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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랑길 63코스 천북굴단지에서 시작했던 이번 여행도 끝이 나고 있다. 자염 복원으로 유명한 낭금리 마을을 지난 길은 해안길을 따라서 태안군 근흥면 마금리에서 소원면 법산리로 넘어간다. 금소만 바다를 보며 법산리 해안길을 돌아가는 서해랑길은 법산리에서 송현리로 진입하면서 32번 국도를 만나고 국도변에 있는 송현마을 버스정류장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낭금마을 언덕을 넘어온 길은 해안길을 따라 북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보슬보슬 내리는 비가 겨울을 재촉하는 듯하다.

 

보슬비가 내리는 흐린 날씨 가운데 걷는 가을 여행길에 운치가 더해진다. 창밖으로 내리는 가을비를 바라보며 따뜻한 커피 한잔 하는 분위기를 상상해 보지만 지금은 그런 분위기에 취할 때가 아니다. 67코스 종점까지 약 8Km를 더 가야 한다. 정오를 조금 지난 시간인데 잔뜩 흐려서 저녁 시간이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든다.

 

길은 어느덧 근흥면과 소원면의 경계를 지난다. 상류의 법산지 저수지에서 내려오는 작은 수로가 근흥면과 소원면의 경계를 이루고 근소만 바다로 이어진다. 이 지역의 이름 역시 일제강점기의 강제 병합의 흔적이 남아 있다. 근흥면은 근서면과 안흥면의 이름을 합친 것이고, 소원면은 원일면, 원이면, 소근면과 근서면의 일부를 합쳐서 만들었다고 한다. 

 

근흥면 마금리를 지난 길은 소원면 법산리로 들어간다. 들풀이 가득한 좁은 둑방길을 걸어야 한다.

 

흔들거리는 억새춤에 가을 분위기는 한껏 무르익는다. 법산리 해안 둑방길을 걷던 우리는 마을 정자에서 잠시 비를 피하며 쉬어가기로 했다. 비가 내리니 어디에 앉아 엉덩이 붙일 곳도 거의 없었는데 마을 분들이 가져다 놓으신 좋은 의자 덕분에 간식을 먹으며 넉넉하게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법산리 큰골까지 북쪽으로 올라가던 길은 이제 서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수확을 기다리는 황금 들판을 감상하며 법산리 마을길을 이어간다.

 

한집의 화단에 심은 북아메리카 원산의 유카가 우리의 발길을 붙잡는다. 거봉 알맹이 같이 방울방울 맺힌 꽃들이 보슬비를 머금었다.

 

계속 서쪽으로 걷고 있는데 한 캠핑장 앞의 갈림길에서 서해랑길 우회 노선 안내를 만났다. 아마도 만조시에는 이동이 어려운 구간이라 우회노선을 안내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얼마 전 보령 구간 걷기에서 만조로 길을 가지 못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미리 우회 노선을 안내하고 있다는 것이 고맙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은 만조 때도 아니고 물이 들어오지도 않았으므로 우리는 그냥 해안길을 걷기로 한다.

 

해안길을 떠나 서쪽으로 이동하는 길, 정면으로는 금소만의 바다가 서해로 통하는 길목이 보이는 듯하지만 아득하다.

 

해안길 끝자락에 도착하니 왜 우회 노선 안내가 있는지 이해할만했다. 해안 둑방길은 끝나고 이제는 어민들이 갯일하러 나가실 때 사용하는 낮은 길로 가야 했다.

 

만조시 침수되는 구간은 길지 않았다. 이 구간을 지나면 서쪽을 향하던 길은 이제 북서 방향으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싱싱한 생강 줄기를 보니 가을이 꽉 찼다는 느낌이 든다. 태안은 서산, 홍성, 예산 등과 함께 충남의 생강 주산지이다.

 

간척지 들판 너머 서쪽으로는 금소만 바다가 서해로 나가는 길목이 보인다.

 

길은 법산2리 고좌말 마을을 지난다. 서쪽으로 석양을 보기 좋은 위치라 그런지 좋은 집도 많고 펜션도 적지 않았다. 마을 이름도 "노을 지는 갯마을"이라 붙였다고 한다.

 

법산 포구에서 잠시 정비를 하고 다시 길을 이어간다. 어촌계의 규모가 작지 않아 보인다. 포구 앞 작업장에는 패류를 세척하거나 운반하기 위한 장치들도 마련되어 있었다.

 

규모가 있는 어촌계와 펜션들이 많았던 법산 포구를 뒤로 하고 언덕을 넘어 북쪽으로 이동한다.

 

법산 포구를 지나온 길은 소원면 법산리를 지나서 송현리로 진입한다.

 

송현리 초입은 바다를 가로막은 둑방길 위를 걷는 것으로 시작한다. 우측에는 간척지에 자리한 염전이 자리하고 있었다. 둑방길에 자리한 유카를 보니 번식력이 보통이 아닌 것 같다. 일단 분류가 풀이 아니라 용설란과의 나무이다. 나무이므로 꺾꽂이로도 번식이 가능하고 근경이나 뿌리로도 번식이 가능하고 꽃이 진 자리에 생기는 열매로도 번식할 수 있다고 하니 놀라운 생명력이다.

 

이곳도 염전의 상당 부분을 태양광 패널이 덮고 있다. 정면으로 소원면의 주산인 대소산을 보면서 길을 이어간다.

 

해안 둑방길은 서쪽으로 이어지지만 서해랑길은 염전 사이의 둑방길을 가로질러 32번 국도로 향한다.

 

32번 국도 서해로로 나온 길은 국도변의 인도를 걸어서 서쪽으로 이동한다. 32번 국도를 따라서 계속 서쪽으로 이동하면 만리포 해수욕장에 닿고 동쪽으로 이동하면 태안 시내를 지나 서산과 당진을 지나고 예산, 공주를 거쳐 대전까지 이어진다.

 

서해로 국도를 따라 걷는 길 67코스도 얼마 남지 않았다. 다행히 비가 본격적으로 내리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송현리 버스 정류장 앞에서 여정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만리포에서 나오는 시내버스를 타고 태안 시내로 이동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시외버스를 기다리면서 태안 터미널 옆의 초원식당이란 곳에서 얼큰한 육개장으로 이른 저녁 식사를 해결했다. 어르신들이 운영하는 식당이었는데 육개장도 나쁘지 않았지만 늙은 호박을 듬성듬성 썰어서 새우젓으로 간해서 볶은 호박 볶음 반찬도 일품이었다. 가을에 만날 수 있는 제철 반찬인 까닭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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