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도착했던 로베르 블랑 산장(Refuge Robert Blanc, 2,750m)에서의 하룻밤은 감사와 3일 연속 산장에서 묵는 강행군의 피곤함 속에 잠을 잔 건지, 그냥 쓰러진 것인지 모를 정도였습니다. 물을 갈아먹어서인지, 체력 소모에 비해서 영양 섭취가 부실해서였는지 속도 좋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산장에서의 하룻밤을 보내고 나면 어느새인가 걸을 힘이 보충되는 것은 그저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프랑스-이탈리아 국경인 세이뉴 고개(Col de la Seigne, 2,520m)까지는 약간의 내리막과 오르막이 있기는 하지만 거의 비슷한 고도입니다. 북쪽으로 글레이셔 침봉(Glaciers, 3816m)을 보면서 글레이셔 빙하(Le glacier des Glaciers)의 아래 부분을 가로..
TMB 3일 차 걷기는 정말로 파란만장했습니다. 눈 비탈에서 굴러 떨어지다가 겨우 목숨을 부지한 행운으로 손등이 다치고 무릎이 긁힌 것은 로베르 블랑 산장에 도착한 이상 영광의 상처일 뿐입니다. 엉덩방아로 넘어지고 긁히고 스틱이 구부러 지는 것은 그저 하찮은 일일 뿐입니다. 정식 TMB길이 아니기에 등산로 표식을 찾아 길을 헤매며 요새와 같은 로베르 블랑 산장(Refuge Robert Blanc, 2,750m)에 도착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녁 8시가 넘는 시간에 산장에 도착했으니 산장의 저녁 식사는 모두 끝난 시각이었지만 젊은 산장 지기는 산장 생활에 필요한 것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직전 산장이었던 본옴므 산장에 비해면 작은 산장이기에 등산화와 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