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읍내를 출발한 올레길 11코스는 동일리를 지나 모슬봉 입구에 이른다. 가는 길에 대정 오일 시장도 지난다. 어제는 올레길 11 코스 시작점 인근에 있는 모슬포 호텔에서 넉넉한 휴식 시간을 가졌다. 저렴하면서도 깨끗하고 괜찮은 숙소였다. 우리는 오늘은 11코스를 걷고 이어서 12코스의 12Km 정도를 걸어 총 29.3Km에 이르는 강행군을 해야 하므로 조금 이른 시간에 일정을 시작한다. 읍내에 있는 김밥집들이 문을 열기를 바랐으나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아니면 주말이라 그런지 문을 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편의점에 들어가 삼각 김밥들을 배낭에 쓸어 담았다. 주인아주머니는 왜 이렇게 많이 사는지 의아해하는 눈빛으로 하나하나 유효 기간을 확인하고 판매해 주셨다. 숙소에서 미리 얼려 놓은 생수를 냉매로 ..
올레 10코스는 섯알 오름을 지나면 옛 상흔이 남아 있는 알뜨르 비행장을 가로질러 하모 해변을 지나 대정읍내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섯알 오름 예비 검속 희생자 추모비를 보면 가슴 아린 우리나라의 현대사가 끝나지 않고 2022년 지금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현실에 가슴이 더 답답해진다. 생각의 다름이 다른 사람의 생명을 빼앗거나, 억압, 배제, 차별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한국판 똘레랑스를 세울 수는 없는 것인가? 진정한 관용이 없는 변질된 법치는 또 다른 희생자와 가해자를 낳을 뿐이다. 무거운 발걸음과 마음으로 희생자 추모비 진입로를 빠져나간다. 진입로 입구에 이르면 한국 전쟁 당시 섯알 오름에서 있었던 참혹한 상황을 조금이나마 만나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양민들을 향해 방아쇠를 당겨야 했던 해병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