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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 대종주 3코스는 칠성산(七星山, 1,120m) 주봉을 넘어서 렁수이컹(冷水坑)을 향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칠성산 주봉이 1,100 미터가 넘는 높이이지만 샤오유컹(小油坑) 주차장이 고도 9백 미터 정도 이므로 아주 힘든 코스는 아니다.


샤오유컹(小油坑) 주차장을 떠나서 타이베이 대종주 3코스 시작점인 칠성산 오르기를 시작한다. 주위는 구름 속에 있는 것처럼 안개가 자욱하지만 어차피 숲길을 걸어가므로 습기 가득 머금은 숲 속 계단을 천천히 오르기 시작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산행을 시작하는 지역에는 희한하게 조릿대 숲이 많은 편인데 이곳도 키 큰 조릿대 숲이 산행을 시작하는 우리를 포근하게 감싸준다. 국립공원 지역답게 길도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고 표지판도 잘 마련되어 있다. 샤오유컹(小油坑) 주차장에서 칠성산 주봉까지는 1.8Km 정도의 거리이다.


칠성산 오르는 거리는 길지는 않지만 끝없는 계단이 이어진다. 구름 속을 걷는 느낌이므로 원경은 거의 볼 수 없고 간혹 바람을 따라 흘러오는 유황 냄새를 맡으며 길을 이어간다.


안개가 없다면 타이베이 시내까지 시선에 담을 수 있는 전망 좋은 곳이겠지만 지금은 10여 미터 앞의 능선만 볼 수 있을 뿐이다. 그래도 좋다. 이런 길을 후드득 떨어지는 비를 맞으며 걷는 다면 더욱 힘들겠지만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아서 헉헉거리며 계단을 차분히 올라간다.


끊임없는 계단을 오르는 길, 계단 주변으로 유황에 그슬린 노란빛의 바위와 코를 찌르는 유황 냄새가 이곳에 남아 있는 화산의 흔적을 실감하게 한다.


날이 맑다면 활화산인 이 지역에서 뿜어 오르는 유황연기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겠지만 타툰 화산 지구(Tatun Volcano Group, 大屯火山群)를 볼 수 있는 전망대에 도착했지만 구름과 냄새 외에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없다.


활화산이기는 하지만 18세기 이후로 용암이 분출된 적은 없다고 한다.

산 능선을 지나는 길, 산을 타고 흘러가는 구름의 흐름이 세차다.
구름을 가로질러 가는 길은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관문처럼 보이기도 한다. 안개 바람에 흔들리는 들풀과 함께 길을 이어간다. 어찌 보면 두려움이 엄습하는 분위기이기도 하지만, 눈앞의 길에 집중하다 보면 몰려오던 두려움도 어느새 사라지고 만다.


안갯속에서도 유황 흔적이 깊게 남은 바위를 보니 내가 무슨 반지의 제왕 영화의 나오는 주인공이 아닌가 싶은 상상도 든다.


얼마간 완만한 능선을 걷는다 싶었는데, 어느새 가파른 계단이 이어진다.


길 옆 바위에 가득한 이끼를 보니 이곳이 평소에도 얼마나 자주 안개가 끼는지 실감이 난다. 그런데, 12월인데 이곳은 녹음이 여전하다.

양명산 국립공원에서 세워놓은 표지판. QR 코드가 알려주는 사이트로 가면 이곳에 있는 동식물 생태를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https://www.ymsnp.gov.tw/qrcode/Qixi-P110.html)


드디어 칠성산(七星山, 1,120m) 주봉에 도착했다. 샤오유컹(小油坑)에서 출발한 이후 산행 중에는 한 사람도 보지 못했는데 정상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한 어르신이 대학생들로 보이는 젊은 사람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칠성산 주봉에 올라 잠시 휴식을 취한 우리는 이제 하산길에 들어선다. 하산길에 들어서면 렁수이컹(冷水坑)까지 대부분 하산길이 이어지지만 초반에 칠성산 동봉을 살짝 올라가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처럼 샤오유컹(小油坑)에서 칠성산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 렁수이컹(冷水坑)에서 올라온 모양이었다. 하산길에서 많은 현지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날이 흐리고 평일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것을 보면 명산은 명산이 모양이다. 특히 젊은 대학생들이 산을 찾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젊은 시절에 산에서 자신을 만나는 이들이 많은 대만인들을 보니 이 나라의 미래가 밝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칠성산 주봉에서 동봉으로 향하는 길, 남쪽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지나 길을 이어간다.


칠성산 주봉에서 2백여 미터 내려온 길은 다시 동봉을 향해서 가파른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다. 헉헉 거리며 오르기는 하지만 앞서가는 대학생들과 큰 차이가 나지 않음에 위안을 삼는다.


가파른 계단을 2백여 미터 오르면 칠성산 동봉(1,107미터)에 도착한다.


칠성산 동봉에서 렁수이컹(冷水坑)을 향해서 본격적인 하산길에 들어선다. 사실 나이를 먹을수록 산행을 하는 가장 큰 걸림돌은 하산길이다. 오르막이야 땀이 나든 숨이 차든 서서히 오르면 그만이다. 그런데, 하산길은 무릎이 문제다. 실제로 본인 체중의 3배에서 5배에 달하는 하중이 무릎이 가해진다고 한다. 일부러 천천히 내려가려고 마음을 먹지만, 계단을 걸어 내려가다 보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스틱을 사용하면 30% 정도의 하중을 경감할 수 있다고 한다.


동봉에서 렁수이컹(冷水坑)으로 내려가는 하산길은 지그재그로 경사 급한 계단길을 걷는 절벽길이다. 안개가 없어 시야가 트였다면 좀 더 아찔한 길이었지 않을까 싶다. 안개가 가득하기도 했지만 습기 가득 먹은 돌계단에 긴장감이 더해지며 눈앞의 길만 볼 수밖에 없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돌계단과 가파른 절벽길은 네팔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레일의 추억을 끄집어낸다.

얼마나 내려왔을까? 렁수이컹(冷水坑)까지 1.4Km 남았다. 3코스에서 가장 큰 고비인 칠성산 넘기가 끝나 간다.


이끼가 가득한 바위를 보니 이곳에서 맑은 하늘과 탁 트인 전망을 보는 것은 행운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산에 얼마나 구름이 덮이면 이 정도 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촉촉한 날씨 가운데 커다란 민달팽이 한 마리가 외출을 나오셨다. 와우! 12월에 민달팽이라니......


길이 완만해지는 것을 보니 칠성산 넘기도 끝을 보이고 있음이 실감이 난다.


교육라디오 송신소 인근에 이르면 잠시 포장길을 거친다. 칠성 공원 갈림길이기도 하다.

길은 몽환호(夢幻湖) 갈림길에서 칠성산 전망대 방향으로 이동한다. 몽환호는 분화구에 만들어진 작은 호수로 갈림길에서 3백여 미터 이동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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