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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동네 길을 걷다가 오래간만에 동네를 벗어난 걷기에 나서기로 했다. 해외 걷기에 나서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아직은 코로나 상황이 여의치 않으므로 국내로 눈을 돌렸다.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처럼 명품 길이면서도 금방 훅 끝낼 수 없는, 긴 호흡으로 걸을 수 있는 길을 찾아보았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해파랑길, 동해로 떠오르는 "해", 동해의 파란 바다색 "파", 함께를 의미하는 "랑"을 합친 예쁜 이름이다. 부산 오륙도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750Km에 이르는 길이다. 거리로 치면 프랑스에서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 산티아고 콤포스텔라까지 800km에 이르는 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길과 비슷하다. 

어떤 분들은 해파랑길을 한 달 동안 쭉 이어서 걷기도 한다. 단순 산술 계산으로는 750Km를 30일로 나누면 25Km이니 하루 6~7시간 세게 걸으면 가능해 보이는 일정으로도 보인다. 그렇지만, 우리 부부는 전체 코스를 조금씩 하루에 하나의 코스만 걷는 방식으로, 설렁설렁, 쉬멍 걸으멍 걷기로 했다. 이제 여정을 계획해 보자. 아는 만큼 즐겁고 유익한 여행이 될 것이다. 이번 여정은 1코스부터 6코스까지 5박 6일의 일정으로 걸을 예정이다. 아침 일찍 일정을 시작하여 조금 이른 시간에 하루의 걷기를 끝내고 숙소에서 여유롭게 휴식을 취한다. 대부분의 코스 종착점은 인터넷에서 예약 가능한 숙소가 있으므로 숙소를 사전 예약하고 인터넷 예약이 불가능한 곳은 전화번호를 확보한다.

 

■ 1코스 IN, 6코스 OUT

1코스 시작점 까지의 이동에도 6코스 종료 후 복귀에도 KTX를 이용한다.

KTX를 미리 예약하고 조금 이른 시간에 예약하면 좋은 할인율의 티켓을 구입할 수 있다. 두 사람의 할인액이라면 택시 값도 얻을 수 있다. 부산역에 도착하면 택시를 타고 오륙도 입구까지 이동한다. 대중교통으로는 부산역 정류장에서 27번 버스를 타고 오륙도 스카이워크 정류장까지 50분 정도가 소요된다. 둘이니 조금 호사를 누리기로 했다.

 

6코스 걷기가 끝나면 태화강을 따라 강변도로를 1.6Km 정도 더 걸으면 "무거 복개천" 버스 정류장에 도착할 수 있다. 여기에서 급행 5001번을 타면 20분 정도에 울산역까지 갈 수 있다. 다음번 해파랑길 걷기 때는 울산역에서 다시 급행 5001번을 타고 "무거 복개천"에 내려 7코스를 시작하면 딱이다.

 

■ 해파랑길 1코스(17.8Km, 6시간)

1코스 시작은 오륙도이다. 해운대 달맞이고개와 같은 동쪽에서 보면 6개의 봉우리로 보이고, 영도와 같은 서쪽에서 보면 5개 봉우리로 보인다고 하여 오륙도로 불린다는 유래가 있다. 오륙도 유람선 선착장을 거쳐서 오륙도 해맞이 공원을 지나면 이기대 자연공원으로 이어진다. 

 

이기대 공원은 4km에 걸쳐 해안으로 특이한 암석 지대가 이어진다. 이기대는 두명의 기생 무덤이 있던 곳이라는 유래가 있다. 구름다리를 지나 공원 끝자락에 이르면 좌회전하여 다리를 건넌다.

 

아파트 단지 앞을 지나 분포교를 건너고 광안대교 아래를 통과하여 메가마트 앞쪽을 지나 요트 선착장을 지난다. 해변 산책길을 지나면 광안리 해변으로 진입한다. 

