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산리에서 24코스의 종점인 기성 터미널까지 가는 길은 해안길을 걷다가 울진 비행 훈련원을 빙 돌아 기성 읍내를 가로질러 들어간다. 공항을 돌아가는 길은 고개를 넘어가는 길이라 체력 안배에 주의해야 한다. 가끔씩 들리는 비행기 소리를 벗 삼아 해안길을 걷다 보면 비행을 배웠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돈이 많이 든다는 한계가 있지만 내가 조종간을 잡은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나는 것은 상상만 해도 짜릿하다. 수토사 이야기가 있던 구산항을 뒤로하고 길을 이어간다. 해안길을 당수 치기로 쪼개 놓은 바위 하나. 봉산리 작은 포구에는 어선은 간데없고, 캠핑카와 낚시꾼 차지다. 고려말 문신이었던 백암 김제의 충절시. 평해 군수로 있던 김제는 고려가 망하자 시 한수 남기고 동해 바다로 사라졌다고 한다. ..
평해 사구 습지를 떠난 해파랑길은 해안에서 월송정을 돌아 나와 구산 해수욕장에 이른다. 구산 해수욕장 중간에서 길을 나와서 구산리 마을길을 통해 구산항에 도착한다. 평해 사구 습지에서 시작된 해안길에서 해파랑길은 월송정 안으로 들어가라고 안내한다. 고려 충숙왕 당시 처음 세워졌다는 월송정은 조선 시대 중건을 거쳐 1969년 새로 지었지만 옛 모습과 달라 지금의 월송정은 1980년에 고려 양식에 따라 다시 세운 것이라 한다. 관동팔경 중의 하나다. 1980년 재건된 월송정의 현판은 당시 대통령이었던 최규하 전 대통령의 친필 휘호라고 한다. 신군부 세력에 의해 권한 없는 대통령, 최단기 재임 대통령, 비운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인물이다. 월송정 주변으로는 쭉쭉 뻗어있는 소나무 숲 사이로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