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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4m의 봉황산(鳳凰山) 정상을 향해서 걷습니다. 온도와 습도가 모두 트레킹하기에 좋은 겨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걷다보면 옷을 하나씩 벗을 수 밖에 없습니다.



나름 겨울이라 억새도 있고 누렇게 옷을 갈아 입은 들풀들도 있지만 란타우 피크로 가는 길은 초록빛 산하와 해안선 뷰가 늘 함께 합니다.



봉황산 정산으로 가는 길은 깔끔하게 잘 정비되어 있어서 걷기에 참 좋지만 포린사 쪽에서 오르는 코스는 경사가 높은 편이라서 이런 계단 오르기의 연속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끊임 없이 계단을 오르고 또 올라야 합니다.



많이 올라왔는지 이제 천단 대불의 높이까지는 올라온 모양입니다.



포린사와 천단대불과는 점점 멀어집니다. 저질 체력에 이 만큼을 걸어 왔다니 스스로 대단한데! 하는 토닥임을 해줍니다. 출발지가 정말 멀어보이고 산 능선을 조금 더 걷다보면 이 조차도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멋진 풍광을 바라보면서 쉴수 있는 벤치는 저질 체력을 가진 걷기족은 무조건 멈춰가는 장소입니다. 퉁청역 편의점에서 준비한 물과 간식거리로 체력을 보충합니다. 



코스 중간 중간에 만나는 거리 표지판입니다. 저희는 란타우 트레일 3코스를 거꾸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L다음에 있는 숫자가 5백 미터 마다 하나씩 줄어 듭니다. 몸이 지쳐갈 무렵이면 쉬는 시간이 빈번해 지고 그만큼 산행이 길어지기 때문에 이 표지판을 기준으로 다음 표지판을 만나면 쉬어야지, 2개 지나면 쉬어야지, 하면서 걷기도 했습니다.



구름 아래의 천단 대불과 포린사. 이제는 까마득히 멀어졌습니다. 아무리 느려도 조금씩 조금씩 전진해 나가면 결과는 엄청나다는 교훈을 깨닫습니다. 내 발로 걸어서 느끼는 깨달음. 내 발로 걸어서 체득하는 교훈은 남다르죠.



얼마나 높이 올라왔는지 지혜의 숲, 포린사, 천단 대불, 옹팡 케이블카 터미널을 넘어서 멀리 홍콩-마카오-주하이 대교도 눈에 들어 옵니다.



능선에는 홍콩도 지금이 겨울이라는 것을 강변하듯이 누런 들풀들로 가득합니다.



참자요(斬柴坳, tsam chai au)라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坳(요, Au)는 이곳에서는 계곡의 의미인 모양입니다. 한참 올라 왔는데 이제 겨우 1키로미터 왔다고 하네요. 그래도 이제는 능선을 걷겠지요!



정상을 향하는 능선에서는 란타우 트레일의 절경들을 함께 하면서 걷습니다. 멀리 바다에서 흰 파도 줄기를 만들며 바다를 질주하는 배들은 아마도 마카오와 홍콩을 오가는 페리들이겠지요!



헐벗은 능선과 아름다운 해안선.



산길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가벼운 인사만큼 기분 좋은 것은 없죠. 올라가느라, 내려가느라 서로 헥헥 거리지만 숨 한 모금 고르게 하고 "굿 모닝"을 힘차게 내뱉습니다. 처음엔 "헬로우!, 하이!" 했는데 내려오는 서양 사람들은 12시가 넘었는데 아직 오전이라 생각하는지 그냥 "굿 모닝!"하더군요. 홍콩분들은 우리가 동양인이니까 중국말로 뭐라고 하는데 알아 들을 수는 없었습니다. 



산 정상에 가까워 질 수록 뷰는 점점 더 넓어집니다.



산길은 가끔 뒤돌아보면 아주 아름다운 풍경을 던져 주고는 합니다. 지침 몸을 이끌고 앞만 보며 걸을 때와는 다른 풍경이지요. 봉황산도 안개와 바람이 어느 쪽에서 불어 오는 지에 따라 한쪽은 들풀 만이 자리해서 누렇고 다른 한쪽은 관목들이 뿌리를 내려서 겨울의 초록을 뽐내고 있습니다.



능선으로는 큰 나무들이 없어서 오로지 보이는 것은 누런 들풀 자국들과 흙이 들어난 트레일 코스 뿐입니다.





능선에서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들을 모두 담아가고 싶지만 사진은 사진일뿐 현장의 감동을 대신할 수는 없지요. 홍콩의 마천루보다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강추합니다.



아무리 따뜻한 날씨가 지속되더라도 겨울이 있다는 것은 식물에게도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에게도 축복이 아닌가 합니다. 식물은 더 찬란한 생명을 위해서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하챦은 풀이라도 계절을 알고 그 계절을 감사하며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 줄 수 있으니까요. 



계곡과 산 등성이를 타고 오르는 강한 해풍은 왜 이곳에 나무 대신 들풀만 가득한지를 대변해 주는것 같기도 합니다.



저멀리 오늘의 목적지가 보입니다. 이제 내려갈 일만 남았습니다. 정상에 거의 다 온것입니다. 



진짜 한참을 왔는데 겨우 1.5킬로미터 라니 조금 허무하기는 합니다. 쉬엄 쉬엄 왔으니 그럴만도 하겠지만 앞으로 남은 거리가 온것의 두배이니 아무리 하산길이라 하더라도 만만하지는 않겠습니다.



934미터 봉황산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봉황산 정상을 란타우 피크(Lantau Peak)라 부르는데 란타우의 원래 의미는 부서진 모자를 뜻한다고 합니다. 산봉우리 꼭대기가 부서져서 두개로 나뉘어 보이기 때문이랍니다. 홍콩에서 제일 높은 산은 반도에 있는 대모산(Tai Mo Shan, 大帽山, 957m)이고 두번째로 높은산이 바로 란타우섬의 봉황산입니다.



멀리 퉁청 시내와 공항이 보입니다. 



봉황산 정상 바로 옆에는 작은 임시 대피소가 있었는데 강한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좋은 장소 였습니다.



작은 벤치가 하나 있는 임시 대피소의 내부 모습과 대피소에서 바깥을 바라본 모습입니다. 이곳에서 미리 준비해온 샌드위치로 점심을 해결했습니다. 트레킹 코스에서는 매점도 좌판도 없기 때문에 식수와 도시락은 미리 준비해오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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