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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 트레킹은 8,091m의 안나푸르나 봉우리를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가는 길목에 있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 Annapurna Base Camp, 4,130m)까지 다녀오는 트레킹 코스입니다. 안나푸르나 1봉의 거의 절반 높이 까지만 다녀오는 것입니다. 통상 안나푸르나라고 하면 안나푸르나 1봉(8,091)를 지칭하고 주변의 높은 봉우리들과 함께 안나푸르나 산군을 이루는데 안나푸르나 산군이 활처럼 둘러싸고 있는 있는 지역을 안나푸르나 생추어리라 하고 이 지역으로 들어가기 위한 허가증이 ACAP인 것입니다. 베이스캠프에서 안나푸르나 봉우리까지 가려면 높이도 높이지만 수많은 빙하지대를 지나야 하는데 세계에서 가장 등반하기 위험한 산이라고 할 만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산악인들이 이곳에서 많이 희생당했습니다. 대표적인 분들이 8천 미터 14좌를 등반했던 박영석 대장과 한국 여성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등반했던 지현옥 대장입니다. ABC에 가면 이들을 비롯한 많은 산악인들을 추모하는 추모비들이 여럿입니다. 8천 미터급 봉우리 중에서 사람에게 가장 먼저 정복된 산이지만 8천 미터급 봉우리 중에 등반 사망률이 가장 높다고 합니다.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MBC, Machhapuchhre Base Camp, 3,700m)를 지나서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 Annapurna Base Camp, 4,130m)까지는 위의 지도에서 처럼 완만한 오르막이 2.87Km 이어 집니다.

어제저녁부터 시작된 복통과 설사를 이기고 거의 빈속으로 데우랄리에서 이곳까지 온 것만 해도 저희 나름으로 대견하다 싶었습니다. 파김치 같은 몸을 이끌고 걷다가 뒤에서 사람들이 따라오기라도 하면 잠시 멈추어 사람들을 먼저 보냈지만, 그 행동은 매너라기보다는 거의 그 순간의 잠시 쉬어가는 잔머리와 생존 방법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MBC를 지나니 산 그림자나 구름이 해를 가리지 않아도 기온이 서늘하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사람들도 옷들을 재정비하고 올랐습니다.

 

키 작은 관목들 외에는 나무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오르막을 천천히 천천히 걸어 올라갑니다. 지금까지 만난 경사 급한 계단이 아닌 완만한 오르막이지만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까닭인지 한걸음 떼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중간중간 사탕과 물, 초코바로 에너지를 보충해 주었지만 몸 상태가 회복되기보다는 피로가 누적될 뿐이었습니다.

 

MBC를 지나면 ABC를 향해서 서쪽으로 오르막을 오르지만 뒤돌아서면 동쪽으로는 마차푸차레가 오전의 태양을 머리 위로 넘기고 있습니다.

 

ABC로 가는 길 한쪽으로는 또 다른 산장이 지어질 모양입니다. 산에 지천인 바위를 벽돌처럼 떼어내어 쌓아서 벽과 기반을 만들고 있는 모습입니다. 워낙 사람이 많이 오다 보니 산장을 계속 지어도 장사가 되는 모양입니다. MBC에는 5개가 넘는 산장들이 있는데 저희는 지나쳤지만 멀리서 보아도 규모가 상당해 보입니다. 일찍 도착할 수만 있다면 이곳에서 숙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했습니다.

 

이제는 정면으로 계속 설산을 바라보며 걷습니다. 안나푸르나 남봉에서 안나푸르나 1봉으로 이어지는 산 능선입니다. 

 

완만한 오르막이다 보니 멀리 앞서 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길의 모양을 예측하며 힘을 내기도 하고, 뒤돌아 멀리서 천천히 올라오는 사람들을 보면서 "많이 올라왔구나!" 하며 스스로를 토닥여 줍기도 합니다.

