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이 조금 넘은 시각 인천공항을 이륙한 비행기는 9시간 45분의 비행 끝에 아부다비 현지 시각으로 새벽 5시 30분 정도에 아부다비 공항 3 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우리나라가 UTC +9, 아부다비가 UTC +4로 5시간의 시차가 있습니다. 중간에 기내식을 먹는 시간이 있었지만 조금이라도 눈을 붙이려 했고 밤에 출발하여 새벽에 도착하는 비행기다 보니 시차가 있다는 느낌은 거의 없었습니다. 알게 모르게 피곤이야 쌓이겠지만 자연스러운 시차 적응은 에티하드 항공을 이용할 때의 장점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아부다비 공항에 도착하여 제일먼저 한 것은 디르함 환전으로 이번 여행에서는 가지고 있던 달러를 현지에서 디르함이나 유로화, 스위스 프랑으로 환전해서 사용할 것이기 때문에 아부다비에 도착하자마자 100달러를..
귀차니즘은 공항에서도 발휘되는가 봅니다. 공항 보안검사에서 "삐" 소리 없이 그냥 통과하겠지 했는데 바지 후크에 있던 작은 쇠붙이 하나가 쉰 나이의 여행객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마음 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짜증들이 마치 맑은 연못에 흙탕물이 오르듯 잔잔하게 설레던 여행의 시작을 조금은 흩트려 놓았습니다. 보안 검색대에서 "삐" 소리가 나자 젊은 보안 요원이 몸을 훑어 대는데 기분이 썩 좋지 않았던 것입니다. 흔들린 쉰 중년의 마음은 옆지기가 보안 검사에 걸리지 않도록 준비한 작은 가위에도 굳이 그것을 왜 가져왔냐며 타박을 날립니다. 돌아보면 꼼꼼하게 매뉴얼대로 점검을 수행한 보안 요원의 성실함이었고, 차분하고도 빈틈없는 옆지기의 여행 준비였고, 바지의 후크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몸 깊숙이 쌓인 귀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