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728x90

역방향으로 걷고 있는 서해랑길 88코스는 공생염전 남단의 해안길을 걸으면서 화성시 서신면 장외리에서 매화리로 넘어간다. 매화리의 해안길 끝자락부터는 도로변을 따라 이동하며 백미리로 진입하여 남쪽으로 이동한다. 한맥중공업 공장 주위를 돌아서 해안으로 나간 길은 백미항을 거쳐서 함박산 자락의 계곡길로 들어가고 고개를 넘어서 궁평리 해수욕장으로 향한다. 솔숲 산책길을 걸어내려 가 궁평항에서 코스를 마무리한다.

 

공생염전에 도착한 서해랑길은 염전 남단의 둑방길에 조성된 산책길을 걸으며 서신면 매화리로 들어간다. 이 둑방길은 1950년대에 북에서 피난 내려온 실향민들이 손으로 직접 조성한 8백여 미터의 제방이다. 7년여에 걸친 제방 공사 이후에 염전을 조성했다고 한다. 함께 살아가자는 "공생 염전"의 이름에서 그분들의 삶에 대한 의지가 느껴진다.

 

염전 하단의 깔끔한 둑방길에서 조용히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커다란 봉지를 들고 쑥을 뜯으러 나온 사람들도 한둘이 아니었다. 봄쑥에 대한 사람들의 갈망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풍경이 아닌가 싶다. 단군신화에서 곰이 마늘과 쑥을 먹은 것이 근거 없이 그냥 나온 것은 아닌 모양이다.

 

공생 염전 지역이 끝나면 북쪽의 매화 4리 풍경을 뒤로하고 염전 해안로 도로를 따라서 도로변을 걷는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이 해안으로는 군사 철책이 있었던 곳인데 2022년 말에 화성시의 모든 철책을 철거했다고 한다. 일부 철책이 남아 있는 곳은 군사용 목적보다는 안전을 위한 것이라 한다. 분단국가에서 해안 철책의 철거는 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변화 중의 하나이다.

 

철책이 철거된 아름다운 해안에 앉아서 간식을 먹으며 넉넉한 휴식 시간을 가졌다. 따스한 햇살이 아직은 따갑지 않은 계절이라 좋다.

 

매화리 남단의 도로를 따라 걷는 길은 백사포 삼거리까지 이어진다.

 

백사포 삼거리에 들어서면 우회전하여 한창 공사 중인 도로를 따라 이동해야 한다. 백미항 앞을 지나서 궁평항까지 이어지는 새로운 도로가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다. 네팔 여행 당시 포카라 인근을 로컬 버스로 이동하며 만나던 공사 중 도로가 떠올랐다. 길어지는 도로 공사에 군데군데 깊게 파인 웅덩이가 너무 많다 보니 미니버스는 웅덩이를 그냥 지나갈 수밖에 없고 그때마다 놀이 공원의 기구를 타는 것처럼 몸이 공중으로 날아올랐었다. 같은 여행을 다시 하라면 아마도 많이 망설이지 않을까 싶다.

 

도로 공사 현장을 걷던 길은 한맥 중공업 공장을 지나서 공장 담벼락을 끼고 우회전하여 해안으로 나간다. 공사 중인 현장이라 길이 헷갈릴 수도 있었는데 마침 이 길을 순방향으로 걷고 있는 젊은 부부 덕분에 헤매지 않고 길을 찾아갈 수 있었다. 

 

농로를 따라 해안으로 향하는 길은 한창 모내기를 준비 중인 논둑길도 잠시 거쳐간다.

 

백미리 해안으로 나온 길은 해안 제방길을 따라서 백미리 어촌 체험마을로 향한다. 물 빠진 갯벌을 따라서 서쪽으로 이동하는 길은 태양이 만들어 놓은 은빛 갯벌을 보며 걷는 길이다. 화성 실크로드 황금해안로라는 길이름이 붙어 있다.

 

해안 제방길 끝자락에서는 작은 수로를 돌아서 간다.

 

작은 수로를 지나가는데 짚은 봄향기가 발길을 붙잡는다. 라일락이다. 라일락 꽃향기는 언제 맡아도 사람을 매료시키는 매력이 있다. 라일락이라 부르니 외국산처럼 느껴지지만 원산지가 한국인 토종 라일락이 일곱 종류나 있다고 한다. 개회나무, 수수꽃다리, 정향나무 등등

 

길은 해안 제방길을 지나서 백미리 캠핑장으로 들어선다. 초입에 반려가족 놀이터라는 이름의 공간이 있었는데 반려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동물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 아닌가 싶다.

 

멀리 앞바다에 감투섬을 두고 있는 백미항을 보면서 백미리 희망 캠핑장 앞을 통과한다.