 

밤이면 더 화려하겠지만 낮에도 그 열기가 식지 않는 다는 광안리 해변을 지난다. 광안의 지역 이름은 "바다가 널리 평안하다"는 의미라고 한다. 1코스 중간 정도 위치이므로 이 근처에서 점심을 해결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맛집도 많고 해변 끝 위치에 300여 횟집이 몰려 있다는 민락회 타운 시장도 지난다. 해변을 따라서 민락 어민 활어 직판장과 민락 수변 공원을 지나면 민락교를 통해서 광안대교 아래를 지나 해운대로 진입하고 수영만 요트 경기장을 지난다.

 

해운대에 진입하면 그야말로 마천루 숲에 위압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계속 바다와 걸으니 다행이다. 운촌항과 APEC이 열렸던 누리마루가 있는 동백섬을 돌아 해운대 해변을 통과하면 오늘의 목적지인 미포항에 도착한다. 동백섬에는 신라시대 문인 최치원의 유적이 있는데 해운대의 이름이 바로 최치원의 호인 해운에서 왔다고 한다.

 

수년간 시끌 시끌했던 101층 엘시티가 바로 해운대 끝자락 미포항 일대에 위치해 있다. 이 근처에는 저렴하고 평점 좋은 숙소들이 많았고 필자는 가성비 좋은 호텔 휘겔리로 예약했다.

 

■ 해파랑길 2코스(15.2Km, 5시간)

미포항을 출발한 2코스는 미포 교차로에서 우회전하여 달맞이길로 들어서고 해운대 달맞이 공원을 통과한다. 미포에서 청사포로 넘어가는 길에 있는 달맞이 공원은 와우산 중턱에 위치하고 있다. 달맞이 공원은 밤에 바다 위에 뜬 달을 보기 좋은 곳이라 해서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공원을 지나면 청사포항을 감싸고 있는 마을 뒤를 감아 돌아 지나간다. 청사포에는 아내가 고기잡이 나간 남편을 기다리다가 푸른 뱀의 안내로 용궁의 죽은 남편을 만났다는 전설이 서린 곳이다. 마을 입구에 망부석과 망부송이 있다고 한다. 마을을 지나면 청사포 다릿돌 전망대를 만나는데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곳이니 들르면 좋을 텐데 가는 길은 없는 듯하다. 

 

길은 부산의 대표 해수욕장인 송정 해수욕장으로 이어진다. 소나무 숲에 정자가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송정 해수욕장을 지나면 작은 죽도산을 휘돌아 가는데 이곳에는 바닷가로 일출 감상에 좋다는 송일정이 있다. 죽도산을 지나면 바닷가로 송정항과 공수항을 차례로 지난다. 공수항이 있는 공수 마을은 중앙에서 내려오는 관리들의 숙박과 접대를 위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공수전이 있던 곳이라 해서 붙은 이름이라 한다.

 

공수항을 지나면 우측으로 시랑대가 있는 시랑산을 지나는데 이 지역은 부산 기장군의 남부 지역으로 근처에 각종 쇼핑몰과 테마파크가 있는 오시리아 관광단지가 있고 이 오시리아의 어원이 된 시랑대가 이곳에 있다. 좀 더 올라가면 오랑대라는 곳이 있는데 오랑대와 시랑대의 머리글로 오시리아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국립 수산 과학원과 동암항, 힐튼 호텔을 지나간다.

 

오시리아 이름의 한 축인 오랑대는 일본으로 건너갔다는 연오랑과 세오녀 설화도 있고, 기장으로 유배로 다섯 명의 친구 이야기도 그 유래가 있는 장소다. 해변으로 기암절벽이 있는 공원이다. 잠시 기장 해안로를 거치는 2코스는 젖병 등대, 닭볏 등대 등 독특한 등대가 있는 서암항을 거쳐서 오늘의 종점인 대변항에 도착한다.

