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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풍 신천 바다 목장을 지난 올레길은 한동안 양식장 단지 앞을 걷습니다. 커다란 양식장이 삭막할 법도 한데 길 화단에는 가자니아(Gazania rigens)가 한창입니다.

 

노란 가자니아는 올레길 곳곳에서 만날 수 있고 봄부터 9월까지 오랜 시간 꽃을 볼 수 있는 식물이라고 합니다. 훈장 국화, 보물화(Treasure flower)라고도 불리며 남아프리카가 원산지라 합니다.  

 

길을 걷다가 멀리 양식장들이 보이는 정자에서 점심을 먹으며 쉬어 가기로 했습니다.

 

어제 저녁 출발 직전에 급하게 말았던 김밥을 먹으며 얼마 남지 않은 3코스 마무리에 대한 기대와 머나먼 4코스 종점에 대한 막연함을 달래 봅니다.

 

양식장에 설치된 엄청난 크기의 파이프와 검은 지붕, 해안가에 검은 돌무더기들이 삭막할 법도 하지만 길가 화단의 노란 가자니아가 그나마 이 곳의 풍경을 살려 줍니다.

 

시커먼 현무암 덩어리들과 시커먼 아스팔트 곁에서 한무더기 갯무꽃이 풍경을 살려 줍니다.

 

천미천 하류와 바다가 만나는 지점 입니다.

 

천미천은 한라산에서 시작하여 성읍을 거쳐 이곳 하천리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그 끝자락에 "배고픈 다리"라는 재미있는 이름의 작은 다리가 하나 있습니다.

 

배고픈 다리는 비가 많이 오거나 만조 때면 물에 잠겨서 큰길로 돌아서 가야 한다고 합니다.

 

배고픈 다리에서 바라본 천미천의 모습입니다.

 

해녀들이 언 몸을 녹이기 위해 불을 지피는 곳을 "불턱"이라고 한답니다. 지금이야 해녀들도 슈트를 입지만 조선 중기까지만 해도 알몸으로 작업을 했고 이후에는 무명으로 만든 물옷을 입었고 다음에는 광목, 물적삼이 이용되었다고 합니다. 무명을 입고 바닷속에 들어가 작업을 했다는 것을 상상만 해도 입술이 파래지고 몸이 떨리는 것 같으니 이러 불턱이 곳곳에 있는 것이 당연하다 싶습니다.

바닷물을 끓여 소금을 만들던 장소를 소금막이라고 하는데 가마솥을 쓰기도 했고 이후에는 드럼통을 잘라서 솥 대신 사용해서 소금을 만들었다고도 합니다.

 

올레 쉼터에서 3코스의 종점인 표선 해변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시커먼 현무암 덩어리만 계속 보다가 하얀 모래밭을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멀리 조금 전에 지나온 올레 쉼터가 보입니다.

 

표선 해변이 바로 눈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표선 해변을 앞두고 올레길은 해변가 구릉 지대를 걷는데 저희는 물 빠진 모래밭 위를 걸어서 해변을 가로지르기로 했습니다.

 

4코스까지 걸어야 한다는 마음은 새로운 길을 개척하게 하는 모양입니다.

 

제주도에서 가장 큰 백사장을 가진 표선 해변은 길이가 200미터 폭이 800미터가량 된다고 하죠. 마침 물이 빠진 썰물 때라 드넓은 백사장을 걸어 보기로 했습니다. 이 모래사장을 걸어보고 싶어 왔다가 그냥 가는 사람들도 많은데 시간대가 절묘하게 맞아 들었습니다.

 

백사장에 올라서니 다행히 모래가 푹푹 들어가지 않아서 다행이었습니다. 배낭도 메고 있는데 혹시나 뻘처럼 발이 빠지면 어떻게 하나! 싶었는데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물결무늬가 남아 있는 모래사장이 마치 사막의 모습 같기도 합니다.

 

물이 약간 덜 빠진듯한 모래 사장이 약간 염려되기는 했는데 걸어보니 단단하니 걷기에 문제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넓은 백사장을 제주에서 만나다니 정말 행운과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자박자박 저희 둘이 걸어온 발자국의 모습에 왠지 작품 하나를 완성한 작가의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올레길은 멀리 보이는 구릉의 숲을 지나서 길을 따라 표선 해변으로 들어가지만 백사장을 가로지르는 시도 덕분에 거리도 줄이고 신기한 경험도 하는 일석이조의 걷기를 합니다.

 

이왕 발자국 남기기로 작품을 만들고 있으니 천천히 이쁘게 걸어보자고 하고 몇 걸음을 걷고는 뒤돌아서 다시 사진을 하나 남깁니다. 우리의 인생도 백사장에 남긴 발자국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름다워 보이는 발자국도 엉터리로 찍힌 발자국도 언젠가 바닷물에 쓸려 없어지듯이 우리네 인생도 세월의 물결에 조용히 지워질 것입니다.

 

이제 건너편 표선 해변에 도착했습니다. 백사장을 걸어보니 감탄사를 연발하면서도 아이들과 함께 해수욕하기에는 이만한 장소가 없겠다 싶었습니다.

 

표선 해변의 해녀상이 무사히 백사장을 건너온 저희를 환영해 줍니다. 주말을 맞이해서 가족 단위의 관광객들이 많았습니다.

 

표선 해변을 따라서 세워진 조각상도 좋았지만 해변을 따라 늘어선 탁자들이 가족 여행객들에게는 안성맞춤인 공간이었습니다. 도시락을 싸온 가족들이 백사장과 바다를 보면서 점심을 즐기는 모습은 스쳐 지나가는 저희도 행복함을 느끼게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 표지판은 사람들이 해수욕이 한창일 때 필요한 것이겠지요? 시간이 조금만 늦었더라도 백사장 가로지르기는 어려웠을 텐데 다시 생각해도 백사장 가로지르기는 행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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