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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TMB 7일 차 걷기입니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걷기를 시작합니다. 몽블랑 산장(Auberge du Mont Blanc)에서의 넉넉한 휴식을 뒤로하고 발므 고개(Col de Balme, 2,191m)를 향해서 걷습니다. 원래 계획은 발므 고개를 넘어서 몽록(Montroc) 기차역까지 이동한 다음 기차로 샤모니 시내로 이동하는 것이었는데 일단 발므 고개를 넘으면 상황을 보고 체력이 되는 만큼 걷다가 혹시 케이블카를 타게 되면 바로 시내버스를 타고 샤모니 시내로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길 옆으로 로즈 성당을 지나쳐 갑니다. 계곡 안이라 오전 7시가 지나가고 있는 시각임에도 약간 어두운 기운이 남아 있지만 멀리 빙하 위로 지나는 흰구름들은 아침 햇살을 받아 눈이 부십니다. 첫날부터 마지막 산행 날까지 너무도 좋은 날씨를 만나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트리앙에서 발므 고개로 향하는 길은 트리앙 계곡물을 따라서 한동안 이어집니다. 이른 아침부터 풀을 뜯으러 나온 이곳의 소들은 송아지들을 데리고 나왔습니다. TMB 내내 우유 생산을 위한 커다란 암소들만 보다가 송아지와 함께 있는 소들을 보니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집니다.

 

발므 고개(Col de Balme)로 가는 다른 경로가 있지만 저희는 "TMB" 마크가 새겨진 르 푸티(Le Peuty) 방향을 향해서 걷습니다.

 

트리앙 계곡 정면으로는 베홍 빙하(Glacier des Berons)가 위압감을 뽐냅니다. 설마 저기로 가는 것 아니야? 하면서 지도를 보니 다행히 저희는 우측 계곡을 따라 올라갑니다.

 

길은 르 푸티 캠핑장(Camping Le Peuty)을 지납니다. 이곳까지 차를 가져와서 당일치기로 산을 다녀오는 사람도 많은가 봅니다.

 

이른 아침, 텐트를 열고 부스스 하루를 시작하는 이들의 모습을 뒤로하고, 발므 고개까지 2시 30분이라는 이정표를 따라 힘차게 길을 걷습니다. 30분 정도 걸었다고 벌써 몸에 온기가 오릅니다.

 

본격적인 경사 오르기 직전, 알프스에서 보는 거의 마지막 들판이 될 듯합니다.

무수한 야생화들은 소들에게 바쳐질 한 끼 식사가 되겠지요? 풀밭 사이로 거대한 민달팽이가 이른 아침 산책을 나왔습니다. 크기가 어른 손가락만 합니다. 그러고 보면 소가 초식 동물이기는 하지만 풀과 함께 작은 벌레나 이런 민달팽이도 딸려 입으로 들어갈 테니 엄밀히 따지면 잡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어떤 수의사분의 글에서도 초식동물은 주로 풀을 먹고 육식 동물은 주로 육식을 할 뿐이지 상황에 따라 초식 동물이 육식을 하고 육식 동물이 초식을 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토끼나 쥐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새끼를 먹어치우거나, 호랑이나 개가 풀을 뜯는 등 전통적인 분류학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경사를 오르기 전에 뒤돌아 바라본 트리앙 계곡의 모습입니다.

 

스위스의 등산로라는 선명한 표식이 오랜 세월 이끼를 품은 바위에 마치 군인의 휘장처럼 붙어 있습니다.

 

완만한 계곡길이 지나면 지그 재그 길로 1,400미터 내외에서 1,800미터 까지 400미터 내외의 고도를 쭉 올립니다. 숲길을 헉헉대는 거친 숨과 이마에 흐르는 땀으로 걸어야 합니다.

 

길은 넓어 길을 찾아다닐 일이 없고, 나무는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아서, 몸은 땀과 숨으로 힘듦을 표현하지만, 마음과 입술은 그저 "참 좋다!"를 내뱉습니다. 

 

가끔씩 등장하는 쉼터도 여유 있는 산행을 도와줍니다.

 

높은 경사도의 길을 몇 개 지날수록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트리앙 계곡은 점점 더 아득히 멀어집니다.

 

오르막 길 한편에는 한 장교를 기리는 명판이 붙어 있었습니다. 

 

지그재그 길로 한 시간 가량 경사길을 오르고 나면 이제 숲길을 벗어나 멀리 트리앙 계곡을 뒤로하고 우측으로는 철십자봉(Croix de Fer, 2,343m) 자락을 바라보면서 산허리를 걷게 됩니다. 

멀리 이번 TMB 걷기의 마지막 고개인 발므 고개가 보이는 듯합니다. 고개 직전까지는 200여 미터 완만하게 고도를 올려 갑니다.

 

아침 햇살에 취한 알펜로즈와 야생화들과 함께하는 길입니다.

 

완만한 오르막이 끝나고 발므 고개 앞 마지막 오르막이 시작되는 지점에는 두꺼운 돌로만 지붕을 얹은 독특한 공간을 만나게 됩니다. 여행객을 위한 산장은 아니고 목동들이 사용하던 공간을 보존 차원에서 유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발므 고개를 향해서 마지막 피치를 올립니다. 

 

아침 햇살에 찬란하게 빛나는 알펜로즈가 알프스에서의 우리의 마지막 걸음에 힘을 보탭니다.

 

멀리 발므 고개 대피소가 보입니다.

 

드디어  발므 고개(Col de Balme, 2,191m) 표지판이 나왔습니다. 철십자봉을 비롯해서 다양한 곳으로 가는 표식이 있지만 TMB 표식을 따라서 발므 고개로 갑니다.

 

발므 고개 대피소(Col de Balme Refuge, 2,190) 입니다. TMB 걷기 2일 차에 만났던 낭보랑 산장 근처에 있는 발므 산장(Chalet Refuge La Balme, 1,706m)과 헷갈릴 수 있습니다. 1877년에 세워진 대피소인데 프랑스-스위스 국경에 위치해 있지만 문은 스위스 쪽이라고 합니다. 아무튼 이제 걸어서 고개 넘기는 끝입니다! 통쾌함과 시원함, 감사와 보람이 환상적인 풍광과 함께 춤을 추는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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