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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군으로 넘어온 서해랑길은 230킬로미터가 넘는 해안선을 가진 태안해안국립공원으로 향한다. 서산 B지구방조제를 출발하면 천수만로 도로 인근을 걷다가 당암마을에서 도로를 가로질러 들길로 나간다. 당암리의 들길을 남쪽으로 돌아가는 서해랑길 65코스는 77번 국도 안면대로를 가로질러 신온 1리에 이른다.
드디어 서해랑길은 태안군으로 들어왔다. 전남 해남군에서 시작하여 진도군, 목포시, 무안군, 신안군, 영광군, 고창군, 부안군, 김제시, 군산시를 거쳐 충청남도 서천군으로 진입할 때만 해도 감회가 새로웠는데 이제 충남 서쪽 끝자락의 태안군으로 들어오니 기분이 묘하다.
64코스 후반부에어서 걷는 65코스는 서산 B지구방조제에 위치한 태안군 관광안내소 앞의 벤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요즘 수질 때문에 해수를 유통시키는 역간척이 추진되고 있는 부남호를 바라보는 풍경이다. 이곳은 고 정주영 회장이 폐 유조선을 가라앉히는 방법으로 방조제를 만들어 정주영 방조제라고도 부르는데 이제는 부남호의 수질이 워낙 좋지 않아 역간척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사람의 손이 갈수록 자연이 망가진다는 현실은 곳곳에서 목격된다.
"서해안 휴양관광 중심도시 태안"이라는 조형물에 낙지와 청자가 있는 배 형상이 올려져 있었다. 이른바 "낙지가 끌어올린 청자" 사건을 소재로 만든 조형물인 모양이다. 태안에서는 낙지를 잡던 어민이 도자기를 발견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2007년 태안의 한 어민이 주꾸미를 잡다가 주꾸미가 빨판에 달고 온 청자 조각을 보고는 주변을 파서 청자를 발견한 것을 계기로 고려 조운선을 발견하고 이후로도 난파선 다섯 척을 인양하며 3만여 점의 유물을 건지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아름다운 바다로 유명 태안, 얼마 전에는 대형 기름 유출사고로 온 국민의 도움을 받았던 태안 이면에 옛날에는 수많은 배가 침몰했던 거친 바다를 가진 태안을 새롭게 보게 된다. 섬이 아니었던 안면도에 수로를 만든 이유도 안전한 뱃길을 만들고자 한 의도였다고 하니 이곳 바다가 얼마나 거칠었는지 짐작할만하다.
방조제 끝자락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당암리 들길로 진입한다.
부남호를 뒤로하고 굴다리를 통과하여 길을 이어간다.
천수만로 도로 인근으로 나왔던 길은 다시 당암리 마을길로 길을 잡는다. 작은 언덕을 넘어가는 길이다.
대나무 숲 아래 꽃무릇이 시선을 붙잡는다.
언덕을 내려가 당암리 들길을 이어간다.
햇살에 반짝이는 억대꽃을 보니 가을 분위기 제대로다. 휑할 것만 같은 들길에서도 가을을 만끽할 수 있다.
당암리 들판길에 세워진 표지판은 자주 보지 못했던 것인데, 자전거 통행이 많은 곳이니 주의하라는 경고판이다. 자동차를 타고 주변에 펜션이나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 때문에 자전거를 이용하는 주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설치한 지자체의 배려를 칭찬해 주고 싶었다.
황금물결이 일렁이는 당암리 들판을 보며 길을 이어간다.
들길이 산길로 바뀌는 지점에서는 70여 미터의 작은 언덕을 넘어가야 한다. 늘 그렇지만 오르막길은 몸을 뜨겁게 한다. 힘을 쓰면 온도가 올라가는 몸의 반응이 신기할 따름이다.
언덕을 내려오면 당암리 경로당을 지나서 천수만로 도로를 만난다.
길은 천수만로 도로를 가로질러 농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간다. 태안 들판에서는 10월 초인데 벌써 마늘 심기가 시작되었다. 바로 옆 동네 서산 육쪽마늘의 명성만큼이나 태안 마늘도 귀한 몸값을 받는다고 한다.
농로를 따라 내려가는 길에서 만난 논의 모습은 안타까움 그 자체다. 곳곳에 쓰러진 벼들이 탄식을 부른다. 나그네의 마음이 이 정도인데 농민들의 마음은 어떨까 싶다. ㅠㅠ
팽나무골에 이어진 수로를 건너서 수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간다.
수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던 길은 태안군 공설 영묘전 입구 인근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잡아 길을 이어간다. 서해랑길 표지판에 생뚱맞게 "쥬라기공원"이 등장했는데 약 2Km 지점에 있는 곳으로 박물관도 운영하고 있다. 50여 개가 넘는 공룡 진품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방향은 비슷하지만 서해랑길은 그곳을 들르지 않는다.
도로가 끊겨서 자동차는 갈 수 없지만 걷기족은 무난히 길을 이어간다.
수로를 건너면 우회전하여 저드레길을 걷게 되는데 "영묘전으로 가는 길"이라는 현수막을 만난다. 태안 공설 영묘전을 의미하는 것인데 공공에서 운영하는 봉안당을 의미한다. 납골당으로 알고 있었는데 납골당은 일본식 명칭이고 우리말 표준은 봉안당이라고 한다. 공식적으로 봉안당으로 명칭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전국 곳곳에는 공설 봉안당이 의외로 많이 있었다.
저드레길이란 말의 의미가 뭘까? 하고 찾아보니 "산자락에 있는 마을"이란 의미라는 의견이 있었다. 실제로 태안군 남면의 저드레길은 당암리의 산자락을 따라서 길이 이어진다. 길을 걷다가 논 가에 있는 특이한 식물에 눈길이 간다.
땅에 깔린 잎의 모습이 빈대처럼 생겼다고 땅빈대라 불리는 한해살이 풀이다. 어떤 풀이나 농부가 원하지 않는 곳에 나면 잡초, 돌아래에 있더라도 그 가치를 알고 나면 약초가 되듯이 땅빈대도 논가에서 잡초처럼 자리를 잡고 있지만 해열과 해독등 약재로도 쓰인다고 한다. 비단풀, 지금초라고도 불린다.
저드레길을 걸어온 길은 언덕길을 넘어서 77번 국도 안면대로와 만난다.
억새가 바람 따라 춤을 추는 마을길을 걷는다.
77번 국도를 가로질러 서쪽으로 이동하는 서해랑길은 신온 1리 마을회관을 지난다.
신온 1리를 지나고 있는 길은 마검포길을 만나서 수로를 건너 북쪽으로 이동한다.
마검포길에서 만난 한 집 울타리에는 음료수 캔으로 정성스럽게 만든 바람개비들이 달려있었는데, 주인장의 솜씨와 정성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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