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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해파랑길 2코스를 걷기 전에 숙소를 나와 바라본 해운대 해수욕장의 모습. 한여름의 인파도, 늦은 밤의 행락객들도 없는 고요함 그 자체이다. 평일에다 이른 아침이니 이곳 미포항에서 저 멀리 동백섬까지 사람의 그림자도 없다. 청명한 가을 하늘이 오늘 2코스 걷기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올려준다.

 

해파랑길 2코스는 미포항을 출발하여 엘시티 옆길 오르막을 통해서 미포 교차로를 향해 나아간다.

 

오르막길을 걷다 보면 우측으로 동해남부선 폐선 구간을 이용한 해운대 블루 라인 파크를 만날 수 있다. 미포에서 송정 해수욕장까지 운행하는 해변 열차와 철길 옆으로 높게 레일을 설치해서 미포에서 청사포까지 운행하는 스카이 캡슐을 탈 수 있다. 

 

예전에 가족 여행을 위해 해운대 전통시장 안에 있는 펜션을 예약해 놓고 기차로 해운대역에 내려 숙소로 걸어갈 계획을 세운적이 있었다. 기차를 내려 플랫폼을 나갈때 까지만 해도 역의 분위기가 예전하고 조금 다르네! 하는 생각만 했지, 어둑해진 시간이라 그러겠지 하며 조금 후면 벌어질 상황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역을 나와서 5분 정도만 걸으면 숙소에 도착할 텐데 숙소에서 해 먹을 음식 생각과 아이들 생일 파티 생각에 여념이 없었다. 그런데, 아뿔싸, 역을 나와보니 이전의 해운대역이 아니었다. 아이들과 아내를 데리고 여행하는 상황에서 황망하기 그지없었다. 황당함을 가라 앉히고 주위 사람에게 물어보니 역이 이전했고 해운대 전통시장까지 가려면 택시를 타는 것이 좋을 거라고 했다. 동해 남부선이 2013년 12월 폐선되고 장산을 뚫은 동해선으로 역이 옮겨간 것이다. 지금은 신해운대역으로 이름도 바뀌었지만 그 당시에는 그냥 해운대역이었으니 헤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아련한 그때의 추억을 되새기며 길을 이어간다.

 

미포 교차로에서 만난 커다란 "달맞이길" 표지판. 바다에 뜬 달을 보기 좋은 곳이라 하는데 어제밤에는 옆지기의 좋지 않은 몸 상태 때문에 숙소 밖으로 나가지도 못했다. 맑은 날 달을 보지 못한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해파랑길은 "달맞이길" 표지판이 세워진 우측 길로 꺾어져 오르막을 이어간다. 시작부터 등산(?)이다.

 

달맞이길 오르막은 벚나무가 가지런히 심어진 아름다운 길이다.

 

오르막을 걷다 보면 문탠 로드 입구에서 해파랑길 표지판과 전망대를 만나게 되는데, 이곳에서 만나는 풍경은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오르막을 오르며 차오른 숨을 쉬어가기 좋은 장소였다.

 

해운대 해수욕장, 동백섬과 마린시티, 멀리 광안대교까지 보인다.

 

잔잔한 바다 너머로 어제 아침에 걸었던 이기대 해안길과 오륙도, 그 뒤로는 태종대가 있는 태종산까지 눈에 들어온다.

 

달맞이길 도로를 걷다가 계단을 내려가 숲길로 접어든다. 이름하여 문탠 로드. 영어로 Moontan Road라 표기하는데 선탠하듯 문탠 한다는 의도로 이름을 지은 모양인데, 숲길을 걸으며 "문탠 로드" 이름을 생각하면 미소와 함께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했다. 달빛에 푹 빠져 보라는 의도 일까? 혹시 달빛으로도 피부를 그을릴수 있을까?

 

송정 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문탠 로드는 일백미터 정도의 나즈막한 산인 와우산 중턱 길을 나아간다.

