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읍천을 건넌 해파랑길은 부남리 마을길을 가로질러 마읍천을 따라가며 가교리를 지나서 다시 마읍천을 건너 31코스의 종점인 맹방 해변에 도착한다. 마읍천 자락과 함께하는 평야 길이다. 부남리 마을길은 청보리 밭 사이로 걷는 눈이 호강하는 길이다. 강원도하면 날씨도 춥고 척박하다고 생각하여 이모작은 꿈에도 꾸지 못하고 메밀 농사나 짓는다는 개인적인 생각이 있었는데, 영동 지방인 이곳 삼척도 넓은 평야에 청보리가 크고 있다. 이모작이 된다는 이야기다. 한우 농가 앞에 있는 커다란 소나무 아래에서 잠시 쉬어간다. 앉아서 쉴 공간이 마땅치 않아 쉬질 못했는데 준비해온 도시락을 먹으며 잠시 한량이 되어 본다. 나무 그늘이 햇빛을 막아 주지만 이른 봄의 차가운 바람 때문에 오히려 양달이 좋았다. 제법 규모가 있는 한..
해파랑길 31코스는 동해 바다를 뒤로 내륙 안쪽으로 들어간다. 마읍천과 함께하는 길이다. 궁촌리는 고려 마지막 왕인 공양왕의 능이 있는 곳이다. 비운의 역사가 스며 있는 곳, 궁촌리 뒤편의 고개 이름이 사래재인데 원래 이름은 살해재였다. 공양왕이 살해된 곳이라고 한다. 새로운 왕조를 위해 왕 씨 일가가 죽임을 당한 상황은 시선에 따라 다양한 시각을 바라볼 수 있지만 명분이 무엇이라도 누군가의 죽음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자유로울 수 없는 것 아닌가 싶다. 삼척로 도로변을 걷지만 바람에 휘날리는 해파랑길 리본처럼 널찍한 자전가 도로를 걷는 여유가 있다. 사래재를 넘으면 궁촌리에서 동막리로 이어지면서 완만한 내리막길이 해안까지 이어진다. 건설 중인 동해선 철교 아래를 지나간다. 이른 봄 벚꽃이 한창인 이 계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