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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2차 여행 둘째 날은 타이베이시 남부 완화구(萬華區)에 위치한 제일 청과물 도매 시장(臺北市第一果菜批發市場)을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타이베이 메인역 C1 버스 정류장에서 49, 246, 260번 버스를 타면 된다. 이른 아침 시간이라 그런지 버스 안은 한산하다.

 

버스는 근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보피랴오 역사 거리(剝皮寮歷史街區)를 지난다. 청나라 당시 세워진 2백 년이 넘는 2층 벽돌집들이 이어지는 곳이다. 보피랴오(剝皮寮)라는 지명은 강으로 수운해온 삼나무의 껍질을 벗겨서 목재로 만들던 곳이라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당시에서 타이베이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었지만 일제 강점기 이후로 중심지가 옮겨지면서 쇠퇴했다고 한다.

 

타이베이 남부 완화구의 대표적인 명소는 용산사(艋舺龍山寺)이지만 시내 곳곳에는 다양한 도교 사원들이 있었다. 버스는 지이궁(艋舺集義宮朱池李三王府)이라는 사찰도 지나서 제일 청과물 도매 시장 길 건너편에서 하차한다.

 

지하도를 통해서 길을 건너는데 표지판을 보니 청과물 도매시장도 있고 수산물 도매 시장도 있다. 대만에서는 도매시장을 비발시장(批發市場)이라 지칭하는 모양이다.

 

제일 청과물 도매 시장으로 가는 길에서 수산물 도매 시장을 살짝 들러서 간다. 동남아의 그 어떤 시장보다 깔끔하다. 노량진 수산 시장을 떠올려도 이곳이 깨끗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시장통 답게 청과물 도매 시장 앞에도 곳곳에 노점상들도 많은데, 여러 가게들 사이에서 독특한 간판이 하나가 시선에 들어온다. 자세히 보니 상점이 아니라 사찰(萬華迦納四面佛)이었다. 대만 사람들 사이에 깊게 자리한 불교, 도교, 민간 신앙의 배경을 미루어 짐작할만하다.

 

드디어 제일 청과물 도매 시장(臺北市第一果菜批發市場)으로 진입한다. 새벽 3시부터 정오까지만 영업하고 월요일에는 쉰다. 깔끔하게 정돈된 시장의 모습이 마치 창고형 할인 매장을 보는 느낌이다. 채소를 파고 공간과 과일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공간으로 구분되어 있다. 눈으로 들어오는 다양한 채소의 과일의 모습에 마음도 들뜬다.

 

먼저 채소를 파는 공간으로 들어가 대만의 채소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돌아보기 시작한다. 아주 기다란 가지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식감이 떡처럼 쫄깃하다고 한다. 먹어 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굴뚝같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마늘, 고추, 생강 같은 양념류를 보니 반갑다. 역시 따뜻한 동네라 그런지 생강들의 덩치가 모두 장난이 아니다.

 

이곳 도매 시장을 누비는 독특한 이동 수단이 우리 앞을 휙 하고 지나간다. 주문한 상품들을 싣고 가는 삼륜의 수레인데 사람이 앞에서 운전하는 것을 보면 마치 경운기를 운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절임 음식을 전문적으로 파는 가게들도 여럿이었는데 다양한 절임 음식들이 있었다. 관련한 용어를 정리해 보면 파오차이(泡菜), 쏸차이(酸菜), 자차이(榨菜) 등이 있는데 모두 피클처럼 식초와 설탕에 절이거나, 소금에 절인 음식들로 발효 과정을 거치는 우리의 김치와는 차이가 있다. 지룽의 로컬 음식점에서 돼지갈비찜과 곁들어 나온 절임 채소를 밥과 함께 먹는 메뉴가 있었는데 나름 먹을만했다.

 

야채 코너를 지나서 과일 판매 구역으로 들어서니 과일 냄새가 코를 간지럽히고 손은 지갑을 만지작 거리기 시작한다. 과일을 좋아하는 옆지기는 기분이 한창 올라와 보인다. 무엇을 사야 할까 검색하느라 두 눈이 쉬지를 못한다.

 

페루산 블루베리와 포도, 호주산 체리, 한국산 추풍령 포도, 일본산 사과, 한국산 후지 사과까지 전 세계 과일의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과일 매장들을 한두 바퀴 돌아본 옆지기는 아주 잘생긴 사과 몇 개를 구입했는데 나중에 보니 더 저렴한 사과가 있었다. 도매 시장이라고 과일이 모두 저렴한 것은 아니다. 이 지역의 제철 과일을 찾는 것이 좋다. 대만에서 사과와 배는 대부분 수입산이다.

 

경매가 끝난 현장을 지나서 주차장 쪽으로 나오면 강변 공원으로 나갈 수 있다. 나름 재미있는 시장 방문이었다. 구입한 사과 한 봉지 들고 강변으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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