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 10코스는 섯알 오름을 지나면 옛 상흔이 남아 있는 알뜨르 비행장을 가로질러 하모 해변을 지나 대정읍내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섯알 오름 예비 검속 희생자 추모비를 보면 가슴 아린 우리나라의 현대사가 끝나지 않고 2022년 지금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현실에 가슴이 더 답답해진다. 생각의 다름이 다른 사람의 생명을 빼앗거나, 억압, 배제, 차별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한국판 똘레랑스를 세울 수는 없는 것인가? 진정한 관용이 없는 변질된 법치는 또 다른 희생자와 가해자를 낳을 뿐이다. 무거운 발걸음과 마음으로 희생자 추모비 진입로를 빠져나간다. 진입로 입구에 이르면 한국 전쟁 당시 섯알 오름에서 있었던 참혹한 상황을 조금이나마 만나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양민들을 향해 방아쇠를 당겨야 했던 해병 대..
송악산 입구에서 길을 이어가는 올레길 10코스는 송악산 해안으로 한 바퀴 돌아 다시 송악산 입구로 나와서 섯알 오름으로 이동한다. 송악산은 원래 해송이 많아 송악산이라 이름이 붙여졌지만, 일제 강점기에 군사 기지를 만든다며 수많은 나무를 태워버려 곳곳에 풀만 무성한 곳이 많다. 많은 이들이 일본군의 진지 동굴이 이렇게 생겼구나 하며 대충 눈길만 주고 지나가는데, 이런 동굴을 만드는데 동원된 제주도민의 고통과 희생을 제대로 알려주는 안내가 필요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송악산 언덕길에서 바라본 산방산, 형제섬과 그 뒤로 화순항과 월라봉의 전경이다. 이제는 아련한 거리이다. 송악산을 돌아 나가면 더 이상 시야에 잡히지 않을 풍경이다. 잘 포장된 해안 산책로를 따라 길을 이어간다. 송악산 정상부는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