족감이 높은 박물관이었습니다. 작지만 알찬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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