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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 마지막 날이다. 오늘은 해파랑길 10코스와 11코스를 이어서 걷는다. 11코스 초반부는 원자력 발전소 지역을 우회하기 위해서 버스로 터널을 통과하여 문무 대왕릉 해변에서 11코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10코스 13.7Km 중에서 어제 조금 걸었던 1.5Km 정도를 빼고, 11코스 17.1Km 중에서 버스 이동 구간 5km 정도를 빼더라도 24km가 넘는 긴 여정이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정자 해변을 떠난 해파랑길은 신명 해변을 거쳐 울산시를 넘어 경주시 지경리에 이른다. 계속 해변을 걷는 길이다.

 

어제는 저녁에 해가 진후에 도착해서 화려한 건물들의 불빛 외에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는데, 평화롭고 화창한 날씨가 먼길을 떠날 우리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주는 듯하다. 어제 걸었던 강동 누리길, 강동 사랑길 등은 모두 울산시 북구에서 만든 길로 이곳 정자 해변을 포함하여 모두 행정동으로는 울산시 북구 강동동에 속한다. 강동은 신라시대부터 하나의 독립된 행정 구역으로 관리하던 유서 깊은 지역인데 강동이란 이름이 붙은 것은 조선 고종 때라 한다. 강의 동쪽이란 의미인데 바로 경주시 외동읍에서 발원하여 남쪽으로 흘러내려 태화강으로 합류하는 동천강의 동쪽이란 의미이다.

 

정자 몽돌 해변과 화려한 마천루들과 아파트가 자리하고 있는 이곳은 산하동으로 산 아래에 있는 마을 이란 의미이고 산은 무룡산을 의미한다. 무룡산 아래로는 터널이 뚫려 있어 울산 시내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저 멀리 정자항의 등대가 보인다. 강렬한 아침 햇살과 깃털 구름, 마치 모래가 아닌가 싶은 같은 고운 몽돌밭이 절경을 이룬다.

 

앞으로 걸어가야 할 신명 해변 쪽의 풍경이다. 겨울의 아침 바다는 평화롭기만 하다.

 

걸으면 철컥철컥 소리를 내는 몽돌밭의 모습이다. 정말 예쁘다. 이런 모습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파도와 폭풍우를 겪어야 했을까?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는 억겁의 시간이 걸렸을 텐데, 나는 이 세상을 마칠 때 세상의 파도에 이리저리 굴러서 과연 저렇게 예쁜 모습일까?

 

원래의 해파랑길 경로인 길로 돌아와서 본격적으로 10 코스 걷기를 시작한다. 꽃 모양의 조형물로 입구를 장식한 강동 중앙 공원 앞을 지난다. 바다를 보면서 산책할 수 있는 시민들의 휴식처이다.

 

이 지역에 저렇게 아파트 단지와 마천루들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2004년 도시 개발 구역으로 지정받은 것이 그 시작이었고 그렇게 시작한 산하지구 도시 개발 사업은 2020년에 끝났다고 한다.

 

신명교를 건너면 화려한 아파트 단지들과도 안녕이고 이제는 평범한 어촌 마을로 진입한다. 산 쪽으로 산을 횡단하고 있는 다리는 31번 국도이다. 오늘 하루 걷기 할 동안 자주 만났다, 헤어졌다 할 도로다.

 

신명교를 건너서 우회전하여 해안쪽으로 향하면 신명 해변을 만날 수 있다. 정자 해변과 쭉 이어진 해안인데 이곳은 몽돌도 있지만 모래가 많은 해안이다.

 

신명 해안에서는 원투 낚시로 성대를 잡는다고 한다. 원투 낚시는 멀리 던진다는 의미의 원투(遠投)인데 표지판에서는 재미있을라고 했는지 One-two Fishing으로 적어 놓았다. 

 

신명 해변을 지나면 신명 방파제로 향한다. 겨울 아침을 녹이는 하얀 햇살, 오랜 세월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방파제, 반짝이는 물결, 잠시 뭍으로 올라온 고깃배가 하나의 작품이다.

 

신명 방파제 인근에서 바라본 정자 해변의 모습이다. 스카이라인 한쪽은 직각의 아파트가 차지하고 있다. 20여 년 전과 비교하면 천지개벽이겠지만 이 또한 시대에 흐름이니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그림이 마치 아파튼 분양 공고 같다.

 

평일임에도 방파제와 근방 바다에서 이른 아침부터 낚시하는 사람들이 많다. 많이 잡히니 사람들도 몰리는 것 아닐까? 하도 궁금해서 지나가는 낚시꾼을 붙잡고 뭘 잡냐고 물어보니 지금은 갈치가 잡힌다고 한다. 물 반 갈치 반일 정도로 잘 잡히는 모양이었다.

 

이글이글 타는 일출의 태양이 아니라도 좋다.  바위 사이 반짝이는 물결 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이다.

 

바위에 앉아 있는 새 한 마리가 유난히 외로워 보인다. 나의 생각과 다르게 외로움을 타는 게 아니라 일광욕을 즐기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신명 방파제를 지난 길은 해안 도로를 따라 지경리로 향한다. 바닷가는 그야말로 기암괴석 천지다.

 

이제는 울산 광역시를 지나 경주시 양남면 지경리에 들어선다. 울산시와 경주시의 경계 지점에 있다고 지경리라 불렀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 당시 정어리가 많이 잡히던 이곳은 마을 한 구석에 정어리기름을 짜는 공장이 있었다고 한다. 소나무 그루터기에서 나는 송근유, 유채 기름, 정어리기름, 귤껍질까지 일제는 기름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총동원하려 했다고 한다. 경주 자전거길 안내판을 보면 자전거길도 발전소 앞에서 내륙으로 들어갔다가 문무대왕릉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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