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일의 끝을 잊을 정도로 일이 몰린다는 망종과 감자와 마늘을 캐는 하지도 지난 2020년 6월 말은 따가운 뙤약볕이 내리쬐면서 혹독한 여름 더위를 예고하고 있다. 최악의 여름 더위가 될 것이라는 예고들이 조금씩 현실화하는 것 같아서 더위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에어컨 없는 농가 주택에서의 10년 세월은 그동안 잘 넘겨 왔는데 과연 올해는 어떻게 될는지...... 한낮의 땡볕은 따갑지만, 이른 아침과 저녁으로는 짧지만, 텃밭일을 하기에 무리가 없는 시원한 기온이다. 작년 겨울 서울 처갓집에 갔을 때, 장모님께서 엄중하게 부여한 임무가 하나 있었다. 신문지에 싸인 자색 당근을 내오시더니 씨앗을 받아 오라는 명령이었다. 밭을 떠난 지 오래인 자색 당근을 겨울을 나고, 봄을 지나 꽃을 피워 씨앗까지 받아야..
텃밭에서 잡초를 뽑다가 은은하면서도 짙은 향기에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공간이 있습니다. 2년전 장날에 시장에서 몇포기 사다 심은 반평 남짓한 잎당귀 밭 입니다. 마치 진한 매력을 가진 여인에게 정신을 빼앗겨 버린 어설픈 청년 처럼 당귀의 향기를 맡으며 잡초를 뽑다 보면 당귀의 손아귀에 붙잡혀 있는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작은 당귀밭 건너 편으로 담 벼락을 사이에 두고 양파나 콩을 심고 담 곁으로는 동부콩을 심는데 당귀의 향기는 담을 넘더군요. 그 잎당귀가 하얀 꽃을 피웠습니다. 제주 올레길에서 만난 당근 꽃 같기도 합니다. 소녀의 머리에 한 포기 꽂아 주면 너무도 이쁠것 같은 꽃입니다. 그런데, 당귀의 종류 중에 이렇게 하얀 꽃을 내는 개당귀라는 품종이 있는데 이 품종은 독성이 강해서 식용으로 사용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