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주 산장 옆 빙하수가 흐르는 개울가에서 발을 담그며 신선처럼 휴식을 취한 저희는 미아주 산장을 뒤로하고 오늘의 목적지인 트휙 산장으로 향합니다. 산장 옆으로 흘러 내려가는 빙하수는 생기가 넘치고 밋밋한 푸른 언덕을 배경으로 한 산장의 모습은 고즈넉합니다. 산장 입구 표지판 앞에서 갈 길을 확인하고 있는 사람들의 가벼운 차림의 모습입니다. 가벼운 차림은 두 가지의 경우가 있는데 하나는 근처에서 TMB 경로를 따라 시계 방향 또는 반시계 방향으로 일주하지 않고 당일 코스로 다녀가는 사람들인 경우입니다. 다른 한 경우는 TMB 일주는 하지만 저희처럼 무식하게 무거운 배낭을 메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숙소 간의 짐 운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로 물이나 간식처럼 걷기에 꼭 필요한 것만 가볍게 들고 다닙니다. 저..
트리코 고개에서 오늘 남은 길 전체를 바라보며 점심도 먹고 푹 쉬다 보니, 고개를 내려가기도 전인데 벌써 "다 왔다!" 하는 마음에 발걸음은 가볍고 마음에는 여유가 넘칩니다. 시간상으로도 거리상으로도 여유를 가질 만 하긴 합니다. 마음에 여유가 넘치니 자연스레 눈에는 더 많은 알프스의 야생화가 들어 옵니다. 점나도나물(Cerastium)이라는 특이한 이름을 가진 식물의 한 종류입니다. 꽃잎이 두 갈래로 갈라져 쥐의 귀를 닮았다 해서 영어로 "alpine mouse-ear"라고도 합니다. 이쁜 꽃입니다. 가끔은 엉겅퀴 꽃처럼 우리들판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꽃들도 만납니다. 왠지 반가운 느낌입니다. 7장의 잎을 가진 식물도 앙증맞은 꽃들을 내고 있습니다. 우리 들판에서는 흰색 꽃을 피우는 토끼풀이..
TMB(뚜르 드 몽블랑) 걷기는 "고개 넘기"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큰 고개 하나를 넘으면 하루의 여정이 끝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리고 프랑스와 이탈리아, 이탈리아와 스위스, 스위스와 프랑스가 만나는 국경도 모두 고개입니다. 고개를 오를 때는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달래며 자신과의 싸움을 묵묵히 감당해야 하지만 일단, 고갯마루에 올라 서면 탁 트인 전경과 함께 해냈다는 쾌감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이번 TMB 걷기에서 처음으로 만난 고개인 트리코 고개(Col de Tricot, 2,120m)에서 가진 휴식은 정말 꿀맛과 같이 달콤했습니다. 웃통을 시원하게 벗어던진 채로 망원경으로 전망을 감상하고 계신 노부부의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우리도 저 나이에 자연을 만끽하며 도전하고 있을지? 휴망 계곡(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