 

길은 백미항 앞에서 좌측으로 길을 돌려서 함박산 계곡으로 향한다. 원래의 길은 백미항을 지나 계속 해안길로 가는 경로였으나 지금은 계곡을 넘어서 가는 경로로 바뀌었다. "백가지 맛, 백가지 즐거움, 백미리"라는 슬로건에 약간 갸우뚱하는 느낌도 있었지만 꿈보다 해몽이라고 슬로건은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사 중인 도로를 가로질러 백미리 사랑방 앞을 지나서 계곡으로 들어간다.

 

마을길을 걸으면서 좁은 담벼락 공간을 정성스레 가꾸고 있는 집을 지나는데 그 좁은 공간에서도 귀한 꽃을 만났다. 매발톱이란 꽃이다.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잎만 보면 방풍나물처럼 생겼다.

 

함박산 자락의 계곡 안으로 들어간다. 계곡 안으로 계단식 논이 자리한 곳이다.

 

계곡의 고개를 넘어가니 마을길에 자리한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감탄이 터지게 한다. 햇빛이 넉넉하게 들어오는 남향 언덕에 자리한 마을답게 이 마을에 사시는 분들도 나무를 지키는 여유로운 마음씨를 가진 모양이다.

 

완만한 내리막길을 걸으며 만나는 백미리 마을 풍경은 봄 농사의 분주함으로 활력이 넘치는 분위기이다.

 

마을을 벗어나 해안으로 향하는 길에서는 멀리 궁평유원지의 솔숲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마을길 양쪽에서 쑥쑥 크고 있는 메타세쿼이어는 몇 년 후에는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 본다. 도로 확장 공사가 한창이던데 사람들의 손길 가운데서 살아남을까? 하는 의문도 던지게 된다.

 

마을을 벗어난 길은 공사 중인 도로를 가로질러 궁평유원지 안으로 진입한다. 깔끔하게 정비된 공원 벤치에 앉아서 전곡항으로 돌아갈 버스 시간을 계산하며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궁평유원지의 솔숲 해변은 훌륭했다. 우람한 소나무들이 즐비한 솔숲 사이의 산책길을 걸어서 남쪽으로 내려간다.

 

솔숲 사이로는 멀리 궁평항 등대도 시야에 들어온다. 잘 조성한 데크 솔숲길을 따라 길을 이어간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사람들 중에는 휴일을 맞이해서 나들이 나온 외국인 근로자들도 상당수가 있었다. 화성시는 전국에서 외국인 근로자 수가 가장 많은 도시라고 한다. 2024년 기준으로 약 6만 명을 바라보고 있고 이는 화성시 인구의 6.7%에 해당하니 엄청난 숫자이다. 화성시에 제조업 공장이 많은 까닭일 것이다.

 

솔숲에서 벗어나 모래 해변으로 나와서 풍경을 둘러보니 자연스레 감탄이 나온다. 예상치 못한 긴 모래 해변에 엄지 척을 들고 싶은 마음이다. 전철과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으로 수도권에서 접근할 수 있는 해수욕장이라니...... 2Km가 넘는 결코 작지 않은 해변과 1백 년이 넘는 곰솔숲이 있는 해변, 훌륭하다.

 

지금은 서쪽으로 눈부신 태양을 맞이하고 있지만 저녁이면 황홀한 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풍경 맛집이 아닐까 싶다.

 

곰솔숲을 지난 지점부터는 해안으로 엄청난 차박 행렬이 이어진다. 공식적인 캠핑장도 차박지도 아니어서 무료로 차박을 즐길 수 있는 장소인데 노을을 보며 차박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장소가 아닌가 싶었다.

 

궁평항과 해수욕장을 연결하는 궁평낙조길을 보니 궁평항 종료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

 

궁평낙조길 위에서 아직은 황금색으로 물들지 않은 오후의 태양을 마중한다. 아름답다.

 

궁평낙조길 위에서 바라보는 궁평리 해수욕장 풍경도 일품이다. 궁평항 한쪽으로는 어린이 낚시 체험과 오리배 체험 공간이 있었는데 깊지 않은 물에서 하는 놀이로 가족 단위 나들이 손님들을 대상으로 한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낙조 맛집도 맞고, 궁평항 수산물 직판장에서 좋은 수산물을 구입해서 즐길 수 있으니 사람들이 몰리고, 그러니 이곳이 늘 상습 정체 지역이라는 것이 이해가 된다.

 

궁평항에서 역방향으로 걸었던 88코스를 마무리하고 전곡항으로 돌아간다. 전곡항으로 가는 H52번 버스를 타려면 고잔마을 정류장까지 조금 걸어가야 한다. 미니 시내버스로 전곡항에 도착하니 황금빛 노을이 바다 아래로 내려가기 직전이다.

728x90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2025/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