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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B 걷기 5일 차의 고비인 엘레나 산장(Refuge Hélène, 2,061m)에서 페레 고개(Grand Col Ferret, 2,537m)를 오르기를 시작합니다. 경사도가 조금 있는 5백여 미터의 오르막을 올라야 합니다.
엘레나 산장 근처에서는 점심시간을 맞아 많은 사람들이 피크닉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기쁨은 두 배가 된다고 했나요? 자연 속에서 자연을 만끽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는 것도 즐겁습니다.
많이 올라왔는지 엘레나 산장이 아득하게 내려다 보입니다.
페레 고개에 가까워졌는지 지난겨울의 눈을 아직도 머리에 이고 있는 봉우리들이 가까워 보입니다.
헉헉대며 오르고 있는 등산로를 산악자전거로 내려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스릴도 좋지만 걸어 올라가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위협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올라갈 때도 내려갈 때도 자전거가 있는지 늘 살 펴야 합니다. 자전거 타시는 분들이 그룹을 지어서 움직이고 시야가 확보되는 지역을 검토해서 라이딩 여부를 판단하기는 하지만 이탈리아와 스위스를 연결하는 이 지역은 양쪽으로 라이딩하시는 분들이 특히 많으므로 늘 조심해야 합니다. 페레 고개 위에서는 꼬마 아들과 함께 자전거를 끌고 올라온 한 어머니도 만났었습니다.
지난겨울의 잔설과 땅을 비집고 올라오는 푸른 풀들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안한 동거를 하고 있습니다. 쌓인 눈 아래로 흐르는 계곡물이 하얀 눈과 푸른 풀의 동거가 곧 끝날 것임을 선포하는 듯합니다.
산 허리를 돌아 오르니 트리올레 침봉(Aiguille de Triole)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엘레나 산장은 이제 까마득하게 보입니다. 산장을 볼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위치입니다.
멀리 페레 고개가 보입니다. 고갯마루에 몰려있는 사람들의 함성이 들리는 듯합니다.
비행운(Condensation Trail)을 그리며 날고 있는 비행기의 모습에 마음 가득 낭만과 감사가 담깁니다. 지난 이틀간 클래식 TMB가 아닌 경로에서 눈길을 걷느라, 절벽에 매달리느라, 길을 찾느라 긴장하며 걸었던 것을 생각하면 그저 감사할 뿐이고 마치 힘든 고비는 모두 끝난 것 같은 평안한 마음으로 낭만적인 기분에 젖습니다.
높은 곳에 오르니 프레드 바 빙하(Glacier Pre de Bar)도 한눈에 보입니다. 저 빙하도 모두 녹아 버릴 즈음이면 이 알프스도 한국도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드디어 페레 고개입니다. 오전 10시 50분에 출발해서 오후 1시 50분에 도착했으니 중간의 휴식시간을 감안하면 거북이걸음 치고는 선전했습니다. 사람들은 고갯마루에서 자신의 입맛에 맞게 널찍하게 흩어져서 나름의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습니다.
드디어 페레 고개(Grand Col Ferret, 2,537m)에 도착했습니다. 흰 삼각형 중간에 빨간색 줄을 그은 스위스 지역 특유의 길 표식이 등장했습니다.
화창한 날씨였지만 쌀쌀한 바람 때문에 사람들은 모두들 윈드 재킷을 챙겨 입고 이탈리아쪽 페레 계곡을 바라보며 달콤한 휴식 시간을 갖습니다. 저희도 초코바와 누룽지로 간식을 챙겨 먹으며 다음 여정을 위한 충전의 시간을 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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