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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심 드 카몽도 박물관(Musée Nissim de Camondo)을 나서서 몽소가를 조금더 걷다가 말세흐브가(Boulevard Malesherbes)에서 좌회전하면 오늘 걷기의 최종 목적지인 몽소 공원(Parc Monceau)을 만날 수 있습니다. 몽소 공원은 8.2 헥타아르에 9개의 출입문이 있을 정도로 규모가 있는 공원으로 서울 신대방동에 있는 보라매 공원의 크기가 42헥타아르에 이르고 덕수궁의 면적이 6.3 헥타아르정도이니 크기는 대충 가늠할 수 있겠습니다. 가족 단위로 쉼을 위해서 방문하기 때문에 파리지앵의 삶을 조금 옅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파리 걷기 첫날이 저물어 가면서 많은 거리를 걷고 박물관을 서서 감상하다보니 몸이 천근 만근 입니다. 허리도 아프고, 옆지기는 신발 때문에 발이 아프다고 힘들어 합니다. 가지고 있는 음료수와 비상 식량도 떨어지고 여행 계획할 때 알아둔 편의점도 찾지 못해서 엎친데 덮친 격이었습니다. 어디서 물이라도 구해볼까 하고 있는데 옆지기가 스포츠용품점에서 생수를 구해옵니다. 급하면 언어와 장소 불문하고 용감해지는 모양입니다. 용감한 옆지기 덕택에 목을 축이고 마지막 일정을 향해 걷습니다.



말세흐브가 쪽에 있는 공원의 출입문입니다. 몽소 공원은 루이 16세의 사촌인 오를레앙 공작(Phillippe d'Orléans)에 의해 만들어 졌는데 1769년부터 주변 땅을 구입하기 시작했고 1778년에 공원을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오를레앙 공작은 나중에 조지 4세(George IV)에 오른 웨일즈 왕자와 막역한 친구 사이였고 영국에 관한 것이라면 뭐든지 좋아 했기 때문에 공원도 자연 친화적인 영국식 공원으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조성된 공원은 프랑스 혁명 과정에서 국유화 되었다고 합니다. 



공원 출입문에 들어서면 좌측으로 세르누쉬 파리시립동양미술관(Musée Cernuschi, http://www.cernuschi.paris.fr/en/home)을 만날 수 있습니다. 상설 전시는 무료입니다. 월요일 휴관이고 10시~18시에 문을 엽니다. 때마침 우리나라의 이응노 작가의 작품전이 "Lee Unono, the man of crowds"라는 제목으로 특별 전시로 열리고 있었습니다. 대전의 이응노 미술관을 다녀온지 얼마되지 않았고 마감 시간이 촉박해서 내부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우리나라와 인연이 있는 미술관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미술관을 다녀가는 것을 보면서 세르누쉬 미술관이 파리지앵들에게는 독특함으로 다가오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입구 상단에 이응노 작가의 특별전에 대한 안내가 붙어 있습니다.



공원 입구에 나무 줄기를 분쇄한 나무칩을 두엄 더미 처럼 쌓아 놓았는데 동네 꼬마들인지 더미 위 아래로 오르락 내리락  뛰어 노느라 이방인이 자신들을 구경하는지는 안중에도 없습니다. 공장에서 생산된 미끄럼틀과 그네가 있는 놀이터보다 이런 나무 조각 더미가 훨씬 환경적이고 아이들의 정서에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공원 관리자가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유롭게 뛰노는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 보였습니다.



지친 몸을 벤치에 기대고 공원에서 주말을 보내고 있는 파리지앵들을 둘러 봅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온 가족들, 친구 사이로 보이는 사람들, 그냥 혼자서 망중한을 즐기는 사람들, 휠체어에 노모를 모시고 산책 나온 아들등 각양 각색의 파리지앵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바로 옆 벤치에서는 나무 그늘에서 중년의 남자가 신문을 펴들고 여유를 즐깁니다. 재미있는 모습은 아이를 데리고 나온 가족들은 대부분 아빠와 아이들 뿐이었습니다. 대체 아이 엄마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요? 



