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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황리 앞바다에 있는 둑길을 따라서 직선으로 바다를 건너가서 마금리로 넘어가고자 했던 무모한 시도는 철저히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다시 원래의 경로로 돌아와서 해안 둑방길을 따라 걷는다. 근흥면 도황리에서 용신리로 넘어가고 오리목길 인근에서 근흥로 도로로 나왔다가 용봉산에 오르면서 도로를 벗어난다. 70여 미터의 용봉산을 내려오면 마금 3리의 광활한 염전 지대를 가로지르고 낭금리 마을로 넘어간다.


바다를 건너서 마금리로 직접 넘어가고자 했던 무모한 시도가 실패로 끝난 후 원래의 도황리 해안가로 돌아오니 게 한 마리가 선착장 위에서 대결 자세를 갖춘다. 잠깐의 무모한 호기심 때문에 시간과 힘을 낭비한 것도 서러운데 작은 게 한 마리까지 대결하자고 달려드니 땅이 꺼질 것 같은 한숨이 절로 쏟아진다. ㅠㅠ. 그래 네가 승리했다! 하며 돌아서 우리의 갈길을 간다.


높지 않은 해안 둑방길을 따라 동쪽으로 이동한다. 멀리 동쪽으로 보이는 산들이 차례로 용봉산, 남산, 적막산이고 서해랑길 67코스는 용봉산을 넘을 예정이다.


해안 둑방길을 걷던 길은 마을 안쪽 길로 들어서며 태안군 근흥면 도황리에서 용신리로 넘어간다. 벼는 익어 황금색이고 코스모스가 한들한들 거리는 들판 길이다.


용신리로 넘어온 길은 해안선을 뒤로하고 들판을 가로질러 근흥로 큰길로 나간다.


근흥로 큰길로 나가는 길에 있는 논을 보니 논의 중간에 군데군데가 마치 쥐가 파먹은 것처럼 말라 보인다. 2024년에는 중국에서 기류를 타고 날아온 벼멸구 피해가 심하다고 하더니 수확을 앞둔 논의 모양이 엉망이다. 매일 논을 돌아보는 농민들은 얼마나 속이 탈까! 안타까운 마음이다.


근흥로 도로변으로 나온 길은 용봉산 입구까지 도로변을 걸어야 한다. 갓길이 넓지 않아서 조심해야 하는 구간이다. 이 부근을 오리목골이라 부르는데 지도를 보면 좁은 지형이 마치 오리의 목처럼 길게 뻗어져 있다.


용봉산 등산로 입구에 도착했다. 사실 "소금이 꽃피는 마을"이라는 표지판도 있듯이 평탄한 도로를 따라가면 서해랑길이 용봉산을 내려가면 도착하는 곳과 만나게 되어 있다. 편하게 산을 타지 말까? 꾀가 발현되는 시점이다. 산 타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옆지기에 넌지시 물으니 그냥 가자 한다. 잔꾀가 허무하게 무너진다.


솔숲 사이로 오르막 길이 이어지지만 고도 70여 미터로 높은 산이 아니므로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오르막길에 열기와 땀은 피할 수 없다.


고도를 높이니 남쪽으로 우리가 지나온 해안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르막이 끝나고 완만한 숲 속 산책길이 이어지니 도로 걷기를 하지 않고 산길 걷기로 선택한 것이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깔끔한 숲 속 산책길이 이어진다.


용봉산 정상부에 있는 쉼터에 도착했다. 한적하게 이른 점심을 먹기에 참 좋은 장소였다. 넉넉하게 휴식을 취하고 길을 이어간다. 서해랑길을 걷는 도중에 이런 쉼터를 만날 수 있는 것이 흔한 것이 아니므로 그저 감사할 뿐이다.


넉넉한 휴식을 취한 우리는 하산을 시작한다. 서해랑길은 용봉산에서 서쪽 하산길을 택하지만 동쪽으로 내려가면 근흥면 읍내로 근흥 중학교 쪽으로 내려가게 된다.


마금 3리 쪽으로 내려가는 길 서쪽 산 아래로 우리가 잠시 후 만날 근소만의 갯벌이 시야에 들어온다.


산을 거의 다 내려오니 길가에 핀 청초한 노란 꽃이 발길을 붙잡는다.

여섯 장의 노란 꽃잎을 가진 원추리다. 백화과의 여러해살이 풀인 원추리는 태안의 군화로 지정될 정도로 태안 곳곳에 군락지가 있다고 한다.


용봉산을 내려오면 기도원 건물 앞을 지나서 용안길 마을길을 따라 이동한다.


마금 3리 냉정 마을 정류장을 지나는 길, 마을은 가을 마을 농사가 한창인 모양이다.

가을 수확기인데 벼가 엄청나게 쓰러진 논을 보니 마음이 무겁다. 자연 앞에 무력한 인간의 모습을 생각하게 된다.


길가에 피어난 보라색 꽃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인 숙근 아스타라고 한다.

마을을 빠져나온 길은 염전 지대로 진입한다.


좌측으로는 광활한 근소만의 갯벌을, 우측으로는 염전 밭을 보면서 걷는 길이다.


오로지 하늘만 바라보면서 밀대를 밀고 있는 염부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한편으로는 고생스러운 모습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하늘 아래서 아무 생각 없이 단순하게 오로지 소금만 생각하며 일하는 모습이 부럽기도 하다. 하늘로부터 정직하게 노동의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일이 아닌가?


거대한 염전 지대를 가로질러 마금리 동쪽말 마을로 향한다.


이른 아침부터 잔뜩 흐리던 날씨는 염전 지대를 가로질러 마금리 동쪽말 마을에 닿으니 비를 뿌리기 시작한다. 많은 양이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갯벌에 모래와 패류 종패를 뿌리며 패류 어장 재생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마금리를 갯벌을 뒤로하고 낭금골을 향해서 마을 안으로 들어간다.


촉촉하게 젖은 마을길을 따라서 낭금리 마을로 향한다. 낭금리 마을은 2001년 자염 만들기를 복원한 곳이라고 한다. 자염은 가마솥에 바닷물을 끓여서 만드는 소금으로 바닷물이 빠져서 물이 7일에서 8일 동안 들어오지 않는 조금 때에 갯벌에서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서해랑길 67코스는 낭금골 언덕길을 넘어서면 계속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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