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날 파종하고 같은 날 밭에 옮겨심은 해바라기인데 어떤 해바라기는 알은 통통하고 잎은 노랗게 변하여 이제 성숙을 넘어 한 생을 정리하고 있다. 그런데, 어떤 해바라기는 이제야 질풍노도의 시기를 앞둔 청소년기처럼 노란 꽃이 움트고 있다.순결한 솜털 같은 연초록빛 꽃이 하나 하나 꽃을 활짝 피우고 벌을 불러모으는 과정은 일개미의 부지런함에 비견할만 하다. 인생이 항상 둥글게 둥글게 살아지지 않는 것처럼 해바라기도 열매 맺는 과정에 큰 진통을 겪고는 한다. 눈물 처럼 흘러내린 노란 꽃가루는 뼈를 에이는 진통의 증거가 아닌가 싶다. 과정없이 결과를 보고자 하는 조급함. 자식이 나의 생각대로 성장했으면 하는 욕심.과정없이 진통없이 맺히는 열매는 없다. 있다면 내용없는 텅빈 열매, 결과를 보지 못하는 포기가 있을..
해바라기를 바라보며 삶의 준비와 종착점을 생각해 봅니다. 해바라기의 꼭대기에서 바라보면 꽃 봉오리가 나오기 직전의 해바라기는 끝없는 심원의 깊이가 있는듯 무한의 잎사귀를 준비하고 있어 보입니다. 무한하게 잎을 내고 무한하게 줄기를 키우고 무한하게 키를 높일것 같아 보입니다. 아무리 세찬 바람이 불어와도 아무런 지지대가 없는 해바라기는 그 큰 덩치를 꽂꽂하게 세운체로 모든 바람을 이기어 냅니다. 태양이 떠오르기전에 동쪽으로 머리를 돌려 해를 받을 준비를 합니다. 해를 따라 하루를 온전히 살아낸 해바라기는 저녁이면 지는 태양을 아쉬움 가득한 가슴으로 배웅합니다. 경칩을 지나 딱딱한 껍질을 벗고 한생애를 준비하던 해바라기는 무한할 것만 같은 성장, 무한할 것만 같은 젊음의 절정에서 한 생애의 "끝"을 준비합니..
소만(小滿)의 해바라기는 벌써 키가 1미터 가까이 되고 굵기도 단단해져서 아무리 세찬 바람이 와도 넘어지지 않을 것 같은 믿음을 준다. 해바라기가 해를 따라 움직인다고 해서 몸 전체의 방향을 트는 것은 아니다. 아침 일찍 보면 해바라기의 꼭대기 부분이 동쪽으로 약간 기울어져 있다가 퇴근 무렵에는 해가 기우는 서쪽으로 꼭대기 부분이 약간 기울어져 있는 것을 보면 분명 해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맞다. 덩치가 큰 만큼 아침 일찍과 저녁을 비교해 보면 분명 움직임은 있는 것이다. 분명 살아있지만 유독 움직임이 없는 존재가 있다. 해바라기 입장에서는 깔 맞춤 손님 이랄까 녹음의 색을 입은 청개구리다. 가까이 보면 투명한 눈동자는 가끔 껌벅이면서 자신 또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관찰자처럼 이 세상의 한 존재임을 시..
해바라기는 해를 따라 움직이는 식물입니다. 아침 일찍 해가 나올 때면 동쪽을 향해 있다가 해를 따라 줄기와 잎 끝 부분, 녹색 꽃봉오리는 천천히 서쪽으로 움직입니다. 햇빛을 최대한 받기 위한 해바라기의 특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른봄 심어 놓은 해바라기를 저녁 퇴근후에 살펴 보면 지는 태양이 아쉬운지 잎의 방향을 서쪽으로 향해 서있습니다.해바라기가 꽃을 피운 다음에는 더이상 움직이지 않습니다. 남쪽을 향해 멈추어 서서 노란 꽃을 피워 수많은 벌들을 모으고 수많은 씨앗을 키워내는 것이지요. 해바라기의 주목할 만한 특성이 또하나 있는데 그것은 뿌리에 있습니다. 해바라기는 자신이 떠나온 땅을 기름지게 하는 대표적인 작물입니다. 해바라기를 키운 땅에는 VA균근이 활성화되어 다음에 심는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