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왕봉을 넘은 길은 등산로를 통해 하산길에 나선다. 등산로를 벗어나 임도에 들어서면서 완도 수목원 영내로 진입한다. 상왕봉에서의 환상적인 풍경을 감상하며 넉넉한 휴식 시간을 가진 우리는 이제 하산길에 접어든다. 거칠어도, 경사가 급해도 에너지가 덜 필요한 하신길이다. 물론 이제는 무릎과 관절이 잘 버텨 주기를 바라는 나이가 되었지만 그래도 오르막보다는 내리막이 좋다. 그런데, 이러한 마음은 필자뿐만이 아니라 그런지 산을 오를 때 보다 내려갈 때 사고 비율이 훨씬 높다. 실족과 추락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조심해야 한다. 백운봉 방향의 숲길로 이동한다. 백운봉, 업진봉, 숙승봉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가지만 남파랑길은 임도가 지나는 하느재 고개에서 등산로를 벗어나 임도를 따라 완도 수목원으로 내려간다..
화흥 초등학교 앞에서 출발하는 남파랑길 88코스는 화흥리 마을길을 가로질러 임도를 오르다가 가파른 등산로를 통해서 완도 최고봉인 상왕봉에 오른다. 어제 화흥초등학교 앞에서 87코스를 끝낸 다음 군내버스를 타고 완도읍내에서 하룻밤 휴식을 취한 우리는 다시 군내버스를 타고 화흥초등학교로 이동하여 88코스 여정을 시작한다. 완도 군내버스는 2023년 9월부터 완전히 무료로 운행되고 있다. 남파랑길이 지나는 여러 군 지역에서 1천 원으로 버스를 이용하는 곳이 많지만 완전 무료 버스는 처음이다. 교통 카드를 꺼낼 필요도 없다. 버스 내부에 있는 단말기도 완전히 전원을 꺼 놓은 상태였다. 출발 시간도 정확하고 비용도 무료이니 정말 고마웠다. 커다란 편백나무와 히말라야 시다가 우뚝 서있는 화흥초등학교 옆을 통해서 남..
다도해해상국립공원 부꾸지 길을 지나온 길은 구계등 몽돌 해안을 걷는다. 해안에서 내륙으로 들어가면 정도리 마을길과 들판을 지나 완도읍 화흥리로 진입하고 화흥초등학교 앞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해안 절벽을 따라 이어지는 부꾸지길에서 보라색의 며느리밥풀꽃 군락을 만난다. 보랏빛 꽃 속에 하얀 밥풀이 들어가 있는 것 같은 모양이 특이하다. 요즘 며느리들은 가시 돋친 잎처럼 한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 것 같은데, 까칠한 마음을 가진 예쁜 며느리와 며느리밥풀꽃을 대비해서 상상하니 잔잔한 미소가 떠오른다. 과연 나는 이번 생애에 며느리를 볼 수는 있을까? 길은 데크 계단 내려가며 길을 이어간다. 거친 길이란 의미일 것이다. 탐방안내센터가 5백 미터 남았으니 부꾸지 숲길도 끝을 보이고 있다. 데크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