 

문탠 로드이기는 하지만 숲길은 달빛 대신에 따스한 아침 햇살이 길을 비추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문탠 로드에 설치된 조명의 형태가 달의 모양이었다. 야간에 은은하게 숲길을 비추는 조명인데 길을 갈수록 초승달에서 보름달로 달이 조금씩 차는 형태였다. 

 

와우산은 소가 누워있는 형상이라고 해서 붙은 이름인데, 송아지를 통해 두 남녀가 만나게 되었다는 와우산 대보름달 전설 속 송아지와 두 남녀도 이런 길을 걸었겠지 하는 상상을 해본다.

 

문탠 로드는 숲길을 걷더라도 가끔씩 나무들 사이로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길이다. 이런 위치에서 바다에 뜬 보름달을 본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길을 걷다 보면 가끔씩 덜컹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데, 내려다 보니 스카이 캡슐의 레일이 보인다. 옆으로 보이는 바다 풍경을 보니 바다를 조망하며 해변 열차나 캡슐을 타는 기분도 좋겠다 싶다.

 

이어지는 솔숲 향이 좋다. 그러다가 만난 재미있는 안내판. "양팔 벌려 보세요. 달빛 한~아름 안을 수 있게" 미소가 지어진다.

 

숲길을 한참 걸었다 생각했는데, 이제 1Km 밖에 오지 않았다. 표지판에 안내하고 있는 해월정은 와우산 꼭대기에 있는 2층짜리 정자로 그곳에 올라서면 당연히 전망이야 좋겠지만 가끔씩 대마도도 보인다고 한다. 해파랑길은 청사포를 향한다.

 

가는 길에 만난 체력 단련장. 숲 속에서 한쪽으로는 바다를 바라보며 운동할 수 있는 장소였다. 

 

체력 단련장 근처는 숲 길이 산 아래 바다 근처까지 많이 내려오는데, 그러다 보니 스카이 캡슐을 위로 올려다보게 된다. 시속 5Km로 이동하는 움직이는 전망대라 할 수 있는데 텅 빈 캡슐을 보니 케이블카처럼 사람이 없어도 운행하는 모양이다.

 

해변 열차가 달리는 단선 철로. 철로 옆으로 데크가 깔려 있는 깔끔한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해파랑길은 달맞이길을 돌아서 숲길을 가지만 미포에 있는 출발점부터 송정 해수욕장까지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고 산책길이 출발점에서 해파랑길과 만나고 송정해수욕장에서 다시 해파랑길과 서로 만나므로 산길 걷기가 부담이라면 철로 옆 산책길을 가도 된다.

 

철길 옆 청사포 몽돌 해변이 보인다. 1985년 청사포 간첩선 사건 이후로 철책이 설치되며 출입 금지되었다가 최근에 개방되었다고 한다.

 

청사포 몽돌 해변에 다녀오면 좋겠지만, 저질 체력은 해파랑길 방향인 어울 마당 쪽 오르막을 다시 오른다.

 

해파랑길은 해변 열차 정류장이 있는 구덕포를 향해서 숲길을 이어간다. 문탠 로드는 여기서 끝난다.

 

구덕포를 향해서 숲길을 가던 해파랑길은 청사포로에서 도로를 만나게 된다. 횡단보도를 통해서 도로를 건너고, 청사포로를 가로질러 달맞이길을 이어주는 다리를 향해서 조금 올라가면 다시 산길로 진입할 수 있는 곳을 다리 아래에서 만날 수 있다.

 

다리 아래에 있는 진입로를 통해서 구덕포로 향하는 해파랑길이다. 얼마간 텃밭들을 지나가야 한다.

 

초소에 붙은 해파랑길 화살표와 나무에 걸린 해파랑길 리본. 산길을 내려와 초소를 지나면 널찍한 산책길이 한동안 이어진다.

 

달맞이길이라는 공식 이름을 가진 도로도 있고, 해운대에서 송정까지 이어지는 십오굽이길도 있고, 야간 조명이 있는 문탠 로드도 있고, 우리가 걸어온 초록색의 해파랑길과 갈맷길도 있다는 것을 한눈에 정리해주는 안내도다. 삼포길도 있는데 미포, 청사포, 구덕포를 잇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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