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배리의 명소인 구룡소를 지난 해파랑길 15코스는 발산리의 기암괴석 해변과 발산항을 지나 15코스의 종점인 흥환리에 이른다. 낙석 주의 안내판 위로 바위 절벽 꼭대기에는 소나무 한그루가 자리를 잡았다. 암석 지대라 뿌리를 내릴 토양도 거의 없었을 텐데, 생명의 신비란...... 호미곶면 대동배리를 지나면 동해면 발산리로 접어든다. 우렁찬 파도 소리와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잘 정비된 해안길을 걷는다. 커다란 바위틈바구니에 뿌리를 내린 식물이 그저 신기하고 놀라울 뿐이다. 시루떡처럼 켜켜이 쌓인 지층은 억겁의 시간을 말하지만 그에 비해 찰나의 시간을 살다가는 인생은 생각할수록 초라하다. 발산리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모감주나무와 병아리 꽃나무 군락지가 있는 마을이다. 모감주나무는 검은 씨앗으로 염주를 만들기..
구만리를 벗어나 대동배리에 들어선 해파랑길은 원래는 안전을 위해서 산길을 통해서 대동배 2리에서 대동배 1리로 넘어가지만 자동차 길을 따라가는 약간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편한 길로 가기로 했다. 세찬 파도와 바람이 불어대던 해안길을 걸어서인지 대동배리에 들어서니 평온함에 따스함까지 밀려온다. 세찬 바람은 포구 안쪽도 그냥 두지 않는다. 대동배 2리의 포구도 세찬 물결에 출렁거린다. 원래의 해파랑길은 대동배 2리에서 산길을 통해 대동배 1리로 간다. 그 대신에 우리가 택한 편한 방법은 929번 호미로를 따라 걷는 것인데 이 도로는 노란 경계석 옆으로는 바로 바위 투성이 해변이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보기에도 조금은 위험한 경로임에는 틀림없다. 그래도 어찌하랴, 저질 체력을! 이른 평일 오전 시간이라 차도 거의..
해파랑길 14코스를 끝낸 우리는 15코스 초반에 위치한 숙소까지 3.5Km 정도를 더 걸어야 했다. 이전의 해파랑길이라면 대보 저수지를 거쳐서 내륙으로 걸어야 했겠지만 이제는 해안으로만 걷는 길이다. 스탬프 함을 만나서 잠시 도장을 찍고 가는 것은 코스를 잘 마무리하고 새로운 코스를 제대로 시작한다는 마음을 갖게 한다. 해파랑길 안내판에는 산을 타는 이전의 15코스를 안내하고 있다. 바뀐 코스는 화살표 스티커가 대신한다. 조금 늦었지만 14코스에 이어서 15코스를 걷는다. 한 시간 정도를 더 걸으면 따뜻한 숙소에 들어갈 수 있다! 호미곶 등대가 먼바다를 향해서 빛을 내뿜고 있다. 12초에 한 번씩 불을 밝힌다고 한다. 1908년에 세워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등대이자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유인 등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