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728x90

오래 묵혀 놓았던 서해랑길 여행기를 다시 쓰기 시작한다. 여행 다녀온지 거의 5개월 만이다. 그때의 기억을 더듬으며 추억을 곱씹어 본다. 연포 해수욕장에서 하룻밤 묵었던 우리는 서쪽으로 이동하여 연포항 뒷산의 임도를 걷는 것으로 여정을 시작한다. 임도에서 내려오면 산 아래를 휘감아도는 도황리 길을 걸으며 도황 2리 마을회관을 지나고, 도황길 마을길을 통해서 근흥로 도로에 합류한다. 근흥로 도로를 따라 걷던 길은 도황 경로당 방면으로 좌회전하며 해안으로 나가는데, 해안길을 쭉 걸으면 될 일을 필자와 옆지기는 혹시 노두길을 통해서 바다를 건너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에 시간과 힘만 낭비하고 말았다. 물론 얻은 것도 있지만......

 

연포해수욕장 주차장에서 67코스 걷기를 시작한다. 구불구불한 태안군의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남북으로 길게 뻗은 태안반도의 중간 지점 정도이다.

 

연포 해수욕장의 솔숲 야영장 길을 따라서 서쪽으로 이동한다. 주말을 맞아서 캠핑장을 찾은 이들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아침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풍경이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데, 무거운 배낭을 메고 걷고 있는 우리나, 좁은 텐트에서 하룻밤을 보낸 사람들이나 고생을 사서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내가 선택했다는 것에 하늘과 땅의 차이가 있다.

 

연포 해수욕장을 지난 길은 연포항 쪽으로 길을 이어간다.

 

연포항 선착장이 보이는 갈림길에서 임도로 진입한다. 고도 50여 미터의 임도로 높지 않은 산이다.

 

연포항 앞의 작은 솔섬을 뒤로하고 임도 걷기를 이어간다. 날이 좋으면 연포항이나 연포 해수욕장에서 솔섬을 배경으로 동쪽으로 일출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임도는 황골 선착장으로 향한다.

 

임도에서 만난 전망대, 남쪽으로 태안해안 국립공원 지역의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전망대는 좋지만 날도 흐리고 나무로 시야가 막혀서 멀리까지 볼 수는 없다. 이곳에서 보이는 남쪽 바다에는 멀리 태안군 남면에 속한 거아도가 살짝 보일 정도이다.

 

길지 않은 임도는 어느덧 하산길로 접어든다.

 

임도를 내려온 길은 황골로 향한다. 큰 골짜기에 위치한 마을이라고 황골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황골 마을을 향해서 가지런하게 심은 가로수길을 따라 서쪽으로 향하던 서해랑길은 황골 마을 앞에서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골짜기 안으로 들어간다.

 

조용한 계곡길, 가을이 무르익어간다.

 

길가에서는 특이하게 생긴 식물이 열매를 맺었다. 국화과의 한해살이 풀인 도꼬마리이다. 치통이나 비염에 약용으로 쓰인다. 마른 열매가 털옷에 잘 붙는 특성이 있다. 독말풀이라 부르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고 됫고마리나 도고말이라고 했다는 기록도 있다. 비염으로 고생하는 옆지기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풀이기도 하다.

 

언덕길에 오르면 언덕 너머로 도황 2리 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언덕 위에서 도황 2리 마을 회관을 향해 동쪽으로 향하는 길은 금북정맥이라 부르는 산줄기가 지나는 곳으로 금북정맥은 안성의 칠장산(492m)에서 시작하여 금강 북쪽으로 안흥항까지 이어지는 산줄기로 이 산줄기를 경계로 해서 남부지방과 중부 지방이 자연스럽게 나뉜다고 한다.

 

산을 내려온 길은 도황 2리 마을 회관 앞을 지나서 도황길 마을길을 따라서 동북쪽으로 향하며 큰길로 나간다.

 

아담한 마을길을 이어간다.

 

태안의 들판에는 한쪽에는 황금색 벼가 수확을 기다리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내년 봄을 기약하는 태안 마늘이 벌써 푸른 줄기를 내고 있다. 태안 지역의 난지형 마늘은 9월 중순부터 파종한다고 하니 벌써 줄기가 올라올 법하다.

 

길은 연포삼거리 아래쪽 갈림길에서 용도로 도로를 따라 이어진다. 반대로 내려가면 연포 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용도로 도로를 따라 걷던 길은 커다란 연포 해수욕장의 입간판이 서 있는 곳에서 근흥로와 합류한다. 근흥로를 따라 서쪽 끝까지 가면 신진대교를 넘어서 신진도의 신진항까지 이어진다.

 

근흥로 대로변을 따라 걷던 길은 도황 경로당 방면으로 좌회전하여 도로를 벗어나 해안으로 나간다. 역방향으로 서해랑길을 걷는 분도 만난다.

 

도황 경로당을 지나면서 우리의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지도를 보면 완전히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바다를 가로질러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던 것이다. 옆지기는 마을 어르신에게 물어보자고 했으나 별 소득이 없었다.

 

언덕 위에서 보면 때마침 물이 빠진 상태라서 바다 건너편 마금리까지 건너갈 수도 있겠다 싶었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구간이 있다는 것을 간과한 착각이었다.

 

광활한 근소만의 갯벌이 드러난 현장이다. 태안군 근흥면과 소원면 사이 위치한 금소만 바다는 물이 빠지면 약 70%가 갯벌로 노출된다고 한다. 폐기물 처리, 모래와 패류 종패 살포 등으로 갯벌 식생 복원에 힘쓰고 있다고 한다.

 

해안으로 내려온 우리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원래의 서해랑길인 해안선을 따라 걷는 길 대신에 바다를 가로지르고 있는 둑방길로 가보기로 했다. 사람들이 둑방길을 따라서 왜 들어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러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최악의 경우 갔던 길을 돌아와야 했지만 그래도 시도해 보기로 했다.

 

인위적으로 바다를 막는 둑을 쌓았던 모양이다. 돌틈 모래가 있는 곳에는 식물도 자라고 있다. 

 

대표적인 염생 식물의 하나인 해홍나물이다. 나물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처럼 삶아서 나물로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중간에 갯벌에서 일하시는 분에게 바다를 건너갈 수 있냐고 물으니 그럴 거라고 한다. 작업복을 입고 갯벌 속에 있는 사람에게 물었으니 우문현답일 수도 있겠다. 멀리서 보면 둑이 연결된 처럼 보이니 한껏 기대가 부풀렀다.

 

그런데, 첫 관문에서 우리의 길은 막히고 말았다. 많은 사람이 이곳으로 들어온 이유는 망둥어 낚시 때문이었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들어왔으니 호기심 비용을 톡톡하게 치른 것이다. 옷장화를 입은 사람들은 물을 건너가기도 했지만 우리가 건너가려고 하니 낚시하시는 분들은 한사코 말린다. 이곳은 어찌해서 혹시 건너갈 수도 있지만 다음에 또 다른 물골이 있는데 그곳은 훨씬 넓어서 건너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하신다. 곳곳에서 망둥어를 잡는 모습을 보니 망둥어 포인트는 맞는 모양이었다. 넣으면 건지는 수준이었다. 아쉬움을 남기며 발길을 돌린다. ㅠㅠ

728x90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2025/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