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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시 현덕면 대안리로 들어온 서해랑길은 113미터의 마안산을 넘어간다. 산을 내려와 대안 4리를 지난 길은 도대천 하류의 농지와 가로지르며 현덕면 기산리로 들어가고 이 과정에서 서해선 철도도 통과한다. 원기산 자락을 지나 권관리로 들어가는 길은 남쪽으로 이동하여 평택호 관광단지에 이른다.

 

지난번 여행에서 여정을 멈추었던 마안산 입구에서 여정을 다시 시작한다. 주말을 맞아서 산책 나온 사람들이 적지 않다. 높지 않은 산이고 길이 거칠지 않아서 가족 여행객의 가벼운 산책길로 적당한 곳이다. 등산로 입구에도 산을 내려가도 버스 정류장이 있어서 시내버스를 타고 다녀가도 좋은 곳이다.

 

깔끔하게 조성된 숲 속 산책로를 따라서 가을숲을 만끽하며 걷기 시작한다. 숲 속 산책로 주변으로는 다양한 설치 예술 작품들이 있어서 그 또한 걷기의 재미를 더해 주었다.

 

운동 시설, 휴식 시설, 작품들도 있어서 다양한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공간이 아닌가 싶다. "거미줄에 걸린 바다살이"라는 작품이 특별히 눈에 들어온다. 체리필터의 "낭만 고양이" 노래가 떠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닌가 싶다. 

내 두 눈 밤이면 별이 되지
나의 집은 뒷골목 달과 별이 뜨지요
두 번 다신 생선가게 털지 않아
서럽게 울던 날들 나는 외톨이라네
이젠 바다로 떠날 거예요
거미로 그물 쳐서 물고기 잡으러
나는 낭만 고양이
슬픈 도시를 비춰 춤추는 작은 별빛
나는 낭만 고양이
홀로 떠나가버린 깊고 슬픈 나의 바다여

 

마안산 능선을 걷다 보면 남쪽으로 평택호와 함께 호수 건너편 아산의 산야를 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호수에 비친 아침 태양이 참 아름답다.

 

마안산 정상으로 가는 오르막 길은 완만한 편이라 무리하지 않고 걸을 수 있는 길이다. 마안산의 전체 산행길은 약 2Km 정도에 이른다.

 

돌탑과 벤치가 있는 마안산 정상을 지난다.

 

정상이라고 해서 전망이 좋은 것은 아니고 숲 사이로 평택호를 살짝 볼 수 있는 수준이다. 곧바로 하산길에 들어선다.

 

길지 않은 하산길 끝에서는 대안 4리 마을 너머로 남북으로 들판을 가로지르는 서해선 철도의 교각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길은 대안 4리 마을 회관 앞을 지나서 들판으로 나간다.

 

한쪽에는 마을의 방앗간이 없어지면서 사라질뻔한 연자방아와 디딜방아를 마을분들이 이곳이 옮겨 놓은 곳이 있었다. 민속 박물관에 가야 볼법한 물건이데 이런 마을에서 볼 수 있다니 마을 분들의 열정이 느껴진다. 디딜방아는 시소 방식으로 사람의 발로 절구질을 하는 것이고 연자방아는 말이나 소가 큰 돌을 끌게 해서 방아질을 하는 도구이다.

 

12월 초에 들어선 들판의 날씨는 길에 살얼음을 만들고 있다. 그래도 아직은 걸을만하다.

 

그런데 가던 길이 막히고 말았다. 도대천을 건널 수 있는 곳은 인근에서 이곳이 거의 유일한 곳이라 우회로도 없는데 다리가 없어진 것이다. 인근에서 산책하시던 노부부에게 저곳을 건널 수 있냐고 물으니 아주머니는 잘 모르겠지만 못 갈 거 같다고 하시고 아저씨는 조심히 갈 수 있을 것이라 하신다. 하는 수 없이 일단 아저씨 말을 믿고 계속 진행했는데 다행히 도대천을 걸어서 건너갈 수 있었다. 여행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은 사람을 긴장시키기도 하지만 스릴 만점이기도 하다.

  

도대천을 건넌 길은 현덕면 기산리로 진입한다. 

 

길은 기산리 마을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남서 방향으로 마을 외곽을 돌아간다. 남서 방향으로 멀리 평택호 관광지에 위치한 평택호 예술관의 독특한 지붕이 보이기 시작한다.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는 기산리를 서쪽으로 지나다 보니 길은 금세 현덕면 권관리로 들어선다. 권관 3리 회관을 지나니 평택호 관광단지가 바로 눈앞이다.

 

길 좌측으로는 삼각 지붕의 평택호 예술관, 우측으로는 둥근 지붕의 야외공연장을 보면서 강변으로 향한다.

 

예술관 앞에는 초라한 지붕을 쓰고 있는 "황새울 지킴이의 노래"가 호미질하는 한 할머니의 사진, 그리고 "내 땅에서 농사짓고 싶다"라는 말과 함께 서 있었다. 2006년 정부의 강제 집행으로 땅을 빼앗긴 농부들의 아픈 사연이 있는 노래였다.

우리 팔 걷어부쳤네. 
우리 팔 걷어부쳤네 
대추리 도두리 황새울 지킴이. 
우린 팔 걷어부쳤네

 

우린 끝까지 간다네
우린 끝까지 간다네
대추리 도두리 황새울 지킴이
우린 끝까지 간다네

 

미군 부대 확장을 위해서 대추리와 도두리 일원을 1만 5천 명의 군경을 동원해서 강제 집행했다고 한다.

 

주차장을 가로질러 강변으로 나오니 남쪽을 바라보고 있는 이곳은 중천을 향해 오르고 있는 태양으로 눈부시다.

 

서쪽으로는 아산만 방조제가 시야에 들어오고 공원 입구에서 옥수수와 번데기를 파는 노점상 할머니는 장사 준비로 분주하다. 주말을 맞이해서 공원으로 들어오는 차량도 많아지고 공원을 거니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벤치에 앉아서 잔잔한 호수를 바라보며 멍 때리기 하기에 딱인 장소다.

 

길은 강변 산책로를 따라서 아산만 방조제 방향으로 서쪽으로 이동한다. 길을 이어가다가 이른 점심을 해결하며 휴식 시간을 갖는다. 조금은 이른 시간이라 식당이 영업하는지 몰라 식당 앞을 서성이다 들어갔는데 정작 주인은 그냥 들어오시지 왜 앞을 서성이냐고 하신다. 따뜻한 온돌 바닥에 앉아 몸도 따뜻하게 녹이고 발도 쉬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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