 

2코스는 숙소는 넘버 25 기장 연화리점으로 예약했다. 저렴하면서도 다음날 7시부터 토스트, 시리얼, 컵라면 등으로 조식을 먹을 수 있다는 매력이 있었다. 숙소 체크인을 하고 포장 마차촌을 지나 죽도로 가는 인도교를 통해서 산책을 다녀오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해파랑길 3코스(16.5Km, 6시간)

대변항을 출발한 3코스는 봉대산을 오르는 것으로 시작한다. 2백여 미터의 봉대산은 조선 시대의 봉수대가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봉대산을 내려오면 기장군청과 기장 체육관, 기장 경찰서 등 14번 국도를 따라 걷는다.

 

시내길을 걷다가 일광 해수욕장으로 진입한다. 일광 해수욕장은 오목한 모양의 아늑한 모래 해안이다. 계속 해안을 따라 이동하여 이동항을 지난다.

 

해변을 따라 걷는 3코스는 선바위 유원지를 지나는데 몽돌과 기암이 800여 미터 펼쳐진 해안이다. 길은 부경대 수산과학원을 돌아 동백항을 지난다.

 

동백항을 지난 길은 신평소 공원에 이르는데 배 모형이 있는 작은 공원이다. 이어지는 길에서는 칠암항의 독특한 등대들도 만날 수 있다.

 

문동리 해변을 따라 임랑 해수욕장에 도착하면 3코스를 끝내는데 숙소를 찾다가 코스 끝나기 약 1.5Km 이전에 위치한 비치 하임 펜션을 예약했다. 임랑 쪽에서는 인터넷으로 예약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다.

 

 

 해파랑길 4코스(19.0Km, 7시간)

4코스는 임랑 해수욕장에서 시작한다. 멀리 고리 원자력 발전소를 보면서 여정을 시작한다. 월내 시장과 월내역을 지나간다. 1978년 국내 최초의 원자력 발전을 시작했던 고리 1호기가 10년 수명 연장을 거쳐 2017년 39년 만에 폐쇄되었지만, 이곳에는 고리 2~4호기, 신고리 1~4호기가 발전 중이고, 5~6호기는 건설 중이다. 이런 까닭에 길은 내륙을 돌아갈 수밖에 없다.

 

봉대산과 원자력 발전소 단지를 우회하는 길을 가다 보면 부산시 기장군을 지나서 울산시 울주군으로 넘어가게 된다.

 

울산시 울주군으로 들어선 4코스는 신리항에서 바닷길을 이어간다. 

 

나사 해수욕장과 평동항을 지나는 여정은 그 유명한 간절곶 거쳐 간다. 혼자도 와보고, 아이들을 데리고 가족이 함께 왔었던 추억이 새록새록 돋아 날 것 같다.

 

간절곶을 지난 4코스는 송정 공원, 솔개 공원과 솔개 해수욕장, 대바위 공원을 거쳐 오늘의 목적지인 진하 해수욕장에 도착한다. 솔개는 하늘을 나는 솔개가 아니라 소나무가 많은 갯가라는 의미라고 한다. 대바위는 큰 바위의 의미가 아니라 바위 위에 조망대가 있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4일 차의 숙소는 진하 해수욕장에 위치한 모텔 유엔아이로 예약했다. 이곳도 인터넷으로 예약할 수 있는 숙소들이 많았다. 진하 해수욕장은 바로 앞에 위치한 명선도 사이로 조석의 차이로 바다가 갈라지는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곳이라고 한다. 매년 일어나는 것은 아니고 10여 년에 한 번 때가 맞아야 볼 수 있다고 한다. 밤이면 명선도 주위로 조명을 밝힌다고 하니 저녁 식사 후에 산책을 나가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해파랑길 5코스(17.6Km, 6시간)

