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리 닻 전망대를 떠난 해파랑길 18코스는 월포 해수욕장을 거쳐 방어리에 이른다. 이가리 닻 전망대에서 다시 내려와 전망대 아래를 지나 조경대 표지판 방향으로 이동한다. 해안과 숲길을 오가며 길을 이어간다. 구멍이 뽕뽕 뚫린 바위가 마치 중세 기사의 투구와 같다.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은 저 바위와 인사를 나누고 싶었을까 작은 돌멩이 하나씩을 바위 입에 물려주고 떠난 모양이다. 기암괴석의 해안이 계속 이어진다. 자신에게 박혀 있던 돌들을 오랜 세월 하나, 둘 떨구어 내고 쩍쩍 큰 틈까지 보이기 시작한 바위가 파도가 들이치는 해안 한가운데서 소나무 한 그루를 제대로 키우고 있다. 뒤집어 보면 저 소나무가 바위틈에 뿌리를 들이밀면서 바위를 지독히도 괴롭히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산에서 내려오는 실개천이 ..
오도리 해변을 떠난 18코스는 청진리와 이가리항을 거쳐서 이가리 닻 전망대에 이른다. 이가리항에서 원래의 해파랑길 대신 영일만 북파랑길을 따라간다. 칠포리 어항을 지나면 청진리 입구까지는 20번 지방도 도로변을 조심스럽게 걸어간다. 수많은 바위들 중에 어떤 것은 이름이 붙고, 심지어는 역사와 이야기가 얹어지지만 어떤 바위들은 이름도 없이 파도와 바람, 햇빛에 온전히 노출되어 깎이고 깎이다 암석으로 자갈로 모래로 그 모양을 달리한다. 나이를 먹어가며 모습도 성격도 변해가는 인생과 다른 듯 닮아 있다. 누군가는 이름도 얻고 명망도 얻고 심지어 재물과 권력도 얻지만 많은 이들은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그 삶을 묵묵하게 살아간다. 이름을 얻은들 바위고 이름을 얻지 못해도 바위 아닌가? 돈과 권력이 있어도 사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