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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1차 여행의 마지막날 마지막 여정인 주말 꽃시장과 옥시장으로 진입한다. 타이베이 시내를 남북으로 가르는 고가도로 아래에 위치한 곳이다. 규모가 엄청나다.

 

향긋한 꽃 향기도 좋지만 각양각색의 꽃과 다육이, 모종, 화분 등을 보는 눈 호강도 좋다. 엄청난 규모의 꽃시장인 만큼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북적이는 야시장에 비할바가 아니었다.

 

사실 이곳은 평일에는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공간이다. 주차 요금 정산기가 이곳의 원래 용도가 주차장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상부를 지나는 고속도로 이름이 건국고가교이기 때문에 이곳 꽃시장의 이름도 건국 주말 꽃시장(建國假日花市)이다.

 

기본적으로 농가나 묘목 생산자가 이곳에서 장사할 수 있는 우선권이 있다고 한다. 아무튼 계절은 12월인데 이곳은 우리나라 봄 재래시장 분위기이다. 봄 5일장에 가면 묘목도 많이 나오고 모종도 많은데 계절은 12월이지만 분위기는 우리나라 봄이다. 꽃시장 중간에서 남쪽으로 이동하며 둘러보다 보니 다안 공원이 있는 교차로로 나왔다. 길 건너편으로는 역시 주말에만 열리는 건국 주말 아트시장(建國假日藝文特區)이 보인다.

 

출출해진 우리는 인근에 있는 마로코(Maroco, 馬路口烘焙小舖)라는 빵집에서 소시지빵, 단팥빵, 갈릭 버터빵, 밀크티를 222 NTD에 구입해서 바로 옆에 있는 다안 공원에 가서 먹기로 했다. 우연히 찾아간 곳이었는데 맛집이었다.

 

빵집에 점심거리를 구입해서 다안 공원으로 가는 길에 만난 유기견 보호소. 애완동물 용품을 파는 가게 옆에 있는 공간인데 주말이면 유기견의 입양 행사를 연다고 한다.

 

다안 공원은 화창한 햇살이 있는 여유로운 주말 분위기이다. 벤치에 앉아 빵과 밀크티로 점심을 먹는 우리에게도 여유가 흘러넘친다.

 

주말 아트 시장 입구에서는 물레 작업하는 작가가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아트 시장을 한 바퀴 돌며 아이쇼핑에 나선다.

 

주말 아트 시장을 나서면 길을 건너서 다시 주말 꽃시장으로 들어간다. 굳이 물건을 사지 않아도 화사한 꽃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푸근해진다. 꽃집에서 효자손도 판매하고 있다.ㅎㅎ.

 

대부분이 꽃이나 묘목, 화분을 파는 곳이지만 가끔씩 강아지를 분양하는 곳도 있고, 농특산물을 파는 곳도 있다.

 

난이나 관엽 식물 화분 가게도 다양한 허브를 파는 가게에서도 사람들의 시선은 온통 식물들에게 쏠려 있다. 꽃 시장을 하루 종일 돌아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허브 화분 하나 달랑 사더라도 기분은 충분히 기쁘지 않을까 싶다.

 

북쪽으로 꽃시장을 구경하며 걸었던 우리는 꽃시장 끝에서 길을 건너서 건국 주말 옥시장(建國假日玉市)으로 넘어간다. 옥시장에 들어서면서 옥장수들의 엄청난 좌판 규모에 놀란다. 엄청난 좌판 규모만큼이나 이곳을 찾는 손님들의 규모도 적지 않다.

 

동행하는 아들은 어머니 선물을 사지 않느냐고 채근하지만 보석 쇼핑과 친하지 않은 필자는 그냥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옥을 비롯한 보석을 파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각종 장신구나 차, 공예품을 파는 곳도 있었다. 평일에는 주차장이던 곳이 주말마다 이렇게 훌륭한 공간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꽃시장과 옥시장을 둘러보느라 지친 우리는 옛 군사시설을 대만 현대 문화 센터(臺灣當代文化實驗場)로 개조한 장소 입구에 있는 카페에 들러 잠시 쉬어 가기로 했다. 담벼락의 체크무늬가 이곳이 이전에는 공군 부대였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대만 현대 문화 센터 입구에 있는 Verse라는 카페에서 아메리카노와 말차라테를 하나씩 시켰는데 290 NTD를 지불했다. 이번 여행에서 구입한 음식 중에는 가장 비싼 가격이었다. 럭셔리한 음료는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조용하게 쉴 수 있는 좋은 공간이었다.

