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길 11코스는 모슬봉을 지나면 보성리에 도착한다. 모슬봉 언덕길을 부지런히 올라오니 나이 먹은 백구 한 마리가 흐흐하며 미소 짓는다. 세상에 저런 개가 있나! 사람이 지나가도, 멈추어 서서 사진을 찍어도 미소만 지을 뿐 도통 짓지 않는다. 백구 나름의 연륜이 쌓은 것일까? 모슬봉의 기운을 받아 넓은 마음을 가진 것일까? 아니면, 올레꾼들을 하도 보아서 그러려니 하는 것일까? 사진을 자세히 보면 미소 짓는 백구의 모습은 만화 영화에서 씩 웃는 캐릭터의 모습 같다. 모슬봉 언덕에서 해안을 보니 아랫마을보다는 수평선이 깨끗하게 눈에 들어온다. 바닷가에서 바라보는 수평선과 언덕 위에서 바라보는 수평선은 그 맛이 다르다. 아마도 시야에 사람 사는 풍경이 있어서 그런 것 아니겠나 싶다. 여행지에서의 시간 보다,..
올레 10코스는 섯알 오름을 지나면 옛 상흔이 남아 있는 알뜨르 비행장을 가로질러 하모 해변을 지나 대정읍내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섯알 오름 예비 검속 희생자 추모비를 보면 가슴 아린 우리나라의 현대사가 끝나지 않고 2022년 지금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현실에 가슴이 더 답답해진다. 생각의 다름이 다른 사람의 생명을 빼앗거나, 억압, 배제, 차별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한국판 똘레랑스를 세울 수는 없는 것인가? 진정한 관용이 없는 변질된 법치는 또 다른 희생자와 가해자를 낳을 뿐이다. 무거운 발걸음과 마음으로 희생자 추모비 진입로를 빠져나간다. 진입로 입구에 이르면 한국 전쟁 당시 섯알 오름에서 있었던 참혹한 상황을 조금이나마 만나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양민들을 향해 방아쇠를 당겨야 했던 해병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