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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라주 촉에 위치한 바트 바트니(Bhat Bhateni) 슈퍼마켓 4층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야간 버스를 기다리며 넉넉한 휴식 시간을 가진 저희는 큰길을 건너서 마트 건너편에서 포카라행 야간 버스에 승차했습니다. 특별한 버스 정류장 표시가 있는 것도 아니고 가로등도 없는 길가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것이라서 어떤 버스가 오는지 식별하기도 어려워서 버스가 오는 대로 자가담바 야간 버스가 맞냐고 계속 물어보았습니다. 다른 회사의 야간 버스도 있기 때문에 잘 확인해야 합니다. 직접 물어보는 게 최고입니다. 네팔에서는 웬만하면 영어 소통이 되기 때문에 편리했습니다. 자가담바 버스 두대가 나란히 출발하는데 미리 예약해서 인쇄한 티켓을("카트만두, 포카라 야간 버스 예약하기" 참조) 보여주니 21석짜리 버스로 안내해 주었습니다. 예약한 곳에서는 스마트폰으로 보여주어도 된다고 하는데 티켓을 확인하시는 분들은 티켓을 달라고 하니, 자신들이 필요하다고 가져가더군요. 왕복 티켓이라서 올 때도 필요한 것인데 그냥 가져가 버리니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습니다. 다행히 2장을 인쇄했으니 망정이니 황당한 상황이 벌어질 뻔했습니다.  21석 버스는 좌석 사이에 배낭을 놓아도 넉넉할 정도로 넓었습니다.

야간 버스로 카트만두에서 포카라로 이동하는 방법은 기대치가 높지만 않다면 그럭저럭 이동할 만한 교통수단이었습니다. 출입구의 엄청 높은 발판은 아마도 비포장 도로들을 감안한 것이 아닌가 싶었는데 현지인 아주머니들도 어렵지 않게 오르는 것을 보면 한국에서 타던 버스와 다른 모습에 낯설어서 그렇지 아주 높은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포카라에서 카트만두로 올 때는 좌석이 꽉 차서 왔지만 카트만두에서 포카라로 갈 때는 한국인으로 보이는 동양 청년 한 명, 저희 부부, 아마도 카트만두에서 물건을 사다가 포카라에서 파는 것으로 보이는 상인을 비롯한 현지인 승객 다섯 명, 그리고 버스 차장과 기사가 21인승 버스에 탄 사람의 전부였습니다.

 

뭘 하는지 몰라도 슈퍼 길 건너에서 한참을 기다리던 버스는 일단 달리기 시작하니 마치 폭주족처럼 달렸습니다. 비포장도로에서의 놀이 기구를 탄 것 같은 출렁거림은 기본이었고 사람이 없어서 배낭을 옆자리에 옮겨 놓았었는데 그 무거운 배낭이 좌석에서 아래로 떨어질 정도였습니다.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샌드위치와 물을 하나씩 나누어 주었습니다. 중간에 휴식 시간이 있기는 했는데 정식 휴식 시간 외에도 버스가 중간에 갑자기 멈춘적인 있었는데 아마도 앞에 앉은 네팔인 아주머니가 용변이 급하다고 기사에게 멈출 것을 요청한 모양이었습니다. 때마침 저도 볼일을 봐야겠다 싶어 따라 내렸는데 아주머니들이 버스 바로 옆 컴컴한 길바닥에서 일을 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분위기가 저쪽은 아니다 싶어서 버스 반대쪽에서 일을 보았는데 버스가 정말 들판 한가운데 길에 멈춰 있었습니다. 옆지기에게도 일을 봐야 하지 않겠냐고 했더니 나가서 일을 보고 오더니 여자들끼리 "No Problem" 하면서 길바닥에서 일을 잘 보았다고 합니다. 기가 막힌 상황이었죠.