 

카페에서 잠시 쉬었던 우리는 국립 타이베이 과학기술 대학교(國立臺北科技大學) 뒤편의 골목길을 걷는다. 오랜 세월의 흔적이 남아있는 나무들이 인상적이었던 골목길이었다. 카페에서 휴식을 취하며 검색해 보니 약간의 시간 여유가 있고 인근에 한국의 전자상가와 비슷한 곳도 있어서 광화 디지털 플라자(光華商場) 쪽으로 이동하는 중이다.

 

만화책을 파는 와와서점(Wa Wa Books)과 외관이 특이한 트랜스글로브 생명보험회사를 지나면 눈에 익은 전자회사들의 간판에 즐비한 상가거리로 들어선다. 

 

광화 디지털 플라자에 가기 전에 길거리 상가부터 둘러본다. 우리나라 용산 전자상가 분위기 딱 그것이다. 국내 전자 회사 간판도 보이고 에이서, 아수스등 대표적인 대만의 브랜드들이 즐비하다.

 

용산 전자상가처럼 중고 부품을 파는 곳도 있었는데 이것저것 들추어 보다가 한국으로 가져갈 것도 아닌데 하며 다시 내려놓는다. 관련 일에 종사하는 아들은 기분이 들떠서 수다를 뿜어내는데 멈출 줄을 모른다.

 

화려한 건물이 전자상가인 줄 알고 사람들을 따라 들어갔는데 알고 보니 일본 잡화점 체인점인 돈키호테였다. 광고판도 안내도 전부 일본어 천지이다. 우리나라의 다이소와 비슷한 모양인데 내부에는 푸드 코트도 있었다.

 

돈키호테를 빠져나와 1층으로 올라가니 일본 전자 회사의 매장이 있기는 한데 이거 전자상가 맞아?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알고 보니 전자상가가 아니라 생명 보험사 건물을 전자상가인 줄 알고 들어간 것이었다.

 

광화 디지털플라자를 제대로 찾아 들어가니 역시 용산 전자상가 분위기가 건물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층별로 이동하다가 내려다본 주변 풍경은 빌딩숲이었다.

 

광화 디지털플라자는 호객 행위가 심하지 않아서 둘러보기에 좋았다. 노트북과 컴퓨터, 카메라를 파는 곳이 많기는 하지만 용산 전자 상가처럼 구석구석으로 가면 각종 부품과 액세서리를 파는 가게들도 만날 수 있었다.

 

광화 디지털플라자도 전혀 계획하지 않았던 일정이었지만 나름 재미있었고, 특히 아들의 수다가 폭발한 시간이었다. 우리는 중샤오신성(忠孝新生) MRT역에서 전철을 타고 타이베이 메인역으로 이동하여 대만의 일정을 마무리한다. 타이베이 메인역에서 락커에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약 8시간 동안 배낭 두 개를 한 락커에 보관했는데 보관비가 140 NTD 정도가 나왔다.

 

타이베인 메인역 M3 인근 승차장에서 1819번 공항버스를 타고 타오위안 공항으로 이동한다. 서쪽의 공항으로 향하는 타이베이의 석양이 작별 인사를 건넨다.

 

타오위안 공항에 도착하니 어느덧 해가 져서 주변이 어두컴컴하다. 대만을 떠날 때가 되니 눈폭탄 속에서 한국을 떠났던 기억이 다시 새록새록 떠오른다. 이번 여행은 변수가 많았던 다이내믹했던 여행이었다.

 

타이거에어의 체크인이 조금 길기는 했지만 타오위안 공항의 보안 검사과 출국 심사는 순식간에 휙 지나갔다. 탑승장으로 향하는 길, 한자 타이포그래피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쉬자잉(徐佳瑩)이라는 여성 가수가 부른 여행 가는 길에서(在旅行的路上)라는 노래의 가사라고 한다. 

 

노래 가사에서 반복되는 부분이 있는데 "在旅行的路上 有些事我們慢慢講 有個熱情的地方 名字叫 台灣" "여행 가는 길에서, 우리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자 열정이 넘치는 곳이 하나 있는데, 그 이름은 대만이다."이다. 그리고 가사에서는 대만에서의 볼거리, 즐길 거리 여러 가지를  다루면서 떠나는 이의 아쉬움을 담아내고 있다.

 

탑승장에는 중동 아부다비 공항에서 처음 보았던 종교 시설도 마련되어 있었다. 조금은 비싼 공항의 식사를 마지막으로 출국을 준비한다. 돼지고기 백반을 두 개에 550 NTD를 지불했다. 공항은 역시 비싸다.

 

탑승장에 조금 일찍 도착하니 편안한 의자에서 편안하게 휴식할 수도 있었다. 한국 출국은 고난의 길이었지만 대만 출국은 여유가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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