 

몸은 지치지만 맑은 날씨는 누렇게 겨울을 맞이하는 대지와 하얀 설산을 대비시키며 환상적인 뷰를 계속 선물합니다.

 

정면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안나푸르나 남봉(Annapurna south, 7,219m)입니다. 

 

걸을수록 점점 더 가까워지는 안나푸르나 남봉(Annapurna south, 7,219m)의 모습입니다. 빙하를 품고 있는 모습이 엄숙해 보입니다. 주변에 흰 눈이 가득할 때의 모습은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안나푸르나 남봉의 좌측으로는 히운출리(6,441 m)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크게 보면 히운출리와 마차푸차레 사이 계곡이 바로 모디 계곡(Modi Khola)이고 이 계곡을 따라 ABC 트레킹 코스가 마련된 것입니다.

 

MBC에서 ABC 가는 여정에서 어제 만났던 서양 노인분들을 다시 만났는데 어제 금연과 소식으로 건강 관리하고 계시다던 70대 할아버지는 몸상태가 좋지 않으신지 표정이 굳어 있었습니다. 일행의 다른 분들은 다시 만나서 반갑게 인사하는데, 그분이 상태가 안 좋아 보이니 산에서는 늘 조심해야겠다는 경각심이 다시 들었습니다. 

 

배낭을 메고 ABC로 이동하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많은 분들이 MBC에 배낭을 두고 맨몸으로 ABC를 향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MBC에 일찍 도착해서 방을 잡고 배낭을 둔 상태로 맨 몸으로 ABC를 다녀와서 MBC에서 하룻밤을 묵는 전략인 것이죠. MBC에 12시 이전에 도착하면 ABC를 다녀오기는 충분한 시간이니 이것도 좋은 방법이었겠다 싶었습니다.

 

정오가 조금 넘어가는 시각 드디어 저 멀리 안나푸르나 남봉(Annapurna south, 7,219m) 아래 자리 잡은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 Annapurna Base Camp, 4,130m)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MBC를 지난 이후 저도 옆지기도 이 길을 계속 갈 것인지, 아니면 포기하고 내려갈 것인지 여러 번 논의했지만 답이 없었습니다. 배낭을 데우랄리 산장에 두고 물과 초코바 등을 들고 가벼운 차림으로 길을 나섰기 때문에 산장까지 다시 하산하는 시간과 체력을 고려해야 했습니다. 중간에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까웠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데우랄리에서 배낭을 메고 MBC에 도착해서 방을 잡고 ABC를 다녀오는 전략을 사용했더라면 참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포기할 수는 없고 체력은 점점 더 떨어져서 원래 느린 걷기 속도가 가다 쉬다를 반복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다가 멀리서 ABC 산장이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거리이니 1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겠다 싶은 욕심도 있었지만, ABC 산장을 보았으니 안나푸르나 1봉(8,091m)과 박영석 대장의 추모비는 보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옆지기도 저도 감사하고 기쁜 마음으로 발길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복통, 설사를 이겨내고 어제 오후부터 지금까지 오로지 쌀죽 한 그릇을 둘이서 나누어 먹고 이곳까지 왔으니 그것만 해도 장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혹시 모를 나중을 기약하며 이제 가볍게 하산 길로 나섭니다.

 

MBC에서 ABC로 오르는 길이 완만한 오르막이기는 하지만 올라온 길을 돌아보니 만만하게 볼만한 길은 아닙니다. 

 

마차푸차레(6,993m)는 수많은 고봉보다 역시 돋보이는 봉우리입니다.

 

ABC가 보이는 위치에서 하산을 시작하는데 ABC로 향하는 헬기를 만났습니다. ABC로 걸어오는 중에 수없이 들리던 헬기 소리였는데 이곳에서는 헬기를 내려다보게 되는군요. 헬기로 ABC에 내려서 인증숏찍고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그들 나름의 재미가 있겠지요? 340 불하는 헬기 상품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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