야간 버스는 계속 길을 달려 포카라로 향했고 포카라에 거의 다 왔다 싶은 위치에서 휴식할 때는 아예 시동을 끄고 한참을 멈추어 있었습니다. 얼마간의 휴식 시간이 지난 다음에 차장은 얼마 되지 않는 사람들의 행선지를 묻기 시작했습니다. 젊은 동양인은 호수변이라 했고 저희는 나야풀로 가는 로컬 버스를 탈 수 있는 바그룽 버스 터미널(Baglung bus station)이라 했더니 원래의 종점인 포카라 투어리스트 터미널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라 그런지 난감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잠시 후 현지인들이 자기들 나름의 토론을 시작하더니 승객들 모두가 자신의 목적지에 가장 가깝게 내릴 수 있도록 버스 경로를 논의한 것이었습니다. 저희의 원래 계획도 4Km 내외를 걷는 것이었기에 그나마 가까운 곳에 내릴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결국은 바그룽 버스 터미널(Baglung bus station) 앞에서 버스를 내릴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나야풀 가는 로컬 버스 첫차도 탈 수 있었습니다. 고마운 사람들 덕택에 포카라의 새벽길을 헤매며 걷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고맙다는 말과 함께 기나긴 야간 버스 여행을 끝내고 길 건너 터미널로 향했습니다.

야간 버스 승객들과 기사분의 배려가 이후 로컬 버스를 타는 환상적인 타이밍으로 이어질 줄은 버스를 내리 때만 해도 상상도 못 한 일이었습니다. 그저 4Km를 걷지 않고 무사히 터미널로 온 것만 해도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가로등도 없는 컴컴한 터미널은 밖에서 보면 이게 터미널인지 단순한 주차장인지 분간 못할 정도이었는데 그중에 불 켜진 곳을 찾아들어가니 바로 그곳이 매표소였습니다. 나야풀행 티켓을 1인당 110 루피로 끊으니 안에서 잠깐만 기다리면 3분 후면 나야풀행 버스가 도착한다는 것입니다.

 

표를 끊을 때는 행선지를 말하고 창살 아래로 돈을 주고 표를 받습니다. 우리네 전당포와 같은 모습입니다. 행선지와 가격이 적힌 표가 있지만 온통 네팔어로 되어 있어 저희에게는 무용 지물이었지만 다행히 매표원이 영어를 구사해서 소통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매표원 말씀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어둠을 뚫고 버스 한 대가 들어옵니다.

 

아직 컴컴한 새벽에 무슨 버스를 타야 하나 헤맬 수도 있었는데 현지인들 덕분에 무사히 목적지인 나야풀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습니다. 남성 차장이 버스에 매달려 승객과 짐을 싣는 로컬 버스는 미니 버스 정도의 크기로 이방인을 바라보는 호기심 어린 눈빛과 놀이동산의 기구를 탄 것과 같은 출렁거림이 있기는 했지만 지붕에 짐과 사람이 타는 그림을 상상할 정도의 낮은 기대치였기 때문에 저희는 비용도 저렴하고 나름 이용할만했습니다. 곳곳이 공사 중이라 덜컹거림이 심하긴 했지만 가끔 나오는 포장길에서는 폭주족으로 돌변하곤 했습니다. 

 

컴컴할 때 포카라의 바그룽 버스 터미널(Baglung bus station)을 출발했던 버스는 날이 밝아 오면서 여러 사람들이 오르고 내렸습니다. 나야풀 근처에 이르니 학교에 가는 아이들도 버스에 탔습니다. 

 

운행 시간이 길다 보니 로컬 버스는 중간에 잠시 쉬어 가기도 했습니다. 상점이 보이니 네팔 아이들도 아버지에게 때 부리는 것이 아이들은 어느 곳을 가나 똑같다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두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차장은 가끔씩 돌아다니면서 버스비를 받았고 길에 문제가 없는지 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곡예하듯 살피기도 했고 중간에는 버스를 멈추고 타이어 사이에 끼인 돌을 빼기도 했습니다.

 

출입문 바로 앞에 타이어를 놓고 달리는 버스 풍경이 생경스럽기는 했지만 이곳 분들은 익숙한 듯 아무렇지 않게 버스를 이용하시더군요. 아무튼 나야풀에 이르니 차장에 저희의 목적지가 나야풀인 것을 기억했는지 나야풀이라고 신호를 주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네팔에서의 로컬 버스 첫 경험은 무사히 마무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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