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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발리푸람(Mahabalipuram)은 첸나이에서 남쪽으로 60km 정도 떨어진 도시로 해안 사원을 비롯해서 바위를 깎아 만든 사원 등 여러 유적들이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우리는 해안 사원은 입장료도 비싸고 그리 볼만하지 않다는 의견에 따라 바위 산을 따라 남겨진 유적들을 보기로 했다. 7~8세기 팔라바(Pallava) 왕조 만들어진 힌두교 사원들이다. 위의 지도에서 처럼 가장 남쪽에서 시작하여 높지 않은 산 능선을 따라 북쪽으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우측은 벵골만의 바다가 위치하고 있고 좌측은 내륙이지만 버킹엄 운하(Buckingham Canal)가 첸나이 북쪽까지 총 796Km가 이어져 있는 독특한 지형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운하와 함께 커다란 호수가 있어서 마치 기다란 섬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다. 

 

토요일 오후를 맞이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다. 첸나이 박물관에서도 어디서 왔냐고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 보았던 아이들을 만났었는데 이곳을 찾은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의 눈에는 외국인이 그렇게 신기한가 보다. 인도는 아직 주 5일 근무가 아니기 때문에 토요일임에도 아이들이 학교에서 단체로 소풍을 온 모양이었다. 인도는 초중고대학이 5, 5, 2, 3년 학제인데 중학교까지 의무 교육이고 여성의 경우에는 고등학교 2년까지 무상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첫 번째 목적지는 이스와라 사원(Iswara Temple at Mamallapuram)으로 바위를 깎아 만든 계단을 통해서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사람이 많은 경우 그 줄을 따라 올라가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 토요일 오후라 사람이 많기는 했지만 올라간 사람들이 오래 머물지 않아서 그런지 많이 기다리지 않고 올라갈 수 있었다. 

 

바위산에 올라 바라본 벵골만 쪽 바다의 모습과 남쪽의 모습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곳에서 남쪽으로 몇킬로미터 떨어지지 않은 장소에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 중이라 보안 상 사진을 찍으면 안 된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기도 했다. 물론 시야에 핵발전소가 보이지는 않았고 남쪽으로 길게 이어진 버킹엄 운하와 소금 호수뿐이었다. 인도는 22기의 원전으로 한국 다음으로 원전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나라이고 비공식 핵무기 보유국이기도 하다. 첸나이가 속해 있는 타밀나두 주에도 마드라스 핵발전소가 위치하고 있다. 핵발전소가 많기는 하지만 워낙 큰 나라이고 인구가 많다 보니 원자력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낮은 편이다.

   

이스와라 사원(Iswara Temple at Mamallapuram)은 8세기에 팔라바 왕조에 의해 지어진 것으로 계단을 통해 꼭대기까지 오르면 막힘없는 주변 전경을 마음껏 볼 수 있다.

 

이스와라 사원에서 바라본 마말라푸람 등대(Mamallapuram Light House)의 모습. 등대 위에는 사람들이 가득한데 등대를 오르려면 입장료를 내야 하고 계단을 올라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무조건 내려가야 한다고 한다.

 

이스와라 사원 관람을 끝내고 북쪽으로 이동하는 사람들. 길은 바위를 깎아 만든 사원인 마히샤마르디니 만다파(Mahishamardhini Mandapa)로 이어진다.

 

바위에 새겨진 조각들을 바라 보면서 어떻게 큰 바위를 깎아서 이런 사원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북한산 인수봉을 깎아서 거대한 불상을 만드는 것과 같은 상상이다. 

 

사원 꼭대기에서 바라본 서쪽, 남쪽, 북쪽의 막힘없는 전경이다.

 

이스와라 사원(Iswara temple)을 내려오면 그 아래쪽에 바위를 파서 만든 마히샤마르디니 만다파(Mahishamardhini rock cut Mandapa)를 만날 수 있다. 만다파(Mandapa)는 홀 또는 복도라는 의미로 어제 방문했던 수많은 기둥 조각으로 떠받혀 있었던 공간을 만다파라고 한다. 제사나 의식을 준비하는 공간이다. 

 

7세기 팔라바 왕조에 의해 만들어진 공간으로 훼손에 대한 염려가 없는지 돌계단을 통해 내부까지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었다.

 

잠자는 비슈누(Vishnu).

 

이 장소는 힌두 여신 두르가(Durga)를 기리는 장소인데 사진의 부조는 바로 두르가가 물소 머리 모양을 하고 있는 악신 마히쉬아수라(Mahishasura)와 싸우는 장면이다. 마히쉬아수라가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을 때 두르가가 평정했다고 해서 두르가를 마히쉬아수라를 죽인 자라는 의미의 마하쉬아수르마르디니(Mahishasurmardhini)라 부른다고 한다. 두르가는 사자나 호랑이를 타는 것으로 묘사된다.

 

중앙 제단과 기둥의 모습. 기둥도 두르가가 타고 다니는 사자 혹은 호랑이를 새겨 놓았다.

 

시바(Shiva)와 두 번째 부인 파르바티(Parvati), 둘 사이의 아들 스칸다(Skanda)를 묘사하고 있는 부조.

 

마말라푸람 등대(Mamallapuram Light House) 아래를 지나 북쪽으로 계속 걷는다. 등대 아래에서 선생님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는 아이들의 모습이 석양빛을 받아 더 진지해 보인다.

 

길은 라마누자 만다파(Ramanuja Mandapa)로 이어진다. 이곳도 바위를 깎아 만든 만다파로 시바(Shiva) 신을 기리는 곳이다. 특이한 점은 바깥으로 여섯 개의 기둥과 그 위로 사각 돌판이 올려져 있는데 아마도 초기에는 지붕이 있었지만 현재는 기둥과 서까래만 남아 있는 모습이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바위 위로 올라갈 수 있도록 측면 바위를 깎아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다.

 

안쪽 기둥을 장식하고 있는 야리(Yali, Yyala). 야리는 남인도 사원들에서 발견되는 신화 속 존재로 몸은 사자이고 머리는 코끼리, 사자, 말, 호랑이, 새, 개등의 형상을 하고 있으며 머리를 사람 형태로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얼마간 걸으면 로야 고푸람(Roya gopuram, Rayar gopuram)이 나오는데 미완성 고푸람이다.

 

고푸람은 힌두 사원의 입구로 한층 한층 쌓아 올려 멀리서 보면 마치 피라미드처럼 보이는 힌두 사원의 상징과도 같은 건축물인데 이곳의 고푸람은 미완성이지만 그 나름대로의 멋이 있었다. 위가 뚫린 고푸람이 석양빛을 받아서 신비한 풍경을 만들고 있다. 사람들도 이곳저곳에서 인증숏을 남기는 포토존이었다.

 

우뚝 선 고푸람 기둥이 신비감을 더한다.

 

고푸람 주위로 한 바퀴 돌아보니 곳곳에 남겨진 조각도 훌륭했다. 이 고푸람이 완성되어 남아 있었다면 정말 걸작이지 않았을까 싶다.

 

사람들이 손대지 않은 바위들도 그냥 평범하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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