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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걷기 여행을 준비하면서 마음에 가장 부담되었던 것은 언어도, 음식도, 비용도 아니고 "안전" 이었습니다. 여러 여행자가 겪은 소매치기나 도난 등의 피해 사례는 한 두사람의 사례가 아니었고 실제로 파리 시내에서 테러도 있었고 여행 직전에는 한국 단체 여행객들이 버스있던 상태로 한꺼번에 강도를 당했다는 뉴스도 있었던 상태였기 때문에 외교부 홈페이지에서는 프랑스 파리와 니스를 여행 자제 지역으로 설정해 놓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나기로한 여행이었으니 여러 사례를 살펴보고 나름 꼼꼼하게 준비하고 대비한 터 였습니다.


    • 입국 스탬프 확인. 없는 경우 불법 체류가 될 수 있으므로 확인 필.
    • 도보 및 메트로 이동시 동행과 함께 상호 지켜주기
    • 가방은 몸 앞쪽으로 매기
    • 2인조 경관 사칭 사기꾼들은 접근을 피하고 역으로 신분증을 요구하거나 주변인에 도움 요청.
    • 도로보행시 건물쪽으로 걷기. 오토바이 접근시 특히 주의하기. 
    • 메트로 승차시 출입구쪽이 아니라 안쪽으로 들어가서 소매치기 예방
    • 사람이 많은 기차역이나 행락지에서 두세명의 그룹이 접근하는 것을 피하기
    • 공항 입국, 출국시 도난 특히 주의하기
    • 1회용 승차권으로 메트로 승차시 하차 시까지 표를 가지고 있기


두 부부가 일주일이 넘는 걷기 여행임에도 불구하고 짐을 최소화하여 캐리어 없이 크지 않은 배낭만 메고 파리에 도착했습니다. 그러나, 배낭도 짐이고 박물관이나 미술관 방문 과정에서 부담이 되었기에 루아시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근처 시티락커에 배낭을 맡겨두었고("파리 걷기 여행기 - 10. 파리 시티락커에 짐 맡겨두기" 참조) 첫날 일정을 끝난 몽소 공원에서 짐을 찾으러 메트로를 이용해서 출발 위치로 이동했습니다.



두손에는 까르프 시티에서 저녁거리와 내일 먹거리로 구입한 것들을 들고 허리에는 여행 가방을 차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체력이 소진되어 절둑거리고 허기까지 겹쳐서 심리적으로도 상태가 좋지 못했습니다. 아무튼 몽소 공원 근처의 떼흔느(Ternes) 역에서 2호선 메트로를 타고 빌리에(Villiers)역에서 3호선으로 환승한 다음 하브르-코마르탱(Havre - Caumartin)역에서 내려 아침에 보관해둔 짐을 찾으러 갑니다. 



하브르-코마르탱역의 모습입니다. 이 역에서 내려서 시티락커를 찾아갈 때 약간 길을 놓친것 빼고는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지하철(메트로)은 90분 이내라면 여러번 갈아탈 수 있기 때문에 1회용 승차권인 까르네로 역에서 내려 짐을 찾으러 나갔다가 그 승차권으로 다시 승차해도 문제없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숙소가는 경로가 하브르-코마르탱(Havre - Caumartin)역에서 다시 승차하여 다음 정거장인 생 라자흐(Paris Saint-Lazare)역에서 13호선으로 환승하고 까르푸 플레엘(carrefour plyel)에서 내리면 되는 것인데 문제는 하브르-코마르탱역과 생 라자흐(Paris Saint-Lazare)역이 모두 파리에서 핵심 백화점이 몰려있는 도심 한복판이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실을 당시에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그저 빨리 숙소에 가서 쉬고, 배를 채우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등에는 크지 않지만 빵빵한 배낭을 메고 허리에는 지갑을 차고 양손에는 짐을 들고 있었으니 돌아보면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목표물이 되기에 딱이었지 않나 싶습니다. 당하지 않으려면 가볍게 다녀야 합니다.


하브르-코마르탱역에서 사람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빨리 숙소에 가겠다는 일념하에 사람들에 밀려 메트로에 승차했습니다.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옆지기와도 떨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바로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야 하는데 너무 안쪽으로 왔나 싶었습니다. 출입문 방향으로 서서 어떻게 내리면 좋을까? 머리를 굴리고 있었죠. 바로 앞에는 히스패닉으로 보이는 세명이 미소를 지으면서 무심하게 서 있었습니다. 돌아보면 그들 표정에서 긴장감이 있었던것 같기도 합니다. 바로 이대목에서 여행 준비 과정에서 두서명이 다가서면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저 내릴 때 그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내려야지! 하는 생각 뿐이었으니까요. 


생 라자흐(Paris Saint-Lazare)역에서 실례한다며 "파흐동, 파흐동" 하면서 내리려는데 세명중 한명이 바닥에 핸드폰을 놓으면서(고의적이란것이 눈에 보였습니다) 발을 들어보라고 하더군요. 자신의 물건을 제가 밟았다는 제스처 였습니다. 그들말대로 발을 들었지만 오히려 발을 붙잡고 있었습니다. 문이 열리자 매너고 뭐고 할수 없다 생각하고 그냥 내렸습니다. 이 상황에서 여자의 비명 소리(아마 도둑이라고 소리친것 같습니다)가 들렸고 제가 플랫폼에 발을 디뎠을 때는 눈앞에는 바지 주머니에 단추로 잠구고 있던 지갑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순간 "아! 당했구나" 했죠. 허리에 차고 있던 가방은 지퍼가 횅하니 열려있었습니다. 지갑에는 아주 소액만 두고 대부분은 배낭 깊숙히 넣어 두었기 때문에 지갑 분실에 대한 염려는 하지 않았지만 허리에 찬 가방에는 스마트폰도 있었고, 뮤지엄패스도 있었기 때문에 당황스러웠죠. 다행인것은 허리 가방에서도 떨어진 지갑에서도 분실한 것이 하나도 없없습니다. 귀중품을 두지 않은 준비 덕택이었습니다. 또 한가지 감사할 것은 미모의 숙녀가 저를 도와준것이었습니다. 당황한 상태로 없어진 것이 있는지 가방과 지갑을 살피고 있는데 한 숙녀가 저희 근처에 서서 제가 당한 상황을 설명해 주었는데 자신이 팔꿈치로 그들을 쳐서 지갑을 떨어뜨려 주었다는 것입니다.  얼마나 용감하고 고마운지, 연신 땡큐를 연발했는데 지금 돌아보니 이메일이라도 받아 따로 감사를 드렸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분이 소리도 치고 지갑을 떨어뜨려 준것이었습니다.


파리 걷기 여행 첫날 당한 일이라 분실한것은 없지만 "당했다는" 것에 숙소에 도착할때까지 흥분이 가라앉지 않더군요. 숙소에 도착해서 체크인 하면서 방금 도둑 맞았다라고 했더니 카운터 여직원은 13호선에 소매치기가 많다고 무심히 이야기 합니다.  


무리하지 않는 일정과 좋은 팀웍, 철저한 준비가 사고 없는 안전한 여행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됨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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