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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간의 TMB 걷기 일정을 모두 끝내고 이제는 홀가분하게 샤모니 시내를 돌아볼까 합니다. 원래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샤모니로 넘어온 첫날 숙소 체크인을 하고 이후 여행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면서 시내를 돌아볼 계획이었는데 옆지기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혼자서 버너용 가스를 비롯한 물품과 간식거리를 구입하는 것으로 끝나고 말았었죠. 그때 못한 샤모니 시내 구경도 여유 있게 하고 오늘 오후와 저녁, 내일 제네바 출발 때까지 필요한 간식거리와 선물 거리를 사러 슈퍼도 들른 다음, 날씨도 좋으니 몽블랑을 제대로 조망할 수 있는 르 브레방(Le Brévent)으로 갑니다.
몽블랑 광장에 바라보는 몽블랑 방향의 전경입니다. 한편으로는 에귀 뒤 미디(Aiguille du Midi)로 올라가는 케이블카가 보입니다.
몽블랑 반대편 르 브레방(Le Brévent) 쪽으로는 눈 덮인 고봉들은 보이지 않지만 마치 독수리처럼 하늘을 뱅뱅 돌고 있는 패러 글라이더들이 하늘을 수놓고 있습니다. 르 브레방으로 방향을 잡고 천천히 걸음을 옮깁니다.
샤모니는 산에 둘러 쌓인 계곡에 위치한 도시로 도시 가운데로는 빙하수가 모여 흐르는 아르브(l'Arve) 강이 남북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이강을 가로지르는 작은 목조 다리를 건너면 몽블랑 광장에서 시내 중심가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색이 뿌연 빙하수가 콸콸 흘러내려가는데 그 기세가 예사 스럽지 않습니다. 평지처럼 보여도 샤모니는 해발 1천 미터 지대이니 물이 흘러가는 기세가 강한 것이 당연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전에 딸아이가 보여준 비긴 어게인이란 음악 프로그램에서 마지막 버스킹 장소가 바로 프랑스 샤모니였는데 이 골목에 들어서니 텔레비전에서 만났던 앵글이 그대로 눈에 들어 오는것 같아 감회가 새롭네요.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는 음악이 참 좋은데 풍경도 좋네 하며 지금 이 순간 내가 이곳에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었지요. 일단 앞에 보이는 "Super U" 슈퍼에서 이것저것 간식거리를 구매했습니다. 과일이 저렴해서 넉넉하게 구입했고, 겉보기에는 작은 편의점처럼 보이지만, 지하 매장까지 있어서 옆지기는 작은 선물 거리도 챙겼습니다. 쇼핑할 때는 없던 힘도 생기나 봅니다. ㅎㅎ
우리나라의 편의점이 슈퍼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프랑스의 슈퍼마켓은 생긴것은 편의점 같지만 저렴해서 좋았습니다. 특히 과일은 정말 저렴했습니다. 납작 복숭아 한 무더기가 2 유로, 살구 한 무더기가 1유로였으니 오후 내내 입은 즐거웠습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작은 포켓용 럼을 한 두 개 사 먹었는데 맛이 매력적이더군요. 사탕수수에서 즙이나 설탕을 짜고 남은 부산물로 만드는 럼이 포도주처럼 맑은 색을 가진 라이트 럼과 색을 가진 미디엄 럼, 그리고 오래 숙성시킨 헤비 럼이 있는 줄을 처음 알았습니다. 한국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럼이 3유로대이니 가격도 착했습니다. 품목별로 정리해서 나오는 영수증도 인상적입니다.
슈퍼마켓에서 쇼핑을 끝낸 저희는 길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 갑니다. 사진에 보이는 시계탑은 샤모니 시청 근처 교차로에 있는 것입니다. 때마침 점심시간이라 TMB를 시작하는 사람들, TMB를 끝낸 사람들, 그냥 샤모니에 관광 온 사람들이 섞여서 북적북적합니다. 저녁 시간이면 시내는 사람이 더 많아집니다. 인구 1만 명도 되지 않는 프랑스의 시골도 이렇게 사람들로 넘쳐나니 관광 대국 프랑스라는 말이 실감 납니다.
시계탑에서 바로 우회전해서 생 미셸 성당으로 가지 않고 좌측으로 조금 돌아 발마 광장을 거쳐서 가면 이곳과 인연이 깊은 사람들의 동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미셸 파카르(Michel-Gabriel Paccard)의 동상 입니다. 의사이자 등산가였던 미셸 파카르는 1786년 동료인 자크 발마(Jacques Balmat)와 함께 몽블랑을 처음으로 등반한 인물입니다.
7월의 따스한 햇살을 받으면 즐거운 점심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 TMB 걷기, 암벽 타기, 스키, 패러 글라이딩, 산악자전거 등 굳이 레포츠를 즐기지 않아도 샤모니는 쉬어 가기에 좋은 도시였습니다. 새하얀 빙하를 머리에 이고 있는 고봉을 보면서 여유 있는 점심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될까요?
발마 광장에 들어서면 샤모니의 상징과도 같은 오라스 소쉬르와 자크 발마의 동상이 있습니다. 스위스의 과학자이자 등산가인 소쉬르(Horace Bénédict de Saussure)는 몽블랑을 최초로 오른 사람에게 상금을 내건 인물로 1786년 미셸 파카르와 자크 발마가 성공한 다음 1년 후에 자신도 자크 발마와 함께 몽블랑 등정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발마 광장을 돌아서 르 브레방(Le Brévent) 방향으로 길을 잡으면 바로크 양식의 생 미셸 성당(Catholic Church of St. Michel)이 있습니다.
생 미셸 성당은 샤모니 형성 초기에 수도원이 있던 자리에 18세기에 세워진 성당이라고 합니다. 르 브레방에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이곳에서 보기 힘든 장면을 목격했었지요.
성당 뜰에도 발마의 동상이 부조로 새겨져 있었습니다. 빙하와 만년설에 위압되었던 사람들에게 몽블랑이 정복 가능하다는 것을 최초로 보여 주었으니 샤모니에서 그의 이름이 빛나고 있는 것은 이상할 일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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