벤치에서 만난 이 꼬마는 생각만 하면 아직도 절로 미소가 지어질 정도로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제 막 자전거를 배우고 있어서 아빠가 뒷바퀴에 보조 바퀴를 달아준 모양인데 아빠가 도와줄라고 하면 혼자 하겠다고 난리이고, 운동하는 아빠를 놔두고 혼자서 멀리까지 가다가는 아빠가 한참을 달려가서 데려오고, 잘 타다가는 울타리에 바퀴를 콩 박아버리고는 아프다고 우는 그야말로 귀여운 장난꾸러기 였습니다. 조금 살펴 보니 아빠는 기본적인 안전 장구만 챙겨주고 조금 넘어지더라도 스스로 해결하도록 두었습니다. 이러한 것이 바로 올바른 육아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벤치에서 공원 입구 쪽을 바라본 모습입니다. 거대한 플라타너스가 뜨거운 태양을 피할수 있게 해줍니다. 도시의 가로수로 공기 정화력도 좋고 시끄러운 자동차 소음도 흡수하고 그늘도 만들어 주는 고마운 나무인데 한국에서는 1980년대 이후 점점 가로수에서 밀려나고 있는 신세입니다. 이미 한국에서는 가로수로 부적합하다는 낙인이 찍힌 상황입니다. 봄에는 꽃가루 때문에 알레르기를 유발한다고 야단이고, 여름에는 송충이로 미간을 찌푸리고, 가을이면 방울 열매로 짜증을 부리니 조금의 불편으로 플라타너스 나무의 고마운 역할은 잊어버린지 오래입니다. 파리 곳곳은 여전히 플라타너스가 도시를 살리고 있습니다.



인공적인 모습보다는 자연친화적인 영국식 정원의 모습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오랜 세월을 살아왔을 나무와 꽃밭을 보면서 문득 1백년이 넘은 공원의 역사 가운데 나도 있었다 라는 흔적을 남기고 있구나하는 흐뭇함을 가집니다. 모네(Claude Monet)를 비롯한 많은 작가들도 지금 내가 보는 풍경을 화폭에 담고 싶었을 것입니다.



몽소 공원에는 작은 오솔길도 여러 갈래가 있고 그런 길 가운데 조각상이나 조형물들이 있지만 이번 걷기에서는 정문도 무시하고 공원을 우에서 공원 중앙을 거쳐 좌로 횡단하는 방식으로 걷습니다.  좌측 입구인 벙 딕가(Avenue Van Dyck)를 향해서 걷습니다. 



주말을 맞아서 잔디에 돗자리를 깔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일광욕을 즐기는 젊은 연인들, 신나게 뛰노는 아이들 "잔디를 밟지 마시오", "들어가지 마시오"하는 우리네 공원들이 떠올라서 이들이 너무나 부럽습니다.



무엇이 그리도 즐거운지 둥글게 모여 앉은 사람들은 술판을 벌인것도 아니고 카드나 고스톱 판을 벌인것도 아니고 먹자판도 아닌데 이야기 꽃이 한창입니다. 내가 화가라면 이곳에 이젤을 걸고 붓을 잡겠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순간을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요.



놀이터는 역시 아이들과 부모들 천지입니다. 나도 저렇때가 있었는데...... 아이들이 어렸을 때의 추억이 주마등 같이 지나갑니다. 이제 몽소 공원을 뒤로하고 숙소를 향합니다. 숙소에 도착할 때 까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지만 그래도 계획 했던 첫날의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으니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좌측 입구인 벙 딕가(Avenue Van Dyck)로 나와서 계속 직진하여 오슈가(Avenue Hoche)를 걷다보니 우측에 까르프 시티 오슈점(Carrefour City Paris Hoche)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숙소 근처에 편의점이 없으니 이왕 가는길에 저녁거리와 내일 먹거리까지 시리얼, 우유, 식빵, 식수등을 두둑하게 구입했습니다. 조금 일찍 도착하고 체력이 남아 있었다면 약간 거리가 있는 대형 마트인 까르푸를 다녀오면 좋을 텐데 그때까지 몇 끼니는 밥 없이 서양식으로 떼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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