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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쾌한 날씨로 시작한 TMB 걷기 5일 차는 발 페레 산장(Chalet Val Ferret, 1,784m)에서 엘레나 산장(Refuge Hélène, 2,061m) 까지는 완만한 오르막입니다.

 

엘레나 산장까지는 급하지 않은 경사의 오르막을 오르지만 좀 더 편한 길을 가고 싶다면 엘레나 산장까지 이어진  도로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오전의 눈부신 햇살이 따갑기보다는 그저 찬란할 뿐입니다.

 

이탈리아와 스위스 구간을 지날 때 난감한 문제 중에 하나는 인사말 선택이었습니다. 프랑스 지역에서는 봉주흐(Bonjour) 하면 대부분 서로 인사가 되었는데 이탈리아 쪽에서는 봉주흐에도 굿모닝에도 다른 인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이건 뭐지? 하며 당황스러웠는데 알고 보니 본조르노(Buon giorno)라는 이탈리아식 아침 인사였습니다. 스위스도 봉주흐면 되었는데, 미리 간단한 이탈리아 인사말을 준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멀리 아래로 페레 계곡과 버스를 내린 주차장이 보입니다.

 

페레 고개로 가는 길은 거대한 트리올레 침봉(Aiguille de Triole)을 보면서 걷는 길입니다.

 

오전 햇살이 비추이는 야생화 풍경이 너무 좋아서 동영상으로 담아 보았지만, 역시 현장감을 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야생화 사진을 찍고 있는데 지나가시던 한 분이 영어로 정말 아름답지요?라고 하시더군요. 서로의 공감대를 확인하며 미소를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물고기의 부레를 닮았다는 부레 끈끈이대나물(bladder campion)은 독특한 모양 때문에 그런지, 알프스에서는 흔해서 그런지 야생화를 찍을 때마다 빠지지 않습니다.


고지대에서 소를 치면서 사람이 살았던 흔적도 지납니다. 뒤로는 페레 계곡의 근원인 프레드 바 빙하(Glacier Pre de Bar)가 보입니다. 

반려견과 함께 산을 오르고 있는 아저씨. 이분하고는 두어 번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인사를 나누었는데 거북이걸음인 저희가 저분을 앞선 유일한 이유는 개 때문이었습니다. 아저씨가 호기심 많은 개가 이곳저곳을 둘러볼 수 있도록 용인하셨기 때문이었습니다. 중간에 눈이 다 녹지 않아서 조금은 위험해 보이는, 길이 애매한 곳이 있었는데, 저희야 지난 이틀간 통과한 난코스 덕택에 망설임 없이 길을 지나왔지만 아저씨는 반려견의 안전을 생각하시며 한참을 망설이셨습니다.

 

엘레나 산장 가는 길 언덕 너머로 푸른 하늘에 비행기 한대가 하얀 붓칠을 하면서 지나갑니다. 푸른 하늘과 맞닿은 야생화 언덕이 한 폭의 그림입니다.

 

페레 계곡에서 산행을 시작할 때 조금 경사가 있을 뿐 엘레나 산장으로 가는 완만한 오르막은 알프스로 산책 나온 기분을 만끽하게 해 줍니다.

 

계곡을 따라 쏟아지는 폭포수와 척박한 땅에도 뿌리를 내린 초록빛 생명들에게서 힘을 얻어 갑니다.

 

오늘의 출발지가 아득해 보입니다. 처음 출발만 경사가 조금 있었지, 계곡 위 산 허리를 따라 오르는 완만한 오르막은 13Km에 이르는 긴 여정을 위한 워밍업으로 딱이었습니다.

 

엘레나 산장(Refuge Hélène, 2,061m)에 도착했습니다. 때마침 점심시간이라 식당 안은 사람들로 북적북적했습니다. 1차 대전과 2차 대전에 책임이 있고 무솔리니를 용이한 이탈리아의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3세(Vittorio Emanuele)의 부인인 엘레나(Jelena Petrović Njegoš)에게 헌정한 산장으로 1995년에 재건한 것이라 합니다. 

 

산장 앞 벤치에서는 환상적이면서도 위압감이 느껴지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쏟아져 내릴 듯한 프레드 바 빙하(Glacier Pre de Bar)와 빙하에서 흘러 내려오는 빙하수가 만들어 내는 계곡이 여러 생각을 하게 합니다. 알프스의 빙하들이 모두 녹을 때쯤이면 지구는 대체 어떤 모습일까?

 

저희도 벤치에 앉아서 아침에 준비한 즉석밥과 볶은고추장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어제 까르푸에서 구입한 사과로 디저트도 먹었습니다. 바람이 불어서 땀이 식으며 조금 쌀쌀한 기운이 있기는 했지만 환상적인 풍경 속에서 먹는 점심 식사는 그것만으로도 기억을 남을 듯합니다. 앞으로 오를 페레 고개 방향도 살펴보고, 지금까지 올라온 페레 계곡 쪽도 둘러보면서 즐거운 휴식 시간을 가졌습니다.

 

거대한 침봉 위를 작은 구름들이 힘겹게 넘어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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