4코스가 원자력 발전소 단지를 우회하는 했다면, 5코스는 온산읍의 산업단지를 우회한다. 바다를 등지고 내륙으로 울산 시내로 들어가는 길이다. 이 길을 함께하는 벗이 하나 있는데 바로 회야강이다. '논배미를 돌아서 흐르는 강'이란 의미라고 한다. 경남 양산의 천성산 무지개폭포에서 발원하여 흐르다가 1년에 한 번만 문을 연다는 회야호를 거쳐서 동해로 빠져나가는 강이다. 회야강 강변을 따라서 걷다가 온산역으로 이어지는 철길과 남창천을 건너서 다시 상회 2교를 통해 회야강을 건넌다. 논배미는 뱀처럼 구불구불한 논둑으로 둘러싸인 논의 한 구역을 의미한다고 한다.

 

회야강 강변 걷기는 온산읍 근처를 지나 계속 이어진다. 

 

회야강 강변 걷기가 끝나면 좌측으로 인봉산, 동해 고속도로, 회야호를 두고 시내로 들어간다.

 

덕하 시외버스 터미널을 거쳐서 시내를 가로지르면 오늘의 목적지인 덕하에 도착한다. 덕하 전통 시장에 "덕이 있는 곳"이라 적혀 있듯이 덕德가 눈에 들어오는 마을이다. 2, 7일이 장이 열린다고는 하는데 계속 들어서고 있는 아파트 단지들과 소금 포대를 나르느라 붐볐다는 덕하역의 옛 모습이 어떻게 겹쳐질지 궁금하다. 

 

이번 여행 준비에서 숙소 예약이 가장 힘들었던 곳이 바로 덕하였다. 아래로도 위로도 근처에 숙소가 없었다. 유일하게 찾은 덕하장(052-268-4700~1) 인터넷으로는 예약할 수 없다. 중간에 전화로 예약할 예정이다. 만약 예약이 되지 않거나 문을 닫았다면 중간에 온산읍을 지날 때 읍내에 숙소들이 있으므로 읍내 숙소를 이용하면 된다. 단, 이렇게 되면 내일 8~9Km를 더 걸어야 하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해파랑길 6코스(15.7Km, 6.5시간)

이번 여정의 마지막 코스인 6코스는 울산 시내의 주요 그린 포인트를 지나 태화강에 이르는 여정이다. 덕하를 떠난 길은 동해선 철로를 3번 가로지르며 자그마한 함월산으로 향한다. 달을 품에 안은 산이라는 의미의 함월산은 높이는 높지 않지만 울산의 주산이라 여겨진다고 한다. 

 

함월산을 내려오면 선암 호수 공원을 돌아 울산 대공원으로 향한다. 선암 호수 공원은 예전에 선암제라는 못이었는데 공업 용수로 사용하기 위한 저수지로 확장했다가 선암댐이 세워지며 더욱 확장되었다고 한다.

 

해파랑길 6코스는 울산 대공원을 가로질러 지나간다. 우리나라에서 도심에 존재하는 공원 중에 가장 큰 규모라고 한다. 뉴욕 센트럴파크보다 크다고 한다. 어떻게 규모의 공원이 시내 한 복판에 있을 수 있을까 싶어 알아보니 석유 화학 공장을 오래 운영하던 SK 그룹에서 사회 공헌 차원에서 10년간에 걸친 공사 끝에 나라에 무상으로 기부 채납 한 것이라 한다. 장미원과 동물원만 입장료를 받는다.

 

울산 대공원을 나서면 높지 않은 삼호산을 오른다. 솔마루 하늘길을 통해서 널찍한 문수로를 건너게 된다. 삼호산을 울산 공원 묘원 주위를 거쳐 내려가면 고래 전망대를 거쳐 6코스의 종착점인 태화강 전망대에 이르게 된다. 좋은 전망들을 보며 내려가는 코스일 것 같다. 무료입장인 태화강 전망대를 들러보는 것으로 여정을 마무리한다. 비록 고층 아파트가 숲을 이룬 대도시가 경로에 엮일 수밖에 없지만 바다, 산, 강을 거치며 걷기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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