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호산 태화강 전망대를 떠난 해파랑길은 경사도 급한 계단을 내려가며 고도를 급격히 낮춘다. 사실 1백여 미터의 동네 뒷동산에서 고도를 낮춘다는 표현이 어울리기나 하냐? 하는 비아냥이 들리는 것 같지만, 15Km가 넘는 길을 걸어온 저질 체력의 부부는 이 길도 엉금엉금 거의 기어 내려가다시피 한다. 젊은 시절 1미터 정도야 펑펑 뛰어내렸던 지리산 하산길의 추억은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이었나 싶기도 하다. 다만, 길을 내려가며 드는 생각은 이 길을 내가 거꾸로 올라간다면, 악! 하는 비명을 지를 것 같은 상상이 된다. 삼호산을 내려오면 해파랑길 표지판을 따라 큰길 쪽으로 내려와야 한다. 큰길 도로명이 남산로인데 등산로가 남산으로 이어지므로 남산으로 가는 등산로로 가지 않도록 큰길로 내려간다. 남산로를 만나면 ..
데우랄리 샹그릴라 게스트 하우스에서의 이틀째 밤은 식당에 딸린 방에서 나름 깊은 잠을 이루었습니다. 잠에는 피곤이 약이었습니다. 저녁 시간에는 조금 시끄럽고 방문 밖에서 온갖 일이 있었지만 깊은 밤과 새벽 시간에는 조용했습니다. 늦게까지 놀고 싶어도 산장에서는 소등 시간이 있으니까요. 시끄럽다고 불평할 일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덜 추운 방이었으니까요. 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른 새벽 시간 식당에는 어제 방을 잡지 못해서 식당에 잠자리를 마련한 트래커가 홀로 깊은 잠에 빠져 있었습니다.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포터들의 움직임이 분주합니다. 부엌과 데스크는 이제 정신없이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촘롱까지 16Km가 넘는 길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욕심부리지 않고 일단 가보기로 했습니다. 이..
치카쯔유 오지(Chikatsuyu-oji, 近露王子)가 위치한 마을은 분지처럼 산들이 감싸고 있고 히키가와강(日置川)이 흐르는 평온한 마을입니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포장도로를 따라 걷습니다. 산을 내려가서 마을을 가로지른 다음 다시 산을 오르는 구간인데 구마노 고도는 반대편 언덕에 자리한 치카쯔유 소학교와 중학교(近野中学校) 근처를 지납니다. 마을이 큰 만큼 숙박 시설도 꽤 있습니다. 어제는 진눈깨비가 올 정도로 흐렸는데 오늘은 파란 하늘을 보여 줍니다. 산길을 모두 내려와 이제 아스팔트로 포장된 치카쯔유(近野) 마을길을 걷습니다. 마을 초입에서 만난 게스트 하우스 입간판. 치카쯔유에 온것을 환영한다는 문구와 함께 자유롭게 들어와서 쉬었다 가라는 말이 예쁜 입간판 만큼이나 주인장의 넉넉한 마음이 느껴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