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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기차 여행을 떠나면서 무겁지 않으면서도 그렇다고 Killing-time의 성격이 아닌 책을 읽어 보자는 생각으로 책꽂이를 살펴보다가 이지성 님이 쓰신 "12살에 시작한 진짜 공부"라는 책을 고르게 되었다. 책 제목에서도 쉽게 감지 할 수 있듯이 아이들 또는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쓰여진 책이다. 그렇지만 공부라는 것에 노이로제가 걸려서 공부의 "공"자만 들어도 치가 떨리는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도 꼭 읽어보길 권한다. 물론 책을 쓴 저자의 의도가 어떠하든 읽는 독자의 해석과 적용에 따라 인생의 귀중한 지침서가 될 수 도 있다. "꿈보다 해몽"이라지 않은가. 주인공 초등학생의 삶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투영해 본다면 불혹의 나이에도 이 책을 통해서 힘을 얻고 귀중한 깨달음을 얻었다는 고백에 공감이 될것이다.

 

불혹(不惑)의 프로그래머로 이 책을 통해서 여러 가지 질문을 던져 본다.

 

주인공인 초등학교 5학년 승호가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다음 스스로 나름의 변화를 꾀하지만 꼴지를 겨우 면하는 결과에 한계를 느끼고 삼고초려의 정성으로 여고생 현정이 누나의 도움을 구하는데, 현정이 승호에게 던진 첫번째 질문은 바로 공부를 왜 하는지 그 이유를 찾아 오라는 것이었다. 이 질문을 프로그래머로 살고 있는 스스로에게 던져 본다. "왜 일을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좋은 답을 찾지 못한다면 그것만큼 불행한 직장 생활이 없을 것이다.  각 사람 나름의 공부 목표가 있고 직장 생활의 목표가 있겠지만 그 기저에 흐르는 공부의 이유, 직장 생활의 이유를 분명히 한다면 에너지 충만한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정의 가이드는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서 공부하라"인데 이 가이드에서 주목할 점은 공부의 이유가  개인의 내부로 한정적이지 않고 외부로 확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직장 생활의 이유도 나 개인과 내부로 한정되지 않는 것이라면 즐거운 직장 생활의 기반이 되지 않을까!

 

삶의 이유를 다지고 삶의 현장에 들어서면 누구나 가슴으로 닥치는 중요한 선택의 순간을 만나게 된다. 바로 "포기"다. 초등학생 승호의 변화의 시작은 바로 작은 포기였다. 

그래, 뭔가를 하려면 다른 하나는 포기해야지. 원하는 걸 다 가질순 없잖아


전문가의 영역에서 "고수", "마루"의 인정을 받을만한 실력을 쌓기 위해서 나는 무엇을 포기하고 있는가? 드라마, 소소한 인간 관계, 술자리, 잠.........

 

학창시절을 돌아보면 스스로의 발전의 원동력은 "나도 하면 할 수 있어!"라는 자신감이었고 눈에 보이지 않은 스스로의 진전, 발전의 과정을 견디어 낸 인내였다. 스스로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승호의 고백에 참으로 공감이 갔다.

승호는 문득 다른 사람에게 믿음을 안겨 주는 것 만큼이나 자신을 믿는 일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의 변화만큼 감동적인 것은 없다. 특히 부모 자식간에 관계에 있어 "변화"는 관계를 발전시키는 에너지다. 주인공 승호가 현정의 도움으로 변화를 더해가는 과정에서 이를 지켜보는 승호 어머니의 마음은 아이를 키우는 같은 부모 입장에서 십분 이해와 공감이 가는 대목이었다. 말썽장이 아들이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 책을 잡고 

에이 싫어요. 전 사나이란 말예요! 그냥 제가 백점 맞을때까지 기다려 주시면 돼요


같은 의젓한 말을 하면......주인공의 어머니가 눈시울이 붉어진 것처럼 KTX안에서 책을 읽던 나도 눈물이 글썽일 정도였다. "이 것이 자식 키우는 맛이죠!"

 

현정이 승호를 돕는 과정에서 즐겁게 공부하라는 숙제를 내고 후배를 들을 통해 승호에게 그 방법을 일러주는 장면이 있다.

즐거운 마음이란 바로 그런 마음이야. 따뜻한 마음, 어떤 상황에서도 감사할 점을 찾고 실제로 감사하는 마음, 그러면 늘 즐거울 수 밖에 없어


갑을병정의 계약 관계와 성숙되지 못한 인격과 업무 프로세스에서 오는 갈등들...... 즐겁게 일하는 것 이것도 즐겁게 공부하는것 못지 않게 어렵다. 그렇지만 나름 일의 이유와 목적을 찾고 감사할 것을 찾아간다면 즐겁게 일하는 것이 조금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현정이 승호에게 제시한 구체적인 공부 비결중 하나가 "무너진 공부 계단을 복구하고 공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기"로 초등학교 5학년 공부를 잘하려면 3학년, 4학년 내용중 미진한 부분을 충분히 채워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컴퓨터 프로그래밍도 마찬가지다 스케일이 크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프로그래밍 언어에 집중하기에 앞서 컴퓨터 아키텍처, 알고리즘, 네트워크, 데이터베이스, 자료구조등 기본적인 기술을 충분하게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날이 갈 수록 새로운 기술과 혁신적 시도가 나오지만 뼈대가 되는 기초는 없어지지 않는다. 기초를 다져야 한다. 그래야 변화와 적응도 빠르고 신선한 아이디어가 넘쳐날 수 있다.

 

현정이 마지막 수업에서 승호에게 

1등보다 중요한 건 큰 꿈을 갖는 사람이 되는 것이고, 남들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을 갖는 거라는 걸 깨달을 거야

라고 하는데 어찌보면 달관의 경지가 이런것이 아닐까 싶다.

"책벌레가 되어야 한다", "배우는것과 공부하는 것을 구분하고 공부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는데 무엇보다 공감되는 부분은 "공부"한다는 것이다. 강의를 듣고 책을 읽는 등의 방법으로 배울 수 있겠지만 그 내용들이 내 안에 내재화되려면 바로 이해하고 소화하는 "공부"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수많은 책을 읽는 것도 도움이 되겠지만 그보다 더 큰 도움은 꼼꼼히 고찰하고 연구하고 새기는 공부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을 백번 읽으면 뜻하는 바가 저절로 이루어진다는 讀書百遍意自現이 공감되는 대목이다.


인생을 즐겁고 의미있게 만들고 싶다면 참 공부를 깨닫고 자신의 삶에 역동적인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새로운 반생을 준비할 중년에게도, 중년을 앞둔 청년에게도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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