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코 고개에서 오늘 남은 길 전체를 바라보며 점심도 먹고 푹 쉬다 보니, 고개를 내려가기도 전인데 벌써 "다 왔다!" 하는 마음에 발걸음은 가볍고 마음에는 여유가 넘칩니다. 시간상으로도 거리상으로도 여유를 가질 만 하긴 합니다. 마음에 여유가 넘치니 자연스레 눈에는 더 많은 알프스의 야생화가 들어 옵니다. 점나도나물(Cerastium)이라는 특이한 이름을 가진 식물의 한 종류입니다. 꽃잎이 두 갈래로 갈라져 쥐의 귀를 닮았다 해서 영어로 "alpine mouse-ear"라고도 합니다. 이쁜 꽃입니다. 가끔은 엉겅퀴 꽃처럼 우리들판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꽃들도 만납니다. 왠지 반가운 느낌입니다. 7장의 잎을 가진 식물도 앙증맞은 꽃들을 내고 있습니다. 우리 들판에서는 흰색 꽃을 피우는 토끼풀이..
레 우슈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와 벨르뷰(Bellevue)부터 걷기를 시작한 TMB 1 일차는 1,700m~1,800m 사이의 산허리를 걸어서 비오나세이 빙하(glacier de Bionnassay)를 건너는 출렁다리(Passerelle du Glacier)를 지났고 잠시 내려갔다가 트리코 고개(Col de Tricot, 2120m)까지 약 400m를 쭉 올라갑니다. 위의 지도처럼 계곡을 걷는 길입니다. 봉우리에는 흰구름이 걸려 있고 한쪽에는 녹지 않은 눈이 그대로 있고 다른 한쪽에는 푸른 풀밭과 새파란 하늘이 열려있으니 헉헉 거리며 걷는 중에도 그저 "환상적이다"하는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휴망 계곡(Combe des Juments)의 온갖 야생화들은 걸음을 멈춰 카메라를 들이 대기에 충분한 매력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